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물의 성지’ 프랑스 에비앙

피나얀 2007. 5. 31. 18:54

 

출처-경향신문 2007-05-31 10:34

 


맞다. 마시는 ‘에비앙’. 그 에비앙은 프랑스 남부 론알프스 지방의 휴양도시 이름이기도 하다. 도시가 먼저다. 에비앙에서 난다고 ‘에비앙’으로 부른다. 전세계 모든 에비앙이 여기서 난다. 에비앙은 당연히, 에비앙의 도시다.
 
구시가지엔 에비앙 로고를 붙인 파라솔들이 세워져 있었다. 에비앙을 몸에 뿌려 치료하는 수(水)치료 센터가 있고, 에비앙 기념관이 있다. 버스 정류장에도 에비앙이 그려져 있는가 하면, 에비앙 스킨·로션에 에비앙 에센스도 판다. 호텔 객실의 공짜 물도 에비앙이었다. 에비앙 주민 10명 중 1명이 에비앙 공장에 다니고, 2명 중 1명은 에비앙 대리점, 에비앙 스파, 또는 에비앙 때문에 찾아온 관광객들을 상대하는 업종에 종사한다. 그야말로 물로 먹고 사는 도시다.
 
에비앙의 ‘성지’는 나쇼날 가의 까샤 샘(Source Cachat). 에비앙이 처음 발견된 곳이다. 1790년 근처 오베르뉴의 한 남자가 3개월간 매일 이 물을 먹고 요로결석을 치료했다고 한다. 소문이 퍼져 사람이 구름떼처럼 몰려들자, 샘 주인이던 까샤가 아이디어를 냈다. 수치료 센터를 세우는 것. 1826년 샘터에 세워진 에비앙 최초의 수치료 센터엔 스위스와 프랑스의 부자들이 몰려들었다. 에비앙 물은 소화불량, 류머티즘, 신장질환에 효과가 있었다. 1878년 의학계의 인증까지 받으면서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수치료센터, 숙박시설, 카지노까지 속속 들어섰다.
 
까샤 샘 앞의 ‘펌프룸’(Pump Room)은 1903년 수치료 시설 겸 호텔로 지은 건물이었다. ‘워터 템플’로까지 불리던 이 건물은 현재 에비앙 기념관으로 쓰인다. 까샤 샘 앞에서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는 동안, 주민들은 페트병에 물을 담아갔다. 아무리 에비앙이지만 수도꼭지만 튼다고 모두 에비앙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에비앙이 나오는 샘은 30여개. 까샤 샘을 포함해 2개만 일반에게 개방한다. 나머지는 땅 속 관을 통해 6㎞쯤 떨어진 생수 공장으로 직행한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에비앙의 1일 생산량은 600만ℓ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120여 개국에 수출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미네랄워터다. 에비앙을 병에 담아 팔기 시작한 것은 1869년. 펌프룸 옆에 있던 생수 공장은 1965년 교외로 옮겼다. 에비앙의 현재 소유주는 프랑스 최대의 식품 회사인 다농 그룹이다.
 
‘전성기’ 에비앙의 흔적은 레만 호수변에 남아있다. 웅장한 건물들이 이어진다. 문화센터로 쓰이는 팔레 뤼미에르(Palais Lumier)는 1902년 수치료 센터로 지어진 건물. 옆 건물에선 1877년부터 카지노가 성업 중이었다. 골목 안쪽엔 ‘영화’의 발명자 뤼미에르 가족의 여름 별장(Villa Lumiere)이 있었다. 정말, 현관 정면에 조각된 아기천사 한 명은 영화를 찍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도시는 호수에서 뒷산으로 이어진다. 여기는 해발 380m. 알프스의 발치다.
 
