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건강】

지친 한 해 몸과 마음의 찌꺼기 비우는 단식

피나얀 2005. 12. 29. 18:58

 


 

 

 


[조선일보 김성윤, 유창우 기자]

 

“1주일의 단식은 피를 정화하고, 2주일의 단식은 뼈를 정화하며, 3주일의 단식은 마음을 정화한다.” (이슬람교 창시자 무하마드)

 

알 수 없는 오류로 컴퓨터가 작동하지 않을 때가 있다. 이럴 때 리셋버튼을 눌러 컴퓨터를 껐다가 다시 시작하면 웬만한 문제는 해결된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단식(斷食)’을 ‘몸의 리셋(reset)버튼 누르기’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단식은 원래 ‘특정한 목적을 위해 일정 기간 음식 섭취를 끊는 일’을 말한다. 인간의 가장 근본적 욕구인 식욕을 스스로 절제하는, 웬만큼 모질고 독하지 않으면 하기 힘든 행위다.

 

그래서 단식은 결연한 의지를 표현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돼왔다. 독립을 요구하며 영국에 단식으로 맞선 인도의 간디가 대표적이다. 멀리 갈 필요 없다. 한국에서도 과거 군사정권 시절 야당 정치인들은 단식으로 저항했고, 최근에는 지율스님이 천성산 터널공사 중지를 요구하며 단식을 했다.

 

종교계에서는 단식을 수행으로 본다. 석가모니는 6여년간 7일에 한 끼 정도 아주 적은 음식만 섭취하며 단식 고행을 하다가 큰 깨달음을 얻었다. 예수는 서른 살 때 광야에서 40일간 단식기도를 마친 뒤 공적인 삶을 시작했다. 이슬람에서는 이슬람력(曆)으로 아홉 번째 달인 라마단월(月) 한 달 동안 매일 해가 떠서 질 때까지 물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는 것으로 신을 경배하는 동시에 가난한 사람들의 배고픔을 이해하는 계기를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절박한 저항 수단이자 종교적 수행으로 여겨지던 단식이 ‘민가’로 내려와 살빼기 수단이 되고 있다. ‘단식=다이어트’라는 단순 공식은 틀리지는 않지만 정확하지도 않다. 단식은 우리가 가지고 태어났지만 잊고 지냈던, 자기 스스로 치료하는 능력을 회복하는 수단이다.

 

 “배고픔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고통입니다. 우리 몸은 단식을 ‘비상사태’로 인식합니다. 잠들어있던 자율신경이 깨어납니다. 그리고 엄청나게 민감하고 격렬하게 반응합니다.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을 제외한 모든 불필요한 요소들을 버리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그 동안 몸에 쌓였던 노폐물과 독소들이 몸에서 빠져나갑니다.”(경희의료원 한방재활의학과 신현대 교수)

 

단식은 몸을 정화하는 치료법으로 보아야 더 정확하다. 단식을 하면 몸이 가벼워진다. 영양 과잉과 불규칙한 식사로 헝클어진 식습관이 제자리로 돌아온다. 만성 피로, 피부 트러블, 장염, 알레르기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 물론 단식으로 모든 병을 치료할 수는 없다. 컴퓨터에 치명적 결함이 생겼다면 리셋 버튼을 누른다고 해결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2005년을 되돌아본다. 지난 일 년, 나는 나의 몸을 잠시라도 쉬도록 배려했던가. 2006년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리셋 버튼을 눌러주자. 몸의 요소요소가 제 기능을 회복한 건강한 몸으로 새해를 맞자.

 

 

(글=김성윤기자 [ gourmet.chosun.com])

(사진=조선영상미디어 유창우기자 [ canyo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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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조선일보 2005-12-29 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