출처-[중앙일보 2007-05-22 20:45]
445년 전이다. 경북 안동 '소호헌'의 안주인 이씨 부인은 앞을 보지 못하는 장애가 있었다. 남편을 잃고 스물한 살에 혼자가 된 그는 세 살 된 외아들을 데리고 한양으로 이사를 했다. 명문가의 무남독녀라 재물은 넉넉했다. 서울역 뒤편 약현이란 마을에 70칸이나 되는 우람한 집을 짓고 정착한 그는 당시로선 아주 귀했던 약과와 약식을 만들고 약주를 빚어 학식 높은 손님을 초대하곤 했다. 아들 교육을 위한 인맥을 쌓기 위해서였다.
어머니의 정성은 헛되지 않아 훗날 아들 약봉 서성(1558~1631)은 대과에 합격해 높은 관직을 두루 거친다. 다섯 손자 중 큰 손자는 우의정, 넷째 손자는 임금의 사위가 된다. 대구 서씨 집안은 이후 불같이 일어나 6대에 걸쳐 정승 3명과 대제학 3명을 배출한 조선시대 최고 명가 반열에 올랐다.
서울 양반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자식을 성공시켰던 그 어머니의 내림 솜씨는 지금도 유효할까. 경기도 포천시 설운동에 있는 약봉 종가를 찾았다.
15대 종손 동성(53)씨와 종부 김금향(48)씨, 동성씨의 아버지 기원(82)옹과 부인 이전규(82)씨가 반가이 객을 맞는다. "14대 종손인 형님이 딸 하나를 두고 일찍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제 아들을 형님의 양자로 올렸습니다." 기원옹의 설명이다. 약현동에 있었던 고택은 일제시대에 종조부가 사업 실패로 날려버렸다고 한다.
"저희 가문의 가양주 '약봉 약산춘'은 몇 년 전 상표등록을 했습니다. '임원십육지'에는 '인조 때의 정치가 서성의 호가 약봉인데, 그 어머니가 약주를 잘 빚어 왕가에도 진상했다. 그의 집이 약현에 있으므로 그 집 술을 약산춘이라 한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가문의 술 이름을 사용해 버리면 조상 볼 면목이 없을 것 같아 제도적으로 못을 박아 뒀다는 것이다.
평생 종부 대행을 해 왔던 이씨는 "400년 내림 음식인 '약산춘'과 '모약과' 만드는 법을 며느리에게 전하고 떠나야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대신 가을 시제 때 올리는 밤떡과 장국은 지금도 즐겨 만든다.
밤떡은 껍데기 깐 밤을 무쇠솥에 메주 삶듯 푹 삶은 다음 절구에 찧는다. 찧은 밤에 소금과 계핏가루.꿀을 섞어 제기 가운데 무로 기둥을 세우고 둘러 담는다. 어릴 때 부모님을 따라 맛봤던 밤떡 맛의 추억 때문에 종가를 다시 찾는다는 친지들이 많아 아무리 힘들어도 밤떡은 꼭 내놓는다. 100여 명씩이나 참석하는 제사 때의 식사 대접은 장국이다. 탕국을 무쇠솥에 가득 끓인 다음 그릇에 밥을 담고 고사리.시금치.도라지 등 나물 세 가지를 둘러 담은 뒤 탕국을 부어 내는 음식이다.
이날 이씨가 만들어 준 밤떡을 맛보고 '계피와 밤의 조화로운 맛이 이런 것이구나'하고 감탄했다. 종부 김씨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양파소스에 버무린 콩나물 냉채와, 고기 맛이 푹 배어 쫄깃쫄깃한 맛이 일품인 표고 버섯 장조림도 손님 많은 종가댁의 지혜로운 음식이었다.
▶콩나물 냉채(4인분)
어머니의 정성은 헛되지 않아 훗날 아들 약봉 서성(1558~1631)은 대과에 합격해 높은 관직을 두루 거친다. 다섯 손자 중 큰 손자는 우의정, 넷째 손자는 임금의 사위가 된다. 대구 서씨 집안은 이후 불같이 일어나 6대에 걸쳐 정승 3명과 대제학 3명을 배출한 조선시대 최고 명가 반열에 올랐다.
서울 양반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자식을 성공시켰던 그 어머니의 내림 솜씨는 지금도 유효할까. 경기도 포천시 설운동에 있는 약봉 종가를 찾았다.
15대 종손 동성(53)씨와 종부 김금향(48)씨, 동성씨의 아버지 기원(82)옹과 부인 이전규(82)씨가 반가이 객을 맞는다. "14대 종손인 형님이 딸 하나를 두고 일찍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제 아들을 형님의 양자로 올렸습니다." 기원옹의 설명이다. 약현동에 있었던 고택은 일제시대에 종조부가 사업 실패로 날려버렸다고 한다.
