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 다시 섰을 때 여기가 바로 내가 있어야 할 자리란 생각이 들더군요”
고교생 가수로 80년대 가요계를 강타한 가수 김승진이 컴백했다. 박혜성과 함께 80년대를
대표하는 꽃미남 가수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이후 그의 삶은 그리 평탄치 않았다. 좌절을 반복하며 재기를 노린 그가 10년 만에 새 음반을
들고 양지로 걸어 나왔다.
데뷔 20년 맞은 80년대 청춘 아이콘
류승범, 임은경, 공효진 주연의 영화 ‘품행제로’는 8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사람들에겐 빛 바랜 앨범 같은 영화다. ‘아하’와 ‘듀란듀란’을 들으며 ‘롤라장’을 누비고, 얼굴의 반을 가리는 ‘잠자리’ 안경을 쓰고, 앞머리를 동글동글 말아 내리며 동류의식을 느끼던 청춘들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빠질 수 없는 논쟁의 불씨가 있었다.
‘품행제로’에서 공효진과 임은경이 그랬듯이 ‘김승진이 멋있냐, 박혜성이 멋있냐’ 혹은 ‘스잔이냐, 경아냐’ 하는 문제는 10대 여학생들에겐 언제나 격렬한 토론 주제였다.
“그 영화 저도 봤죠. 너무 웃겨서 한동안 배를 움켜쥐고 웃었어요.(웃음) 정작 저는 혜성이를 라이벌이라고 생각한 적이 한번도 없어요. 어차피 스타일이 너무 다르잖아요.”
80년대 청춘 아이콘 김승진. 그는 어려서부터 ‘가수’ 이외에 다른 꿈을 꿔본 적이 없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노래에 재능을 보여 유치원 때부터 각종 어린이 콩쿨에 나가 입상하곤 했다. 또래 아이들보다 음악적으로 조숙한 편이어서 초등학교 2~3학년 때부터 산울림 음악을 듣고 따라 부르며 놀았다고 한다.
중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팝송을 듣기 시작했고 집에 마이크까지 설치해놓고 노래 연습을 했다. 그런 그에게 어머니는 “그럼 가수를 해보라”고 권하셨지만 아버지는 집 안에 있는 모든 음반을 갖다 버리시면서 반대하셨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우연한 기회에 오디션을 봤고 당시 유행하던 음악다방에 ‘고교생 가수 김승진’이라는 수식을 달고 무대에 올랐다.
평일에는 학교에 다니고 주말마다 노래를 불렀는데 학교 끝나고 서둘러 종로 일대 음악다방으로 달려가면 김승진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장내가 가득 차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이름이 알려지자 ‘젊음의 행진’에서 출연 요청이 들어왔고, 그것을 계기로 방송에 데뷔했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그에게 데뷔 20년이 되는 해다. 지난 10년 동안 그는 음반을 내기 위해 줄곧 녹음만 반복했다. 될 듯 될 듯하다가도 매번 뜻하지 않은 악재가 겹쳤고 그때마다 음반 발매는 좌초됐다. 그래서 생긴 별명이 ‘녹음만 10년’이란다. 그런 그가 드디어 10년간의 녹음을 마치고 정식으로 음반을 발매했다. 7집 「무사지심」이다.
단돈 5천원 들고 집 나와 10년 동안 ‘떠돌이’생활
흐른 세월만큼 그도 변했다. 여리고 앳된 이미지로 그를 기억하는 팬들에겐 구릿빛 피부의 김승진이 낯설 수도 있다. 달라진 외모만큼 음악적 색채도 낯설다. 그렇지만 18세 소년은 어차피 미완의 존재였을 뿐 현재의 모습이야말로 인간 김승진의 솔직한 모습일 것이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는 질문을 제일 많이 받아요. 어떻게 지내긴요. 꾸준히 음악 했죠. 음반이 나오지 못해서 그렇지… 하긴 지난 10년은 제가 생각해도 괴로운 나날이었어요. 1995년에 아버지께 마지막으로 한번만 도와달라고 해서 1억 5천만원을 지원받아 음반을 제작했어요. 일본에 건너가 실력 있는 뮤지션과 손을 잡았죠. 좋은 음악을 제대로 만들어볼 욕심에 의욕도 앞섰구요.
그러다가 IMF가 터졌어요.
돈은 떨어지고 음반 제작은 흐지부지되고… 도저히 집에 들어갈 수 없더군요. 수중에 남은 단돈 5천원을 들고 바로 집에서 나왔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10년 동안 말 그대로 ‘떠돌이’로 지낸 거죠.”
![](http://imgnews.naver.com/image/ladykhan/2005/11/18/20051108170901_2_e3_2.jpg)
집을 나온 직후 가수 김완선의 녹음실 옥탑방에서 얼마간 신세를 졌다. 여름이면 한증막이나 다름없는 그곳에서 술에 찌들어 살다시피 했다. 보다 못한 후배 작곡가가 자기 집에 들어와 살라고 해 그 집으로 거처를 옮겨서 또 얼마간을 지냈다.
