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감성리 '백로 마을'을 아시나요?

피나얀 2007. 7. 11. 20:57

 

출처-오마이뉴스 | 기사입력 2007-07-11 09:42

 

 

▲ 무리를 지어 날으는 백로

 

ⓒ2007 임재만

 

7일. 충남 연기군 금남면 감성리에 있는 '백로 마을'을 찾았다. 연기군 행복도시(세종시) 예정지에서 대전으로 국도를 타고 5분쯤 달리다 보면 왼쪽으로 백로 마을이 보인다. 이곳이 바로 사람들이 '학 마을'이라 부르는 감성리 백로 마을이다.

이곳은 몇 십 년 전부터 수백 마리의 학이 군락을 이루며 지내는 곳이다. 그래서 학 마을이란 별칭이 붙게 되었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니 몇몇 동네 어르신들이 정자나무 아래에 앉아 한가로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 감성리 뒷산에 하얗게 수놓은 백로서식지 모습
ⓒ2007 임재만
감성리 백로 마을에 대하여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도 기념물 제71호) 연기군 금남면 감성리 마을 백로서식지는 조선 시대부터 형성되어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백로는 백로과에 속하는 물새의 한 종류로 보통 날개길이 27㎝, 꽁지 10㎝ 가량이다. 몸빛은 백색이나 눈 주위에는 황백색을 띠며 긴 부리와 다리는 흑색, 발가락은 황 녹색이다.

나무 위나 숲에 둥지를 짓고 4∼5월경에 3∼5개의 알을 낳고 연못, 논, 강가에서 물고기나 개구리를 잡아먹는다.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 전 세계에 약 100여 종의 백로가 살고 있다. 금남면 감성리 일대는 약 500여 년 전부터 백로들이 서식하기 시작했으며 왜가리, 황로 등도 같이 날아온다고 하는데, 많을 때는 5000여 마리가 넘는다고 한다. 백로가 많을 때는 풍년이 들고 적을 때는 흉년이 든다고 하여 마을 사람들이 앞장서서 이들을 보호하고 있다."


▲ 대나무 밭에 앉아 쉬고 있는 백로
ⓒ2007 임재만
마을 골목으로 깊숙이 들어가서 산을 바라보았다. 수십 마리의 학이 대나무 위에 앉아 정신없이 놀고 있었다. 이곳 감성리 마을도 이농현상으로 인해 빈집이 꽤 있었다. 빈집 뒤꼍에 있는 감나무와 대나무에 앉아 새들은 아무런 눈치도 보지 않은 채 편안히 수다를 떨고 있었다.

▲ 한가로이 노니는 백로의 모습
ⓒ2007 임재만
대나무와 감나무 사이를 바쁘게 오가며 숨바꼭질도 하고 친구를 부르기도 하는 것이 여유 있어 보인다. 또 휴식을 취하기 위해 낮잠을 즐기는 녀석도 있다. 감성리 마을 뒷산에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 있는 큰 소나무와 상수리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 짝을 찾아 날아든 백로
ⓒ2007 임재만
▲ 연인을 만나 열정적인 키스를 나누는 백로
ⓒ2007 임재만
그 위를 새들이 평화로이 날며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맨 높은 나무의 꼭대기에 앉아 망을 보는 놈도 있고, 멀리 나들이 간 아빠를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도 있고, 연인을 만나 열정적으로 사랑을 나누는 놈도 있었다. 그 모습이 우리네 사람 사는 모양과 아주 흡사하다.

▲ 창공을 우아하게 날으는 백로
ⓒ2007 임재만
▲ 망을 보는 백로
ⓒ2007 임재만
조심스럽게 산 속으로 올라가 보았다. 잘 가꾸어진 넓은 산소가 보이고, 그 주위로 소나무 숲이 빼곡히 우거져 있다. 새들의 지저귐으로 산 속은 매우 시끄럽고 야단스럽다.

그들에게 불안함을 주지 않기 위해 돌부처처럼 가만히 앉아 그들의 모습을 한참 주시하였다. 새들이 이따금 창공을 힘차게 날아오르는데, 마을을 멀리 벗어나지 않고 주변을 맴돌다 다시 돌아와 앉곤 하였다. 아마 이곳보다 더 나은 보금자리가 없는가 보다.

해가 서산에 뉘엿뉘엿 넘어가니 멀리 나들이 갔다 돌아오는 새들의 모습이 하나 둘씩 보인다. 어느 시골마을의 뒷산처럼 다를 바가 없는데 유난히 새들이 이렇게 많이 모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먹을거리가 풍부하기 때문인 것 같다. 주변에 맑은 금강이 가까이 있고, 넓은 들이 있어 먹이를 구하는데 어렵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둘째는 휴식하는 보금자리로 안전하기 때문이다. 산에는 큰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고, 마을 사람들 또한 백로를 귀하게 여기기 때문에 새들이 보호를 받으며 안전하게 지낼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동네에서 만난 마을 사람들의 눈빛도 그러하였다. 아주 부드럽고 다정해 보였다. 처음 만나는 사람인데도 자상했고 여유로움을 느끼게 해 주었다. 요즘 시골은 이농현상으로 예전처럼 동네 아이들이 노니는 떠들썩한 소리를 들을 수 없다. 그 대신에 감성리는 새들의 노랫소리로 생동감이 넘친다.

▲ 옹기종기 모여 앉아 수다 떠는 백로
ⓒ2007 임재만
이처럼 사람과 자연이 서로 미워하고 파괴하는 관계가 아니라 이제는 함께 어울려 사는 지혜와 여유가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떠난 시골마을에는 변함없이 새들이 고향을 지키고 있다. 가끔 창공을 나는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쓸쓸함이 묻어 있다.

예전처럼 동네 골목에서 노니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새들의 맑은 노랫소리가 가득 넘치는 풍성하고 정겨운 마을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