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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 스크랩】 평일 오전 11시, 그들이 사찰로 간 이유는?

피나얀 2007. 7. 11. 21:57

 

출처-오마이뉴스 | 기사입력 2007-07-11 12:00

 

 

 

 

ⓒ2007 안소민

 

"아랫배가 볼룩해질 때까지 숨을 힘껏 들여마시세요. 힘껏 들여마셨으면 바로 내뿜지 말고 잠시 정지했다가 가늘고 힘차게 코로 내뿜어보세요."

원장님의 설명에 따라 해보지만 아무래도 잘 안 된다. 괜시리 코만 씰룩거리는 것 같고 금방이라도 터져나오는 숨 때문에 한숨이 먼저 토해질 것 같다. 당연한 일이다. 단 몇 번의 연습으로 호흡명상이 잘 되리라고 기대한다면 그야말로 놀부심보다. 그래도 마음가닥을 잘 가다듬고 집중해서 호흡을 해본다. 하나, 두울, 세엣….

7월 5일 목요일 오전 11시. 평소같으면 일터에서, 가정에서 한창 분주한 시간을 보낼 시간이다. 그러나 이날 호흡명상에 참가한 이들은 잠시 바쁜 일상을 접었다. 직장과 가정 그리고 번잡한 일상을 잠시 뒤로 미루었다. 호흡명상을 하기 위해서다. 무엇이 이들을 이곳으로 오게 했을까.

며칠 전 큰딸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으로부터 2/4분기 학부모 교육이 있으니 꼭 참석하길 바란다는 편지를 받았다. 당연히 원아들의 효과적인 학습태도나 올바른 생활태도, 건강한 성장을 위한 부모의 자세 등과 관련된 교육일 것이라고 지레 짐작했던 나는 제목을 보고 잠시 의아했다. 제목은 '몸과 마음을 맑히는 명상'이었다.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은 비구니 스님들이 운영하는 유치원이다. 아이들은 유치원에서 선체조나 명상, 다도교육을 받고 있다. 그러나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명상교육은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 제목을 보았을 때 잠시 의아했던 것은 뜻밖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신선했고 기뻤다. 처음 통지문을 받았을 때부터 학부모 입장을 떠나서 꼭 참석하고 싶다는 생각이 내 안에서 파도치고 있었다.

그러나 과연 그 바쁜 시간을 쪼개어 얼마나 많은 학부모들이 올 것인가. 내심 궁금해졌다. 걱정도 되었다. 나야, 어디 딱히 묶인 곳이 없는 몸이니 가능하다치더라도 평일 오전에 얼마나 되는 학부모들이 올까. 더구나 이 곳은 타 유치원에 비해 원아수도 적다. 유치원에서 기껏 기획한 일이 시들한 호응으로 무산되지는 않을까 염려되었다.

ⓒ2007 안소민

 
ⓒ2007 안소민

열여섯 명의 학부모들이 찾았다. 적지도 많지도 않은 숫자다. 그들이 생업을 잠시 미루고 이곳을 찾은 이유는 학부모 교육에 참관해 내 아이의 기를 살리기 위한 것도 아니고 유치원으로부터 점수를 따기 위한 것도 아니다. 모두들 한결같다. 오직 명상을 직접 해보고 싶어서였을 뿐이었다. 그들 중에는 불교신자도 있었지만 무종교인도 있었다. 호흡명상을 꾸준히 해온 사람도 있고 오늘 처음인 사람도 있다.

유치원 원장님은 명상 수련센터에서 명상을 오랫동안 강의해오신 분이었다. 호흡명상에 대한 원장님의 간략한 설명을 들은 뒤 직접 호흡명상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명상을 하는 동안, 바람에 실려온 풍경소리가 마음을 한층 더 가볍게 만들어주었다. 유치원 뒷자락에 위치한 산자락에서 신선한 녹음의 향기는 마음을 온통 푸르게 물들인다.

