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월악산, 옥빛 하늘 이고 쪽빛 호수 품에 안고 

피나얀 2007. 6. 15. 19:58

 

출처-매일경제 2007-06-15 15:53

 

월악산 960봉에서 만난 등반객들이 눈앞에 펼쳐진 절경을 감상하고 있다. 오른쪽 너머로 우뚝 솟은 바위산 영봉이 보이고 옆으로 푸른 충주호가 시원스레 펼쳐져 있다. <이충우기자>


 
'달이 뜨면 영봉(靈峰)에 걸린다'는 월악산(1094m).
 
경외의 대상이라는 영봉의 호칭은 우리나라에선 백두산과 월악산 단 두 곳만이 갖고 있다. 그만큼 신비로움을 간직한 채 천혜의 비경과 역사를 담고 있다. 한반도의 중원에 우뚝 솟은 월악산은 무성하게 우거진 숲과 계곡으로 때 이른 더위에 지친 사람들의 발길을 이끈다.
 
새벽 6시 월악산의 남쪽 능선인 충청북도 제천시 덕주골 입구. 잘 포장된 시멘트 길을 따라 '영봉행' 산행은 시작됐다. 웅장한 덕주산성과 커다란 남근석을 지나 10분여를 걸으니 덕주사가 등반객들을 맞이한다.
 
신라의 재건을 염원하며 일생을 마쳤다는 덕주 공주의 일화가 담긴 덕주사는 월악산 등반의 시작점이다.
 
마애불까지 1.5㎞ 구간은 가볍게 몸을 푸는 시간.
 
험한 산길을 앞두고 관절과 다리 근육의 긴장을 풀라는 듯 경사가 낮고 잘 정비돼 있다. 빽빽하게 하늘을 뒤덮은 수목들이 초여름의 따가운 햇살을 막아주고 산길을 안내하듯 흐르는 계곡은 청량감을 더해준다.
 
30분쯤 흘렀을까. 숨이 차고 땀이 흐를 즈음 오른쪽에 13m의 거대한 석벽에 새겨진 마애불이 기다리고 있다. 이쯤에서 마애불도 보고 잠시 쉬어가라는 월악산의 배려로 느껴진다. 이곳부터 1차 목표인 960봉까지는 돌계단과 나무계단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108계단을 오르면 희로애락을 느낀다고 하는데 이곳에서는 그 단계를 넘어 '무아지경'에 이르게 된다.
 
주위에 흐드러진 이름 모를 나무들과 기암절벽들의 경관에도 흥이 나지 않는 이유는 까마득하게 뻗어 있는 계단 때문일 것이다. 비오듯 흐르는 땀이 온몸을 적시고 입에서는 단내가 풍긴다. 바위가 비스듬하게 기울어진 울퉁불퉁한 길을 간신히 통과하곤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가 무섭게 돌계단과 나무계단이 이어진다.
 
간신히 오른 960봉. 아직 영봉까지는 한 시간 정도 남았다고 하지만 눈에 들어오는 풍경에 입을 다물지 못할 지경이다.
 
눈앞에 영봉이 경외롭게 솟아 있고 그 뒤론 푸른 청주호와 백두대간이 시원스럽게 펼쳐져 있다.
그러나 월악산은 그리 쉽게 정상을 내주지 않았다. 오르내림을 반복하다 하늘을 향해 길게 뻗은 '계단'과 만났다. "아~." 짧은 탄식이 새어나온다.
 
한 발짝씩 움직여 본다. 시원한 계곡 바람에 말랐던 몸은 다시 땀에 젖어들고 입은 바짝 마를 지경이다. 때마침 얼굴에 시원한 미소를 담은 등반객들이 영봉에서 내려오며 "이제 다 왔네요. 고생하세요"라며 지나친다.


영봉의 심술은 봉우리까지 이어졌다. 삐쭉삐쭉한 바위들로 된 봉우리가 편히 쉴 자리 하나 내주질 않는다.
 
하지만 좀 전까지 새어나왔던 탄식은 이내 "와~" 하는 탄성으로 바뀌었다. 북쪽으로는 중봉과 하봉을 너머 푸른 충주호가 펼쳐져 있고 남쪽으로는 지도에서나 볼 법했던 백두대간이 지평선 끝까지 길게 늘어져 있다.
 
머리 위에는 아무것도 없다. 정상에 오른 사람들이 하늘과 하나가 되고 스스로 영봉의 일부가 되는 순간이다.
※월악산 가는 길
 
◇서울~영동고속도로~여주JCT~중부내륙고속도로(45번)~괴산IC~수안보 방면~월악산(송계)
 
◇영동고속도로~여주JCT~중부내륙고속도로(45번)~충주IC~단양 방면 우회전~36번 국도~수안보 방면~월악산(송계) ◇중앙고속도로(55번)~단양IC~충주 방면(36번 국도)~월악산(송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