수중에 돈이 생기면 모텔을 전전하기도 했고 또다른 친구집에 얹혀살기도 했다. 그러나 녹음 계약이 성사되면 계약한 회사가 제공하는 빌라에 들어가 살다가 계약이 틀어지면 다시 나오고… 그렇게 그의 떠돌이 생활은 계속됐다.
어린 나이에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김승진에게 좌절의 시간은 남들 배 이상의 고통이었다. 무작정 집을 나온 뒤 돈이 없어 빵 몇 조각으로 며칠을 버틴 적도 있고 편의점에서 찐 달걀 하나로 허기를 달랜 적도 있다. 누군가 그런 자신을 알아보기라도 할까 봐 전전긍긍했고, 비참한 기분에 빠져 술 없이는 잠 을 이룰 수 없는 나날이었다. 그런 아들 때문에 어머니 눈가엔 눈물 마를 날이 없었고 아버지와 갈등은 점점 깊어만 갔다.
그를 가장 힘들게 한 건 무엇보다 사람들의 배신이었다. 사람을 잘 믿는 천성 탓에 사기 아닌 사기도 자주 당했다. 2003년에는 록그룹 ‘미카엘 밴드’를 결성해 재기를 노렸지만 홍보를 담당하던 후배가 공금을 가지고 달아나는 바람에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렇게 악재는 끊이지 않고 그의 곁을 맴돌았다.
“저는 성격상 여유가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사람들한테 잘 해주려 애쓰는 편이에요. 그런데 사람들이 내 맘 같지 않다는 걸 그땐 잘 몰랐죠. 좋을 때는 서로 좋지만 잘 안 될 때는 모른 척하는 것이 사람들의 속성이라는 걸 지난 10년 동안 서서히 깨달았어요.”
내공 있는 음악으로 돌아온 김승진
그러나 죽으라는 법은 없다고 그에게도 기회가 왔다. 노숙자 출신 CEO로 유명한 에스보드의 강신기 사장을 만나면서 일이 풀리기 시작한 것. 강사장 역시 사업이 부도로 망해 노숙자 신세로 전락한 뒤 사람들의 질시와 편견 속에 벼랑 끝까지 간 경험이 있어 누구보다 김승진을 이해해주었다. 단 세 번의 만남 후에 뮤직비디오를 찍으라고 선뜻 3천만원을 건낸 것도 그런 이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번 앨범은 10년 동안 1년에 2곡 꼴로 녹음한 노래를 비롯해서 ‘유리창에 그린 안녕’ 리메이크 버전이 수록돼 있어요. ‘스잔’도 열여덟 살 때 부른 버전 그대로 다시 실었구요. 사실 너무 민망해서 듣기 괴롭지만 지금까지 저를 잊지 않고 응원해주신 팬들을 위해 그렇게 했습니다. 사실 그분들이 아니었다면 전 여기까지 버티지도 못했을 거예요.”
타이틀곡 ‘무사지심’은 무사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록 발라드 곡. 드라마틱한 곡조 때문에 한번만 들어도 강렬한 인상을 받는다. 이 노래 외에도 ‘회상’ ‘All for you’등 앨범에 수록된 신곡 모두를 뮤지션 김준선이 작사작곡했다. 김준선은 1990년대 초 연세대 철학과 재학 시절 ‘아라비안 나이트’를 불러 가수로서도 인기를 끈 인물. 이후 프로젝트 그룹 ‘컬트’와 ‘뷰투’등을 결성해 ‘너를 품에 안으면’ 등의 히트곡을 내기도 한 역량 있는 뮤지션이다.
김승진의 이번 앨범은 그의 노련한 작곡 솜씨가 세련된 편곡과 함께 더욱 돋보이는 음반이다.
김승진 역시 세련된 기교와 창법으로 사뭇 매력적인 음색을 들려준다. 그 자신 일찍부터 제이팝에 관심이 많던 탓에 일본의 록 발라드풍을 자연스럽게
구사하고 있다. 아닌게아니라 이 앨범을 일본 진출의 교두보로 삼을 생각이란다.
“무대에 다시 서니 일단 기분이 너무 좋더군요. 뭐랄까… 긴장과 흥분이 뒤섞인 기분이라고 할까요.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바로 여기 있어야 했는데 그동안 너무 오래 딴 곳에 있었구나 하는 기분…. ”
짧지 않은 좌절의 시간. 그를 가장 괴롭힌 건 사람들로부터 잊혀지고 소외된다는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을 그만두겠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본 적 없었다. 그건 아예 그의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이었다고 한다. 말하자면 음악은 인간 김승진의 본질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각오라… 글쎄요. 이번엔 오히려 담담합니다. 서너 번 깨지다가 네번째로 음반 녹음을 할 땐 각오가 정말 대단했죠. 하지만 그렇게 열두 번을 꺾였다고 생각해보세요. 그 경지를 넘어섰지요. 각오라기보다는 지금 주어진 상황에서 담담하게 노래하고 싶습니다.
나를 도와주신 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그래서 그 은혜를 갚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죠. 이젠 저도 철 좀 들어야죠.(웃음)”
글 / 박연정 기자 사진 / 박형주 장소 협조 / 모이라이 웨딩 - 대한민국 새신문!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 경향신문 & 미디어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출처-[레이디경향 2005-11-18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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