명상을 하면 이로운 점이야 여기서 새삼스레 설명할 필요는 없겠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좋은 점은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집중력을 향상시킨다는 점이다. 또한 불면증 우울증 등 불안장애를 치료한다고 한다.

내가 편안해야 내 아이가 편안하다

좀 더 전문적이고 과학적으로 설명하면 이렇다. 우리 몸의 횡경막에 붙어 있는 신경중 미주신경이 부교감신경을 지배하는데, 복식호흡은 횡경막 운동과 같으므로 미주신경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즉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 심장박동이 진정되고 산소 공급이 원활해지면서 근육이 이완되고 심신이 편안해지는 것이다.

실제로 유치원 학부모 중에는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분이 있다고 한다. 요즘 주부 가운데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데, 실제로 내 주변 가까이에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은 약간 충격이었다. 우울증은 그 자신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가족 중 누군가 우울증을 겪게 되면 가족 전체가 고통을 받게 된다. 만약 그가 부모의 입장이라면 어린 자녀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심각하기만 하다.

그러나 거창하게 우울증까지 거론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아니 나는 일상에서 얼마나 크고 작은 짜증, 신경질, 화, 불만, 스트레스를 자녀에게 풀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보게 된다. 때로 부모라는 이름으로 어린 자녀에게 막 대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본다. 내 마음의 화를 다스리지 못해 독화살을 자녀의 가슴에 날리지는 않았는지 반성해보았다. 마음이 무겁다.

ⓒ2007 안소민

이날 자리에 참가한 김경희(38)씨는 대학교 시절 명상을 몇 차례 해보았으나 대학을 졸업한 뒤 처음 해보는 것이었다고 한다. 오랜만에 해보는 거라 조금은 힘들었지만 마음이 한층 편안해지고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이날 유일한 청일점이었던 이준수(40)씨 역시 호기심 반 의무감 반으로 참석한 자리였지만 생각보다 많은 것을 얻게 되었다고 뿌듯해 했다.

내가 편안해야 자녀에게도 편안하게 대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평화로워야 가정이 평화롭다. 내 마음이 심란하고 복잡하면 그 영향은 당연히 자녀에게 미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마땅한 이치를 잘 알면서도 제 마음 하나 잘 다스리지 못하고 사는 나 아닌가.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한 것도 바로 그러한 취지에서였다. 그러한 의미에서 진정한 학부모교육이었다.

 

 

초보자를 위한 복식호흡법

 

 

 


1. 바닥에 편안히 눕고 두 눈을 감는다. 초보자들이 연습하기에 가장 좋은 자세다. 바닥에 몸을 맡기듯이 근육을 이완시킨다.

2. 한 손은 배 위에, 다른 손은 가슴에 올려놓는다. 손으로 호흡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손이 아니라 두꺼운 책을 올려놓아도 좋다. 배의 근육을 단련시키면 복식호흡이 더 쉬워지기 때문이다.

3. 코를 통해 천천히, 가능한 한 깊게 숨을 마시면서 배를 최대한 내민다. 배가 부풀어 오르는 것을 손으로 감지할 수 있을 만큼 숨을 들이마셔야 한다. 이때 어깨와 가슴이 움직이지 않도록 주의한다.

4. 숨을 잠시 멈춘다. 숨을 최대한 들이마신 상태에서 1초 정도 숨을 멈추면 호흡법을 연습하는데 도움이 된다.

5. 숨을 뱉어 배를 완전히 수축시킨다. 코나 입을 통해 천천히 배가 쏙 들어갈 정도로 숨을 내쉰다. 입을 벌러 ‘후~’ 하고 소리를 내듯 숨을 뱉어도 된다. 들숨과 날숨의 비율은 1:2 정도가 되어야 하지만 초보자는 이 간격을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에 최대한 길게 내뱉는다는 생각으로 호흡한다.

6. 차츰 횟수를 늘려간다. 처음에 1분에 10회 정도, 차츰 익숙해지면 1분에 6~8회 정도씩 호흡한다. 하루에 3번, 한 번에 3분씩만 해도 2주쯤 후에는 몸이 가뿐해지는 걸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