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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 스크랩】 [맞벌이 빛&그림자]힘들지만 그래도 선택은 맞벌이

피나얀 2005. 12. 5. 19:15

 


 

 


사립 명문대를 졸업하고 외국계 자산관리회사에서 일하던 임수진씨(35). 학교 다닐 땐 일을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지만 작년초 아이 양육을 위해 일을 접었다. 일 자체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 다른 직장을 알아보고 싶어도 아이 양육에 편한 직장이라 망설이고 있던 차였다.

 

일단 사직을 하면 재취업이 어려울 것이란 생각은 있었지만 이러다가는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성공할 수 없다는 생각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맞벌이 부부들은 늘 갈등하며 산다. 양육비 부담에 사회생활 하며 들어가는 부대비용까지 계산하면 둘이 벌어도 별로 남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고, 바쁘게 돌아가는 하루하루에 치여 살다보면 아이들의 장래가 걱정되기도 한다. 맞벌이의 장·단점을 생각하며 끝없이 저울질하게 되는 게 현실인 것 같다.

 

#‘일하는 엄마 집으로’ 왜?

 

지난해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일하는 엄마’가 되기 위해 투쟁했던 여성들이 이젠 일자리를 떠나 가정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1990년대 ‘슈퍼우먼 시대’의 풍토가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것.

 

가디언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남편의 수입으로 가계를 감당할 수 있을 때에 한한 현상이긴 하지만 여성들이 남성과 동등한 대접을 받기 위해 투쟁했던 지난 30~40년간의 추세에서 벗어나기 시작해 이젠 가정생활을 직장생활에 맞춰가는 것이 아니라 직장생활을 가정생활에 맞춰나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쪽에선 각계각층에서의 여성들 활약상이 보도되는 반면, 맞은편에선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들의 쓸쓸한 퇴장이 이어진다.

 

2001년 ‘대졸여성의 노동경험과 직업의식 신화’라는 논문을 쓴 경기도 여성능력개발센터 조정아 소장은 여성들의 U턴 현상에 대해 ‘노동과 좌절’이라고 표현했다.

 

논문에 따르면 386세대의 경우 여성들은 서류심사에서도 통과되기 어렵던 시절 직장에 들어간, 그야말로 성취의식이 뚜렷한 사람들이었지만 직장에서의 한계가 뻔히 보이고, 인생에 도움이 안되겠다는 생각에 직장생활을 포기했다는 것.

 

조소장은 “요즘에는 제도적인 차별이 많이 줄었지만 가사와 양육이 여전히 여성들의 책임으로 간주되는 한 아무리 직장과 가정에서 힘들게 일해봤자 남는 게 없겠다는 생각이 들 때 회사에서 나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미디어에서도 기혼여성의 직장생활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게 그려진다.

 

서울 YWCA 모니터회 정윤주 회장은 “기혼여성들의 직업은 일 자체보다 주부라는 역할에 부가된, 가족과 갈등을 빚는 장치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며 “직종 자체도 미혼여성들은 멋진 커리어우먼으로 그려지지만 기혼여성은 전문직보다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고단한 캐셔나 판매직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래도 맞벌이가 대세다

 

이렇듯 맞벌이에 대한 사회문화적 환경은 열악하지만 맞벌이는 대세다.

지난해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20·30대 미혼 남녀 48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온라인 설문 결과에 따르면 남성의 79.9%는 결혼상대로 맞벌이할 수 있는 여성을 원했으며, 여성의 76.1%는 결혼과 출산 후에도 직장생활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절대 다수가 맞벌이를 원하는 상황에서 여성들이 직장을 그만두는 가장 큰 이유는 자녀문제. 그러나 자녀교육에서도 맞벌이가 결코 불리한 건 아니다.

 

한양여대 유아교육과 주은희 교수는 “취업 유무보다 아이에 대해 계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가 자녀들의 장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전업주부의 경우 아이 일정을 중심으로 생활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녀가 뭘 스스로 해보겠다는 동기 부여가 되지 않으면 문제를 겪게 되고, 열심히 직장생활을 하는 부모 밑에서는 아이가 독립적이고 성취지향적일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취업주부들은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인 아이에게 세심한 관심을 보여줄 것을 당부했다. 취학 전엔 종일제 보육으로 커버되는 경우가 많지만 초등학교 저학년 땐 아이 적성에 대한 세심한 배려없이 사교육에 방치되는 경우가 문제로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맞벌이 비율은 약 50%. 맞벌이부부 중 경제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갈등은 생계형보다 고학력 중산층이 심하다.

 

한국여성개발원 노동·통계연구부장 김태홍 박사는 “2004년 우리나라 대졸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60.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라며 “더욱 큰 문제는 고학력 여성들에서도 정규직 비중이 줄고 비정규직 구성비가 높아진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김박사는 고학력 여성들을 취업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사회적 환경 변화와 함께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정아 소장도 “고령화 저출산 사회가 되면서 우리나라도 앞으로는 맞벌이를 안하면 살 수 없는 선진국형 구조로 가게 될 것”이라며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맞벌이의 비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정책목표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송현숙기자 s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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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경향신문 2005-12-05 1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