"저희 가문의 가양주 '약봉 약산춘'은 몇 년 전 상표등록을 했습니다. '임원십육지'에는 '인조 때의 정치가 서성의 호가 약봉인데, 그 어머니가 약주를 잘 빚어 왕가에도 진상했다. 그의 집이 약현에 있으므로 그 집 술을 약산춘이라 한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가문의 술 이름을 사용해 버리면 조상 볼 면목이 없을 것 같아 제도적으로 못을 박아 뒀다는 것이다.
평생 종부 대행을 해 왔던 이씨는 "400년 내림 음식인 '약산춘'과 '모약과' 만드는 법을 며느리에게 전하고 떠나야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대신 가을 시제 때 올리는 밤떡과 장국은 지금도 즐겨 만든다.
밤떡은 껍데기 깐 밤을 무쇠솥에 메주 삶듯 푹 삶은 다음 절구에 찧는다. 찧은 밤에 소금과 계핏가루.꿀을 섞어 제기 가운데 무로 기둥을 세우고 둘러 담는다. 어릴 때 부모님을 따라 맛봤던 밤떡 맛의 추억 때문에 종가를 다시 찾는다는 친지들이 많아 아무리 힘들어도 밤떡은 꼭 내놓는다. 100여 명씩이나 참석하는 제사 때의 식사 대접은 장국이다. 탕국을 무쇠솥에 가득 끓인 다음 그릇에 밥을 담고 고사리.시금치.도라지 등 나물 세 가지를 둘러 담은 뒤 탕국을 부어 내는 음식이다.
이날 이씨가 만들어 준 밤떡을 맛보고 '계피와 밤의 조화로운 맛이 이런 것이구나'하고 감탄했다. 종부 김씨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양파소스에 버무린 콩나물 냉채와, 고기 맛이 푹 배어 쫄깃쫄깃한 맛이 일품인 표고 버섯 장조림도 손님 많은 종가댁의 지혜로운 음식이었다.
▶콩나물 냉채(4인분)
콩나물 냉채 | |
●재료:
콩나물 300g, 고사리 50g, 미나리 100g, 쪽파 100g, 양파소스(다진 양파 2큰술, 설탕 2큰술, 식초 2큰술, 간장 2큰술, 소금 약간).
①콩나물을 가지런히 모아 머리와 뿌리를 칼로 자른다. 깨끗이 씻어 냄비에 담고 물을 자작하게 붓고 살짝 삶는다. 삶은 콩나물을 식혀 얼음물에 담갔다 건져 물기를 뺀다. 이렇게 하면 콩나물이 아삭아삭하다.
①콩나물을 가지런히 모아 머리와 뿌리를 칼로 자른다. 깨끗이 씻어 냄비에 담고 물을 자작하게 붓고 살짝 삶는다. 삶은 콩나물을 식혀 얼음물에 담갔다 건져 물기를 뺀다. 이렇게 하면 콩나물이 아삭아삭하다.
②삶은 고사리는 부드러운 줄기만 콩나물 길이로 썬 뒤 소금을 넣고 무쳐둔다.
③쪽파와 미나리는 줄기 부분만 다듬어 콩나물 길이로 썰고,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살짝 데친다. 찬물에 헹궈 물기를 짜놓는다.
④다진 양파에 설탕.식초.간장을 넣고 고루 섞는다.
⑤큰 그릇에 재료를 담아 양파소스를 넣고 무친다.
▶표고버섯 장조림
표고버섯 장조림 | |
●재료:
홍두깨살 300g, 마른 표고버섯 7개, 통마늘 3통, 물 4컵, 간장 1/4컵, 맛간장 1큰술, 물엿 3큰술, 맛술 3큰술.
①마른 표고버섯은 미지근한 물에 2~3시간 담가 불린 다음 밑동을 떼고 사방 2㎝ 크기로 썬다. 밑동도 버리지 말고 끝의 딱딱한 부분만 자르고 길게 반 갈라 함께 조린다.
①마른 표고버섯은 미지근한 물에 2~3시간 담가 불린 다음 밑동을 떼고 사방 2㎝ 크기로 썬다. 밑동도 버리지 말고 끝의 딱딱한 부분만 자르고 길게 반 갈라 함께 조린다.
②쇠고기는 통째로 찬물에 10분쯤 담가 핏물을 뺀다. 사방 2㎝ 크기로 깍둑썰기해 종이 타월로 싸서 여분의 핏물을 말끔히 닦는다.
③냄비에 물.간장.물엿.맛술을 분량대로 넣고 끓인다. 한 소끔 끓으면 불린 표고 버섯과 쇠고기를 넣어 끓인 다음 고기가 익어 갈 즈음에 마늘을 넣고 간이 푹 밸 수 있게 은근히 조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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