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오마이뉴스
안홍기 기자]
▲ 손석희 MBC 아나운서국장은 <시사저널>이 10월 초 실시한 전문가 설문조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1위에 선정됐다. |
ⓒ2005 오마이뉴스 남소연 |
최근 <시사저널> 설문조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으면서, 신뢰받는 언론인으로 꼽힌 손석희(50) MBC 아나운서 국장. '왜 1위로 선정됐다고 보느냐'고 질문하자 손 국장은 되레 "왜 그런 것 같느냐"고 되물었다.
'목표물을 향해 공중에서 일직선으로 내리꽂히는 매'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공세적 인터뷰어(interviewer)로 정평난 그에 대한 인터뷰는 처음부터 녹록하지 않았다. '영향력 1위로 평가됐는데, 한국언론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냐'고 묻자 "영향력하고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답변만 돌아왔다.
'만년 영향력 1위'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을 4위로 밀어내고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1위, 가장 신뢰하는 언론인 1위로 급부상한 손 국장. <시사저널>은 이번 결과를 "94년 조사 이래 최대 사건"이라고 표현했다.
'아성'을 깨뜨린 '매의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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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아나운서국장으로 승진한 뒤에는 아침마다 참석하거나 챙겨야 할 회의도 부쩍 많아졌다. 짬내기 힘든 일정 때문에 손 국장 인터뷰 시간도 18일 오전 8시 40분으로 잡혔다.
서울 여의도 MBC 아나운서 국장실에서 이뤄진 인터뷰. 손 국장은 '영향력 1위, 신뢰도 1위' 성과를 전적으로 맡고 있는 프로그램의 공으로 돌렸다.
매일 아침 <시선집중>을 통해 청취자들과 사회 현안을 같이 생각하고, <100분토론>에서 뜨거운 이슈를 다루다 보니 시청자 접촉빈도가 높아서 그랬을 것이라는 설명. 다만 '신뢰도 1위'로 평가받은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반갑고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손 국장은 '좋은 사회자 역할'을 묻자 "때로는 방화범의 역할을, 때로는 소방수의 역할을 할 때도 있다"는 한 언론학자의 말을 '정확한 표현'이라며 답변으로 대신 내놨다. 또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강자 못지 않게 소중하게 다루는 게 좋은 방송"이라면서 한국 언론이 당면한 과제로 공영방송까지 침투한 상업성 문제를 지적했다.
최근 변화하고 있는 아나운서 역할론과 관련, 그는 "아나운서도 취재하고 경우에 따라 대본도 쓰고 더 어려운 애드리브(즉흥 대사)도 해야 한다"며 "자기가 한 말을 책임지는 사람들"이라고 규정했다. 아나운서의 연예·오락프로그램 진출과 관련해서는 "파격이라는 미명 아래 망가지는 것은 옳지 않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다음은 손 국장과의 일문일답.
▲ 손 국장은 "'섭외하기 힘드니까 인터뷰도 호의적으로 가야 한다'는 것은 청취자들이 이해해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 |
ⓒ2005 오마이뉴스 남소연 |
"왜 그런 것 같나? 내가 나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겠나. <시선집중>을 통해 매일 아침 하루를 시작하면서 청취자들과 사회 현안을 같이 생각할 수 있고, <100분 토론>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뜨거운 이슈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시청자와 접촉도가 높은 측면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영향력'이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에 대한 영향력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신뢰도' 항목에서 평가가 높게 나온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일을 하면서 그런 평가를 받는 것은 굉장히 반갑고 감사한 일이다."
- 현재 한국 언론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모든 집단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요즘 한국 언론의 문제점을 얘기하자면 꼭 당파성을 따지고 나온다. 나는 당파성으로부터 자유스러워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얘기하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꼽는다면 방송, 신문, 인터넷매체 모두 그렇지만, 지나친 상업성이라고 생각한다. 방송도 상업성이 굉장히 강화되고 있다. 특히 공중파의 경우 전파의 공공성을 얘기하지만 자본편향적인 모습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100분토론>도 당장 다음주부터 밤 12시 이후에 방송된다. 지금까지 밤 11시5분 방송을 어렵게 버텨왔는데, 시청률 논리이지만 안타까운 현실이다. 시장논리, 상업성의 승리라고나 할까. 정치경제학적으로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게 더욱 참담하다. 시장경제에서 어떻게 상업성을 배제하고 살겠나. 그러나 자칫 방송이 다룰 수 있는 건전한 논의를 배제하거나 왜곡시키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이 점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상업성의 승리... 선택 여지 없는 게 더 참담"
- 방송에서 손 국장한테 정곡을 찔려 쩔쩔매는 인터뷰 대상자들이 많다. 이른바 '찌르는 질문'은 어떻게 나오는 것인가.
