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제공=가자추억백화점(www.oldgift.com)> |
요즘은 길거리에서 어린 아이들의 모습을 통 찾아보기 힘들지만 예전에는 달랐습니다. 골목 어귀마다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넘쳐났습니다. 무작정 길거리에 앉아 놀이 삼매경에 빠진 아이들.
여자 아이들은 조그만 내복상자 하나씩을, 남자아이들은 불뚝한 바지주머니를 만지작거리며 나타났습니다. 친구들 여럿이서 뒤엉키고 엎어지며 놀았습니다. PC방과 컴퓨터 게임이 없어도 즐겁기만 했습니다.
#. 엄마의 추억 - “옷 물려 입던 설움, 종이인형으로 풀었지요”
초등학교 앞 문방구 커다란 소쿠리 안에는 각양각색의 종이인형들이 가득했습니다. 그러면 한 무리의 아이들은 쪼르르 쪼그려 앉아 마음에 드는 종이인형을 골랐습니다. 한 장에 20원~100원.
한 장만 고르자니 서운하고, 두서너 장을 고르자니 ‘또 종이인형이냐’며 호통 칠 엄마가 떠오릅니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두 장을 집어 들고 일어나면 그 때서야 쪼그려있던 다리가 저려옵니다. 문방구 문을 나서는 얼굴엔 헤벌쭉 웃음꽃이 피어났습니다.
종이인형을 마주하고부터는 침착해야 했습니다. 가냘픈 목과 얼굴, 드레스의 요란한 레이스를 모양대로 오리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선을 따라 가위질해도 어설프고, 잠깐 한눈파는 사이 가위는 제멋대로 움직이기 일쑤였습니다. 싹둑 잘려나간 목과 손목을 스카치테이프로 붙이며 제 몸 다친 것 마냥 아파했습니다.
종이인형에 분홍색 잠옷이며, 나풀거리는 치마를 입히면 놀이 그 이상의 재미가 있었습니다. 언니나 오빠의 옷을 물려 입던 시절, 종이인형은 아이들에게 단연 인기 최고였습니다. 마론인형처럼 볼록한 가슴과 늘씬한 다리를 뽐내지는 않았지만 상관없었습니다. 오히려 몸통에 비해 큰 머리가 매력이었습니다.
몇몇 친구들은 종이인형을 직접 만들기도 했습니다. 빨리 어른이 돼 해보고 싶은 머리스타일과 입고 싶은 옷을 도화지에 직접 그리고 색칠했습니다. 솜씨는 조금 서툴었지만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손때 묻어 새까매져도 버리지 않고 내복상자에 쟁여놓던 종이인형. 어렴풋한 유년시절, 종이인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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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의 추억 - “딱지치기 잘 해야 골목대장 했죠”
흙먼지 풀풀 나는 좁은 골목길에 조무래기 한 무리가 모이면 딱지치기 시합이 벌어졌습니다. 손은 금세 시커메지고 이마에선 땟국물이 줄줄 흘렀습니다. 그래도 깔깔대는 웃음소리는 그칠 줄 몰랐습니다.
딱지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달력이나 우유팩 등 두꺼운 종이로 접은 딱지와 만화가 인쇄된 종이를 오려낸 동그란 딱지. 종이를 접어 만드는 딱지는 지난 밤 아빠를 졸라 몇 시간을 공들여 만들었습니다.
납작할수록 좋다기에 발로 밟고 책갈피에 끼워놓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문방구에서 파는 딱지에도 정성을 기울이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점선대로 뜯을 때도 조심조심해야 합니다. 또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니 예행연습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딱지치기의 방법은 간단합니다. 우선 가위바위보를 해 진 아이가 땅바닥에 딱지를 놓습니다. 그러면 이긴 아이가 자기 딱지로 상대방의 딱지 옆을 내리쳐, 뒤집히면 따먹는 놀이입니다. 딱지가 땅바닥에 부딪힐 때마다 ‘딱’ ‘딱’ 하고 소리를 냈습니다. 제 뜻대로 딱지가 넘어가면 그만큼 경쾌한 소리가 없었습니다.
딴 딱지를 모아 싼값에 파는 친구도 있었지만 그냥 따먹는 재미였습니다. 딱지를 모두 잃은 친구들이 울고불고 떼를 쓰면 선심 쓰듯 몇 장을 쥐어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둘도 없는 사이가 됐습니다. 딱지치기가 끝나고 친구네 집에 몰려가 먹는 찐 고구마는 그야말로 꿀맛. 골목대장도 딱지치기를 잘해야 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싸움을 잘하는 아이도 친구들의 인기 앞에서는 맥을 못 췄습니다.
특별한 놀이용품 없이도, 어울릴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족했던 딱지치기. 어렴풋한 유년시절, 딱지는 골목길에서 친구들과 나누던 정겨움이었습니다.
<미디어칸 이성희기자 mong2@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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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경향신문 2006-01-1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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