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오솔길 따라 두런두런… 바람 맞기 좋은 날

피나얀 2007. 6. 29. 19:50

 

출처-문화일보 2007-06-29 15:32

 

선자령은 길이 부드러워 어린이를 포함한 가족 단위 산행객에게 알맞다.

 

# 서늘하고 상쾌한 바람을 찾아 대관령의 허리를 오르다

 

대관령의 강릉과 평창의 경계쯤에 솟아있는 선자령(1157m). 선자령은 사실 겨울철 눈꽃 산행으로 유명한 곳이다. 선자령 일대는 겨울철 태백산맥 서쪽의 편서풍과 동해안 쪽의 습기를 머금은 바닷바람이 만나 눈이 많이 내린다. 3월까지도 1m가 넘는 눈이 쌓여 있는 것은 예사다. 눈이 많은 것뿐만 아니라 능선부분이 관목이나 초지로 이뤄진 곳이 많아 조망이 탁월하고, 능선이 흙길인데다 부드러워 겨울철 산행에도 안전하다. 이런 조건들이 합쳐져 겨울산행의 최고 인기목적지로 꼽히는 곳이다.

 

그러나 선자령의 여름정취도 못하지 않다. 연일 섭씨 30도를 오르내리는 찜통더위에 선자령을 찾은 것은 대관령에 대한 기억 때문이었다. 지금에야 대관령 터널이 뚫려 태백산맥 이쪽과 저쪽을 순식간에 넘나들지만, 옛 영동고속도로는 굽이굽이 돌아 대관령에 올랐다. 옛 영동고속도로를 기억하고 있다면, 한여름 대관령 휴게소의 상쾌하고 서늘한 바람에 대한 기억도 가지고 있을 터다. 후텁지근하고 탁한 공기의 차에서 내리면 휴게소는 안개에 싸여 있거나, 신선한 숲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 그렇게 대관령에서 오르는 선자령에서는 서늘하고 상쾌한 바람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선자령은 대관령 휴게소에서 출발한다. 선자령은 해발 1000m를 훨씬 넘는 고봉이지만, 대관령휴게소가 해발 832m이니 선자령 정상과의 표고차는 325m에 불과하다. 왕복 6㎞ 남짓의 길이는 만만치 않지만 왕복 3시간30분 정도 걸리는 등산로에는 가파른 능선길이나 숨이 턱턱 막히는 깔딱고개 같은 건 아예 없다. 대신 부드럽고 완만한 흙길과 관목 숲, 혹은 초원이 교대로 펼쳐진다. 이런 정도라면 굳이 등산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보다는 ‘트레킹’이라고 부르는 게 더 낫지 싶다.

실제로 아이들과 동행하거나 평상복 차림으로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 다채롭게 펼쳐지는 선자령 길의 풍경들

 

선자령 산행은 옛 영동고속도로 대관령휴게소 주차장 근처에서 시작된다. 길은 강릉단오제의 국사서낭제를 지내는 대관령 국사성황사와 산신각을 지나는 포장길과 그 옆쪽으로 난 완만한 경사의 흙길이 있다. 군데군데 목책을 세워놓은 흙길 쪽을 택해도 곧 포장도로와 만나게 된다. 콘크리트 포장길을 400m쯤 가면 낯선 시설물이 들어선 항공통제소를 만난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된다.

풍력 발전기도 선자령의 풍광을 구성하는 요소다.


선자령을 오르는 길은 독특하다. 허리춤까지 오는 관목숲이 계속 이어지다가 곧 나무그늘로 뒤덮인 숲길을 만나고, 그러다가 다시 관목숲이, 또 나무가 없는 푸른 초지를 가로지는 길이 나타난다. 숲도 울창하다기보다는 참나무 같은 활엽수들이 군데군데 들어서 그늘을 만들고 그 아래에는 관목들이며 풀들이 빽빽하게 자라나 뒤덮고 있다. 뚜렷하지만 좁은 산길에는 다채로운 색깔의 야생화들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부드럽게 발끝에 전해지는 흙길의 탄력 그리고 얼굴에 닿는 신선한 바람의 감촉. 여기에다 청아한 새소리까지 겹쳐지면 절로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완만한 완만한 오르막길을 걷다보면 느릿느릿 도는 흰색 풍력발전기들이 펼쳐진다. 뒤편으로 강릉시내와 동해의 파란 바다가 장쾌하게 펼쳐진다. 대관령 일대의 확 트인 초지도 시원하게 펼쳐진다. 대관령 일대의 확 트인 초지도 시원하게 펼쳐진다. 남쪽으로는 능경봉부터 고루포기산까지 병풍처럼 산들이 둘러쳐져 있고, 북쪽에는 황병산에서 오대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능선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 피서지 오가며 가족들과 함께 즐기는 가벼운 트레킹

 

선자령은 장쾌한 풍경도 좋지만, 무엇보다 동행과 조곤조곤 대화를 하며 오를 수 있어 좋다. 부드러운 산행길이 절로 마음을 열게 만든다. 숨이 턱에 받치는 힘겨운 코스가 없는 덕에 산행객들의 이러저러한 이야기가 두런두런 끊이질 않는다.