"인터뷰 기본 틀이 되는 질문은 미리 준비한다. 그러다 궁금한 게 있고 앞뒤가 안 맞는다는 느낌이 들 때 보충질문을 하게 된다. 대상자들도 사전에 알지 못하기 때문에 당황할 것이다. 질문으로서 문제제기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준비된 답변도 가치가 있지만 더 궁금한 것이 생겼을 경우는 질문을 해야 한다. '청취자들이 궁금해 할 수 있다'는 기준으로 질문을 한다. 운이 좋았는지 지금까지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고 나름대로 자평한다.
모든 것을 알고 하는 질문은 질문이 아니다. 늘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게 인터뷰하는 사람으로서 자세라고 생각한다. (사회자가)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본의 아니게 논쟁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인터뷰한 분들은 다음엔 안나오려고 해서 제작진들이 섭외에 애를 많이 먹는다. 반대로 밋밋한 인터뷰보다 조금은 각을 세우는 인터뷰를 통해 해명기회로 삼는다든지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분들도 많이 있다.
며칠 뒤면 <시선집중>을 시작한 지 5년이 된다. <시선집중>이 우리나라 라디오 저널리즘에 상당부분 영향을 끼쳤다고 하는데, 그런 (자유로운 논쟁) 풍토를 만드는데 일조한 점도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섭외하기 힘드니까 인터뷰도 호의적으로 가야 한다'는 것은 청취자들이 이해해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섭외는 우리 몫이고 청취자들에게는 가능한 많은 정보를 알려줘야 한다고 본다."
▲ 손 국장은 '좋은 방송'에 대해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 |
ⓒ2005 오마이뉴스 남소연 |
"사안에 따라 개입할 수도 손놓고 있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지난번 여야의원들이 나와 연정문제를 토론할 때는 나 없이도 잘 흘러갔다. 제작진이 시간을 재보니 100분에서 50분을 내가 개입하지 않은 걸로 나타났다. 토론자들은 각각 논거를 갖고 나오고 사회자는 논거를 잘 풀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입장이어야 한다. 논의가 잘못된 방향으로 간다면 어쩔 수 없이 개입해야 하지만. 성공회대 최영묵 교수가 '때로는 방화범의 역할, 때로는 소방수의 역할을 할 때도 있다'고 표현했는데 아주 정확한 표현이다."
- 논거 자체가 상식에 맞지 않을 때도 있지 않는가.
"이른바 '논거'라고 하는 것은 다중이 동의하는 것들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물론 있는데 대부분 사람들이 대부분 상황에서 동의하지 않는다고 판단될 때는 수정을 요구하기보다 더 정확한 논거를 제시, 교정하도록 지적하는 게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과정에서 편파시비가 일어날 때도 있다. '왜 그쪽 사람들만 지적하느냐'고 하지만 감수해야 할 비난이고, 책임을 방기할 수는 없다."
"주류만큼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도 다뤄져야"
- 아나운서 역할론이 많이 거론되고 있다.
"아나운서도 취재하고 경우에 따라 대본도 쓰고 더 어려운 애드리브도 해야 한다. 아나운서는 자기가 한 말을 책임지는 사람들이다. 아나운서들이 실천하고 있는 저널리즘은 다른 저널리즘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보다 더 다양할 수 있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사회 분야의 모든 저널리즘 현상을 다룬다.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을 통해 저널리즘을 실천하고 있다. 고정관념으로 아나운서를 틀짓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다."
- 최근 아나운서들의 연예·오락프로그램 진출이 많은 것 같다.
"그것도 잘못된 인식이다. 비중이 별로 안 된다. 눈에 띄니까 굉장히 많이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부분도 저널리즘이다. 드라마도 그렇고 모든 것이 광의적 개념의 저널리즘이다. 나는 자신의 이미지를 일관되게 가져갈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파격이라는 미명하에 망가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 좋은 방송은 과연 어떤 것인가.
"기준을 어떻게 세우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것이 좋은 방송이라고 생각한다. 명색이 공영방송이니까 다양한 논의가 불평등 없이 다뤄져야 한다. 그것은 공영방송이 해야만 하는 역할이고 주류만큼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도 다뤄져야 한다. 강자와 약자라는 개념으로 접근할 수도 있겠다.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비판할 때 '너무 강자와 약자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냐'고 하는데, 사람들이 모인 사회인 이상 그것이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내 위치가 어디든 내가 하고 있는 방송은 약자의 목소리를 강자 못지 않게 소중하게 다뤄야 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런 틀을 모든 사안에 적용하면 답이 나온다. 노사관계도 마찬가지고, 환경과 개발, 남성·여성 등 모든 문제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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