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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 스크랩】하늘에 띄우는 순직경찰 아내의 편지

피나얀 2005. 10. 20. 17:44

                           

 


[오마이뉴스 박승일 기자] 매년 10월 21일은 경찰의 날이다. 경찰관들에게는 또 다른 생일이나 다름없는 날이 벌써 회갑을 맞게 되었다. 그러나 경찰의 날이 가슴 아픈 사람들도 있다. 매년 발생하는 순직경찰관들의 가족이 그들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대구 연쇄방화범 검거 도중 범인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순직한 고 김상래 경사의 아내는 더욱 그렇다.

 
▲ 순직 당시 고 김상래 경사의 빈소 모습
ⓒ2005 경찰청
당시 김상래 경사는 검문검색 도중 부상을 입고도 150여m나 범인을 추격하며 자신의 휴대전화로 파출소에 상황을 알려 다른 동료들이 범인을 검거할 수 있도록 하고, 자신은 현장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된 후 수술을 받았으나 순직해 주위를 더욱 아프게 했다.

결국 경찰에서 꿈을 이루지 못한 남편은 아내와 딸 도이(4)만을 남겨두고 떠난 것이다.

그후 고인의 아내인 김아무개(35)씨가 사이버경찰청(www.police.go.kr) 내에 마련된 '순직경찰추모관'에 '내사랑'이라는 필명으로 지난 17일까지 총 100여 편의 글을 게재, 남편에 대한 사랑을 전하고 있어 보는 사람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하고 있다.

김씨는 필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냥, 힘들고 어려울 때면 가끔 찾아와 하소연을 했을 뿐입니다"라며 "나와 딸아이에게 남편은 아주 특별하고 소중한 사람입니다. 기쁜 일보다는 힘든 얘기를 써서 다른 사람들에게 더 마음 아프게 하지 않을지 모르겠네요"라며 남을 배려하는 마음에 자신의 글이 공개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또 김씨는 "비록 공개된 곳에 글을 쓰긴 했어도 남편과 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있어 많은 위안이 되어 주고 있다. 앞으로 남편이 못다 이룬 꿈을 대신 이루겠다"는 소망을 밝히며 말을 맺었다.

▲ 경찰청 홈페이지 내 '순직경찰추모관'
ⓒ2005 경찰청
아래 김씨가 쓴 글 가운데 일부를 그대로 옮겼다.

"출근하면 퇴근도 있어야지...겉절이 같이 비벼먹자"
김씨가 '순직경찰추모관'에 올린 글

제목 : 무엇이 답이 될까?

도이 아빠……
도대체 무엇일까…
모래알처럼 많은 사람들 중에서 모래알처럼
많은 인연들 중에서
이렇게 우리 셋 엮어진 인연인데…
그렇게 손놓아 버려진 우리 둘은
모래알처럼 수많은 알지 못하는 세상에서
어떤 집을 짓고 어떤 대문을 달아야 하는 것일까…

더운 여름날도 당신이 당직일 때는
창문 한번 제대로 열어보지 못했는데
이제는 영영 못 열어 보겠네…

도이 아빠…
엄마한테 혼나더니 당신 방에 들어와서
당신 부르면서 왕방울 같은 두 눈에
구슬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더라…
내가 울어버릴 거 같아 애써 외면했는데….
지금은 내가 그 자리에 앉아있네…

빨리 깨었으면 좋겠어…
어디를 가도 당신 가슴에 붙이고 다니던
코알라처럼 붙어 다니던 당신 딸이…
어떻게 길을 열어야 하는 것인지…
모든 것이 물음표뿐이야…

도이 아빠…
당신이 많이 보고 싶다…
이 악몽에서 빨리 깨어나…
당신 빨리 퇴근했으면 좋겠다……
출근하면 퇴근도 있어야지…

당신 좋아하는 겉절이 해 놓고 기다릴 텐데…
겉절이에 된장 한술 떠놓고
맛있게 비벼먹자…
그런 날엔 언제나 당신 비빔그릇에 숟가락
세 개가 바쁘게 왔다 갔다 했는데…
도이가 얼마나 좋아하는 건지 당신 알지….
한번만… 다시 해봤으면… (2005년 8월 6일)


덧붙이는 글
김씨의 글은 경찰청 홈페이지 순직경찰추모관(http://www.police.go.kr/plaza/memorial/main.jsp)에서 보실 수 있으며, 이후 개인의 직접적인 인터뷰나 언론 공개는 원하지 않는다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


기자소개 : 박승일 기자는 경찰청 사이버기획운영팀에 근무하고 있으며 청소년 범죄(사이버 범죄, 성매매 등)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경기대학교에 재학 중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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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오마이뉴스 2005-10-20 1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