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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 스크랩】“넌 사서 쓰니? 난 빌려쓴다!” 새로운 소비패턴 렌털

피나얀 2005. 12. 28. 18:13

 


 

 


[동아일보]

 

 

《‘오토바이 광’인 김인국(29) 씨는 주말이면 1700만 원짜리 일본 혼다 ‘블랙버드’ 오토바이를 빌려 스피드를 즐긴다. 렌털 비용으로 10만 원 안팎이 들지만 효용 가치는 그 이상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회사원 윤진애(32) 씨는 거의 매주 두 자녀에게 10만 원이 넘는 고급 목재 장난감을 빌려 준다. 윤 씨는 “똑같은 금액으로 좀 더 가치 있는 소비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렌털의 매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빌려서 쓰는 ‘렌털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소비의 목적을 ‘소유’보다 ‘사용’에 두는 똑똑한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생활용품 렌털 서비스가 다양해지고 있는 것.

 

자동차 책 유아용품 정수기 비데 한복에 이어 최근에는 오토바이, 실내조경용 화단, 애완견, 각종 명품 소품 등이 주요 렌털 품목으로 등장하고 있다.》

 

○ 소비의 중심은 ‘소유’가 아닌 ‘사용’

 

패션 사업을 하는 김정은(42) 씨는 “사업상 파티에 자주 참석하게 되는데 매번 같은 옷을 입고 갈 수 없어 파티복을 자주 빌려 입는다”고 말했다.

명품 가방을 즐겨 쓰는 김수진(27·회사원) 씨는 명품 대여 업체에 연회비 20만 원을 내고 10회가량 가방등을 빌려 쓰고 있다.

 

얼마 전 200만 원짜리 샤넬 검은색 퀼트 가방을 단돈 2만 원에 빌려 기분이 좋았다고 귀띔했다.

인천 부평구 십정동에 사는 김현민(27) 씨는 “최근 트레드밀(러닝 머신)을 월 6만 원에 빌렸다”며 “달리기가 싫증이 나면 다른 제품으로 바꿔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참살이(웰빙) 바람이 불면서 면 기저귀를 빌려 쓰는 엄마들도 늘어났다. 면 기저귀는 세탁과 항균 서비스가 추가돼 렌털 비용이 오히려 비싸지만 그래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

 

이제는 화단도 빌려준다. 이재호(42) 현진원예 사장은 “나무와 꽃을 좋아하지만 관리 요령을 모르거나 시간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화단 렌털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숙명여대 김용자(金容子) 경제학부 교수는 “부모 세대는 돈 주고 물건 빌리는 것을 이상하게 보지만 젊은 세대는 그렇지 않다”며 “유행과 개성을 추구하고, 소유보다는 사용을 중시하는 계층이 새로운 구매 주체로 부상하면서 렌털 소비가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 유행의 속도에 적응하는 소비방식

 

회사원 유준희(28) 씨는 평균 3개월에 한 번씩 디지털카메라를 새것으로 바꾼다. 현재 사용하는 제품은 삼성케녹스 ‘#1 MP3’지만 곧 큰 렌즈가 달린 고급 제품으로 바꿀 계획이다. 사용한 제품은 옥션 등 온라인 장터에서 팔아 새 제품을 사는 데 보태 쓴다.

 

유 씨는 “이런 식으로 상품을 교체하면 월 평균 6만∼7만 원의 임대료를 내고 새 상품을 빌리는 것과 같다”며 “온라인 장터에는 비슷한 소비 방식을 가진 얼리 어답터(제품을 먼저 써 보고 기능 등을 주변에 전파하는 소비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새 제품을 할부로 사면 할부금을 다 갚기도 전에 구입한 제품이 구형이 되는 것이 요즘 정보기술(IT) 제품의 개발 추세.

 

LG전자 휴대전화 마케팅팀 유승영 차장은 “2∼3년 전 10개월이던 휴대전화 교체 주기가 지금은 6개월로 단축됐다”며 “IT 제품은 시판 시기를 놓치면 판매에 큰 지장을 줄 정도로 속도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명품 렌털 수요도 유행에 민감한 젊은층이 주요 소비 계층으로 부상하면서 늘고 있다.

 

명품 대여 업체 피폭스의 김성년(48) 기획이사는 “유행을 타는 명품이 많아지면서 명품 가방 1개로 치장하던 시절은 지났다”며 “젊은이들에게 명품은 ‘소장품’이 아닌 ‘장신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트렌드 컨설팅 업체 아이에프네트워크 김해련(金海蓮) 사장은 “정보 공유 속도가 빨라지면서 유행과 소비 행태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변화와 자극의 수단으로 렌털이라는 ‘실용적인’ 방법이 주목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 중산층과 2635세대가 주도

 

렌털 소비의 중심에는 고학력 중산층이 있다. 한국렌탈산업협회 전성진(全成振) 사무총장은 “소유에 집착하지 않을 정도의 경제적인 여유가 있고, 빌릴 때와 구매할 때의 장단점을 따져 보는 중산층이 렌털 소비의 중심 고객”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풍요로운 유년기를 보낸 2635세대(26∼35세)도 렌털 소비의 주역이다. 2635세대는 과거 X세대에 해당하는 계층으로 공동체가 안고 있는 문제보다는 개인주의와 개성을 중시하는 성향을 보인다.

 

2635세대가 소비 주체로 등장하면서 소유에 대한 집착이 덜한 소비 행태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작은 사치’를 즐기고 있다고 분석한다. 트렌드 예측 전문가인 미국의 페이스 팝콘 씨는 작은 사치를 향후 10년 동안 지속될 트렌드 중 하나로 지목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신형원(愼馨原) 수석연구원은 “렌털 산업은 고객이 한번 접해 보면 쉽게 이탈하지 않는 ‘록인(Lock-in) 효과’가 크다”며 “렌털 소비가 자리 잡기 시작하면 시장도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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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동아일보 2005-12-28 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