호황을 누리던 수치료 센터는 이제 더 말 센터 한 곳만 남았다. 1960년 에비앙 생수 회사가 세운 곳이다. 90년대 이후 수치료 센터는 스파로 대체됐다. 현재 에비앙의 스파는 3곳. 모두 특급호텔에 딸려 있다. 골프장도 만들어졌다. 지난해 미셸 위가 준우승한 ‘에비앙 마스터스’가 열린 곳이 바로 에비앙 골프장이다. 에비앙은 여전히 유럽 최고의 고급 휴양지 중 한 곳이다. 에비앙 관광청의 프란시스는 “영화배우 같은 유명인들이 많이 온다”며 “지난해엔 호수변에서 새 대통령이 된 사르코지가 조깅하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럭셔리 휴양지’ 이미지를 탈탈 털어내면, 에비앙은 중세 분위기가 감도는 작은 도시다. 비틀리고 좁은 골목엔 16·17세기에 지어진 집들이 아직도 남아있다. 파스텔톤의 창틀과 벽들은 낡아서 따뜻해 보였다. 빵굽는 아이가 그려진 빵집에선 갓 구운 빵의 냄새가 흘러나왔다. 마침 축제 중이었다. 레이스 달린 꽃무늬 치마를 입고, 펠트 모자를 쓰고, 아코디언을 켜며, 사람들은 손에 손을 잡고 노래를 불렀다. 100여년 전 생활모습을 재연했다고 한다.
 
손바닥으로 햇살을 가리며 에비앙 한 병 들고 에비앙 파라솔 아래 주저앉았다. 산 모양의 에비앙 로고는 저들이 재현하고 있는 20세기 초반에 만들어진 것이다. 에비앙이 호수 옆에 있기 때문에 에비앙 물도 호수에서 떠온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산에서 나오는 물’임을 알려주기 위해 만든 것이다. 낯선 프랑스어 사이로 눈에 익은 글씨가 보였다. ‘Source Cachat’. 까샤의 샘에서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새삼 뭉클했다. 이 작은 샘의 물이 이제 전 세계를 여행하고 있구나.
 
▲에비앙의 스파들
 
에비앙 물은 마실 뿐 아니라 몸을 담그는 용도로도 쓰인다. 에비앙엔 수치료 시설 1곳과 스파 3곳이 있다. 에비앙까지 와서 그냥 가기 섭섭하다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더말 센터를, 고급 스파를 원한다면 로열 팰리스 스파를, 최신 유행을 엿보려면 힐튼호텔 부다바 스파를 추천한다. 부다바 스파를 제외하면 모두 에비앙 생수 회사의 리조트 사업부에서 운영한다.
 
◇더말 스파(Les Thermes Evian)=
 
수영장, 스파에도 에비앙을 사용하는 곳은 여기뿐이다. 에비앙을 온몸에 끼얹어 치료하는 수치료 센터다. 의료 목적 3주짜리 수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관광객은 마사지와 바데풀을 이용할 수 있다. 오일 마사지와 바데풀을 묶은 ‘에비앙 에너지’ 패키지는 95유로. 로션·스킨·각질제거제 등 에비앙으로 만든 화장품은 6유로 안팎에 판다. www.lesthemersevian.com
 
◇에비앙 로열 팰리스 스파=
 
세계적인 여행잡지 콘디나스트 트래블러지가 수차례 유럽 최고의 스파로 선정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파 가운데 하나다. 얼굴 마사지는 명품 ‘라프레리’ 제품을 사용한다. 태국식·터키식 등 다양한 마사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호텔 투숙객만 이용할 수 있다. 객실 230유로, 마사지 60유로부터. 같은 체인의 로열 에르미타지 스파는 비투숙객도 이용이 가능하다. www.evianroyalresort.com
까샤 샘에서 에비앙을 받는 주민.

◇힐튼 호텔 부다바 스파=
 
뉴욕·파리·베이루트 등 전세계 대도시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부다바 체인에서 만든 첫 스파다. 지난 3월 개장했다.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 나올 법한 분위기. 입구에 큰 불상이 세워져 있고, 미얀마·태국에서 가져온 불상 조각들로 실내를 장식했다. 마사지 90유로부터. www.buddha-ba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