 

가족 단위 산행객들에게 선자령을 권하고 싶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선자령 등반만을 목적으로 이곳을 찾는 것은 좀 그렇고, 여름휴가에 동해안의 피서지로 오가며 선자령에 들러 가족들과 트레킹에 나서보는 것이 가장 좋을 듯싶다. 평창에서 작은 펜션을 운영한다는 강호석(53)씨는 는 한달에 2, 3번쯤은 선자령에 오른다고 했다. 강씨는 “선자령은 여름철 이른 새벽 풍경이 가장 좋다”며 “안개에 싸여 있는 선자령과 대관령의 모습은 마치 묵이 번진 동양화 같은 느낌을 준다”고 했다.

 

선자령과 대관령의 능선에는 풍력발전기가 세워져 있다. 까마득한 높이의 거대한 풍력발전기는 위압적으로 서서 휙휙거리며 날개를 돌리고 있다. 더러 이국적인 풍경이라고 반기는 이도 있지만, 아무래도 자연풍광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흉물스러운 모습이다. 하기야 정상에서 건너다 보이는 삼양목장의 끝간 데 없는 초지도, 이제는 명소로 대접 받고 있긴 하지만 30여년 전쯤 백두대간의 울창한 수림을 모두 훼손하고 조성한 것이니….

나무 그늘로 뒤덮인 선자령 숲길은 신선한 숲향기로 가득하다.


선자령에 올랐다가 하산하는 길은 대략 3가지. 선자령 정상에서 곤신봉 쪽으로 더 가다가 ‘낮은목’에서 보현사 계곡으로 물길을 따라 내려서는 길이 있고, 두번째는 선자령 정상 못 미쳐서 어흘리의 초막골로 내려가는 길을 타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출발점인 대관령휴게소 쪽으로 돌아오는 게 가장 무난하다. 다른 코스로 하산하는 경우,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선자령과 함께 들러볼 만한 곳들

 

대관령까지 갔다면 선자령 등산로 초입인 대관령휴게소 바로 옆 ‘대관령 양떼목장’(033-335-1966)을 들러보자. 양떼가 푸른 초지에서 풀을 뜯는 평화로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의 양들은 ‘보여주기 위해서’ 길러지는 것들. 따지고 보면 양떼목장도 양을 길러내는 것보다 ‘보여 주려는’ 목적으로 만든 것. 엄밀히 말하자면 목장이라기보다는 ‘동물원’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아마도 이곳의 200여마리의 양은, 털과 고기를 내놓지 않고도 전 세계의 양 중에서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양일 듯싶다. 어쨌거나 목장은 그래도, 스위스의 산간마을과도 같은 이국적이고 낭만적인 풍경을 갖고 있어 사철 방문객이 끊이질 않는다. 입장료는 3000원. 햇볕이 뜨겁거나 무더운 날은 피하는 것이 좋다. 대관령 삼양목장도 들러볼 만한 곳. 최근 7000원으로 오른 입장료가 부담스럽긴 하지만, 광활한 초지에서 풀을 뜯는 젖소들을 만날 수 있다.

 

#묵을 곳과 먹을 것

 

선자령을 찾아가려면 횡계에서 들어간다. 일대에는 펜션 등의 숙소들이 이루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촘촘히 들어서있지만, 그래도 용평리조트(1588-0009)만한 곳이 없다. 여름철 용평리조트 일대는 서울이나 수도권과 기온이 10도 정도 차이가 난다. 서울에는 30도가 넘는 날도 이곳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선선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여름 혹서기에는 이곳에 묵는 것만으로도 피서가 될 정도다.

 

최근 완공한 그린피아콘도는 깨끗하고 고급스러운 시설을 갖추고 있다. 계절이 잘 맞지는 않지만, 대관령을 찾았다면 황태 맛을 보지 않을 수 없다. 횡계에는 황태요리로 내로라하는 집들이 몇집 있지만, 제철인 겨울이 아닌 이즈음에는 장사에는 그닥 열중하지 않는 눈치. 노다지(033-335-4448)와 황태회관(033-335-5795), 송천회관(033-335-5943) 등이 손꼽히는 집. 매콤하게 쪄낸 황태찜이나 오징어와 삼겹살을 양념으로 버무려낸 오삼불고기 등의 맛이 각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