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한국일보 2007-05-24 18:33]
"똥은 건강 바로미터…모양으로 색깔로 냄새로 우리 몸 상태 한눈에 보여주죠"
“아유, 황금똥을 예쁘게 누셨네. 요놈 건강하구나.” 냄새가 풀풀 나는 똥이 뭐 그리 좋은지 할머니는 손자의 똥 기저귀를 갈아주면서 만면에 흡족한 웃음을 담는다. 오늘 아침에도 화장실에 다녀온 당신, 당신의 똥은 누가 봐 줄 것인가. 스스로 건강을 챙기듯 아침마다 변을 확인하는 것은 건강생활의 기본이다. 건강 상태를 말없이 몸으로, 체취로 표현하는 고마운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일을 치른 뒤에는 눈으로 확인하는 습관을 갖자. 더럽다 찌푸리지 말라. 그것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 몸의 일부’였다.
●최고의 똥은 이렇다
한국 성인에 있어서 가장 건강한 상태의 변은 ‘바나나 모양에 황갈색, 적당하게 끊어지는 무르기, 퐁당 하고 가라앉으며, 양은 100~200g 정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보통 크기의 바나나 1개가 100g 정도니 바나나 한두 개 정도면 만족스럽다.
좋은 작품을 만드는 데는 식이섬유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식이섬유는 소화액에도 녹지 않고 장으로 내려가 장 안에 불필요하게 남아있는 지방과 독소를 흡수해 배출한다. 따라서 식이섬유가 풍부하면 멋진 작품이 나온다. 색깔은 황갈색이 좋은데 담즙이 잘 혼합되면 이런 빛을 띤다.
작품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장기는 대장이다. 대장에는 100조 마리 이상의 세균이 산다. 무게로 따지면 1.5kg이나 되는 세균들이 음식물 찌꺼기를 분해하는 최종 공정을 맡는다. 대략 500에서 1,000종의 세균이 사는데 유익균인 유산균 비피더스균, 유해균인 대장균 웰슈균이 대표적이다. 이들 균종이 30:40:20:10(유산균:비피더스균:대장균:웰슈군) 정도로 균형을 이루면 ‘대장의 황금비율’이라고 할만하다.
●색깔로 판단하는 건강
이승남 강남베스트클리닉 원장은 “아기가 노란색 대변을 매일 잘 보면 ‘황금똥’이라 하여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우유나 모유만을 먹을 때는 이것이 정답이지만 채소 과일 잡곡 고기 생선 등을 먹기 시작하면 성분에 따라 색깔이 바뀌기 때문에 성인의 경우 황금색이 건강을 말해주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검은색
짜장 소스처럼 질퍽거리면서 검은 것은 상부위장관, 즉 위나 십이지장에 출혈이 있었음을 말해준다. 위산과 흘러나온 피가 만나서 까맣게 색이 변하기 때문이다. 변비가 있거나 수분이 부족하면 토끼똥같이 딱딱하고 까만 똥을 눌 수도 있다.
▲붉은색
대변에 피가 직접 섞여 나오는 출혈은 심한 상부위장관 출혈이거나 소장이나 대장의 출혈일 수도 있다. 대장은 암인 경우가 많고, 소장은 혈관이 터진 것이기 쉽다. 상처를 아물게 하는 수렴제 ‘키노’도 강렬한 붉은색 똥을 만들 수 있으므로 12시간 전 무엇을 먹었는지 잘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회백색
색깔이 거의 없이 회백색으로 나오는 것은 건강의 적신호다. 담도가 꽉 막히면 담즙이 변을 통해 배설되지 않아 고유의 색을 잃고 회백색이 된다. 다르게 말하면 회백색은 담도를 막는 돌이나, 담도암 담낭암 췌장암 등을 의심해보는 단서가 된다.
▲다양한 색상들
음식물 중 녹색 채소나 과일, 혹은 녹즙을 많이 먹으면 엽록소 때문에 변이 초록색으로 보인다. 특히 뽕잎은 초록색 변을 가장 잘 만드는 원료다. 보라색이 감도는 사탕무는 적갈색을, 프랑스 요리에 많이 쓰이는 향료인 사프란은 노란 똥을 만든다.
성인경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변의 모양이나 형태보다는 색깔을 유심히 봐야 한다”면서 “붉은색 검은색 회백색이거나 지방이 섞여 있으면 병원을 찾아 진찰을 받아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냄새로 판단하는 건강
정상적인 냄새는 본인과 타인이 극도의 절제 없이도 참을 만하며, 그냥 ‘구리다’로 표현할 수 있는 정도다. 그러나 썩은 냄새가 심하면 위장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어서 소화가 덜 됐거나 유산균이 부족한지 의심해야 한다. 설사를 자주 하면 완전히 중화되지 않은 위산이 장으로 내려오거나 음식물이 대장에서 채 발효하기 전 배설되면서 시큼한 냄새를 풍길 수도 있다.
썩은 냄새가 심하거나 시큼한 냄새가 난다면 유산균과 비피더스균이 풍부한 유제품을 먹어 완화할 수 있다. 당뇨가 심한 환자는 똥에서 구린내와 함께 단내가 나기도 한다.
●형태로 판단하는 건강
이상적인 굳기는 국수를 뽑기 위해 만든 밀가루 반죽 정도의 무르기이다. 토끼똥같이 단단하면 식이섬유나 수분이 모자란 것이므로 이를 보충해줘야 한다.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면 변비증상도 나아진다. 반면 묽은 진흙같이 질퍽한 것은 상부위장관 출혈, 아주 묽고 양이 많은 것은 급성식중독 환자에게서 흔히 볼 수 있다.
지방이 뭬?물에 뜨는 똥은 췌장이나 담낭의 소화기능이 떨어지면 나타난다. 살을 빼려고 지방흡수억제제를 복용하는 사람도 이런 변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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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하면 나온다는 숙변, 실은 소장상피세포래요
똥에 대한 잘못된 상식
변을 말할 때 자주 등장하는 말이 ‘숙변’(宿便)이다. 문자 그대로 풀면 장 속에 오래 머물러 있는 대변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은 서양의학은 물론 한의학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용어라는 게 의료계의 지적이다. 일본의 단식위주 민간요법에서 유래한 단어라는 것. 그렇다면 숙변의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
서양의학에서는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대변에 들어 있는 독소가 인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믿음이 있었다. 이것이 자연건강법을 주장하는 사람들에 의해 숙변의 위험성으로 과도 포장됐다는 것이 의학계의 주장이다. 대장과 소장을 실제로 살펴 볼 수 있는 여건이 되는 지금, 의사들은 아무리 살펴 봐도 ‘대장이나 소장에 끼어 있는 숙변’은 없다고 말한다.
장 점막은 미끈미끈한 점액질이라는 물질을 계속 분비하기 때문에 장 점막의 융모 사이에 대변이 눌러 붙는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또 장을 수술로 잘라내 관찰한 경우에도 대변은 관찰되지 않는다. 정기적인 장청소 역시 의학적인 근거가 없다. 장청소로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는 독소 제거 효과가 아닌 변비 증상의 완화 정도다.
●단식 중에도 일을 본다?
‘숙변이 모든 질병의 근원’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단식을 해도 대변을 보는 것을 숙변이 존재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숙변이 아닌 소화액과 소장상피세포라는 게 의료계의 설명이다. 위장관 소화선에서 나오는 분비액은 담즙과 장액을 비롯해 하루 6~8ℓ에 이른다. 또 소장상피세포는 약 3일마다 교체돼 탈락된다. 결국 단식시의 대변은 분비액이나 탈락된 소장상피세포 등이 뭉쳐서 배출된 것이다.
●구불구불한 대장 주름 사이에 낀다?
대장의 구불구불한 주름 사이에 변이 끼어 숙변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대장의 형태를 제대로 몰라서 하는 소리다. 대장을 표현할 때 대체로 주름이 풍부한 모습으로 설명하지만 이는 정지사진을 볼 때의 경우이며 대장은 쉴새 없이 연동운동을 하고 있어 숙변이 낄만한 공간이 없다.
●숙변제거제를 먹으면 엄청난 양의 숙변이 나온다?
식이섬유로 된 ‘숙변제거제’를 먹었을 때 나오는 많은 양의 대변을 숙변의 근거로 제시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이는 다시마환 등 식이섬유가 많이 함유된 숙변제거제가 몸 속에서 수분을 흡수해 양이 늘어나는 것뿐이다.
●변의 독성이 해가 된다?
건강한 사람은 신장과 간을 통해 독소를 충분히 분해해 배설하므로 문제가 안된다. 흔히 숙변을 제거한다며 정기적으로 장청소를 하는 이들이 있다. 일정한 기간을 두고 시행하는 장세척은 대장의 연동운동을 높여 정상적인 배변을 돕는다. 하지만 장세척을 자주 하거나 관장을 하면 변이 대장 종말부에 찾을 때 스스로 배출하는 인체의 배출반사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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