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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 코미디' 그 세계가 그렇게 좋아 보여?

피나얀 2006. 2. 3. 19:55


 

 

조폭 코미디? 생각해보니 정말 많기도 하다. 그런데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조폭'이라는 소재 하나 가지고 정말 다양한 장르에서 영화를 만들 수 있으니 말이다. 액션 영화도 제작할 수 있고, 멋들어진 느와르도 만들 수 있다. 물론 코미디는 기본이다.

확실히 이 조폭 영화, 혹은 조폭 코미디라는 장르(?)는 언제부턴가 한국 영화계에서 '붐'에 가까울 정도로 제작되고 있다. 기본적인 재미와 함께 감독의 역량에 따라서는 화끈한 액션이라는 눈요기도 시켜주는 이 장르는 그와 동시에 영화계의 '공공의 적'라는 낙인도 찍혀 있다. 이게 왜 공공의 적인 걸까? 충분히 '재미있는데' 말이다. 조폭 영화, 그 변질된 역사를 돌아보자.

그 시절의 조폭들은 어떤 모습을 보였나?

일제시대의 주먹 '김두한'을 다뤄 한국형 액션 형식의 창시와 더불어 크게 흥행에 성공했던 <장군의 아들> 이후의 대표적인 조폭 관련 영화로는 장현수 감독의 <게임의 법칙>과 김상진 감독의 <깡패 수업> 등을 들 수 있겠다.

이 영화들은 보다 직접적이면서도 강렬한 메시지 부여를 통해 그들의 일그러진 현실을 재조명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내용면에서도 상당히 비슷한 요소가 많다. 이 영화들은 카메라의 적극적인 움직임과 액션까지도 영화가 주는 메시지를 관객이 더욱 빠르게 흡수할 수 있도록 돕게 했다.

한마디로 이 영화들은 <장군의 아들> 시리즈에 이어 '한국형 액션 영화'의 형식을 이어받으면서도 <장군의 아들>과는 다른 조폭에 대한 직접적인 메시지라는 새로운 형식을 적극적으로 내세운 영화들이다.

조폭 코미디, 언제부터 유행한 거지?

 

 
▲ 독주에 가까운 흥행 실적을 보이고 있는 조폭 코미디 <투사부일체>
ⓒ2006 시네마제니스
조폭 코미디의 첫 유행을 이끈 영화는 송능한 감독의 <넘버3>다. 이 영화는 독특한 인물 설정이 장점으로 빛난 영화이기도 하다. 다만 이 영화까지만 해도 그들에 대한 '미화'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이 영화의 흥행은 아이러니하게도 '조폭 코미디'라는 형식의 확산은 물론이고, '조폭에 대한 미화'로 변질되는 악순환을 낳는다.

'미화 논란'의 첫 발을 내딛은 영화는 누가 뭐래도 <조폭 마누라> 시리즈. <조폭 마누라>는 <넘버 3>의 흥행을 계기삼아 별다른 영화적 개성 없이 유명 배우의 출연과 '조폭'이라는 이름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코믹한 설정, 그리고 '의리'라는 그들의 빼놓을 수 없는 덕목을 추가해 흥행에 성공했다.

<가문의 영광> 시리즈나 <두사부일체> 시리즈, 그리고 <보스 상륙 작전> 등의 잇따른 아류작들에 대해 관객이 흥행 여부와 관계없이 일관된 비난의 어조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먼저 이들 영화는 <넘버3>와 <조폭 마누라> 시리즈가 이끌어낸 기본적인 뼈대를 그대로 유지하며 캐릭터의 낮은 지적 수준에 대한 비하나 슬랩스틱 코미디의 선을 벗어난 지나친 폭력성 등, 그들의 '무식'을 통한 억지 개그를 주된 소재로 삼았다. 이 영화들은 결정적으로 이 2개의 승부수로부터 거의 벗어나지 못하는 등, 형식마저도 그대로 복제됐다는 점에서 비난의 시각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장르(?)가 꾸준히 유행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바로 '기본적인 재미'는 보장받을 수 있다는 기대심리 때문이다. 일상 속에서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관객들은 코미디 장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영화들을 통해서 적어도 일상 속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웃음만은 제공받을 수 있다는 이유다.

전작과 별다른 차이점 없이 '억지'만 추가된 <투사부일체>를 보면 이 영화들이 과연 '기본적인 재미'를 앞으로도 보장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투사부일체>가 짧은 시간에 400만 관객을 동원하고 있다는 현실은 이 장르의 하늘을 찌르는 인기가 여전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한국 영화계의 당면한 숙제 "조폭 코미디를 극복하라"

 

 

▲ 류승완이라는 신예 감독의 첫 출발을 알린 걸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한 장면
ⓒ2006 CNP엔터테인먼트
영화를 제작한다는 것도 어디까지나 수익을 위해 이루어지는 일인 만큼 영화 관계자들은 이 장르가 기본적으로 보장하는 폭발적인 흥행 수치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생각해본다면 '조폭 코미디' 장르의 유행은 한번쯤 돌아봐야 할 사항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스크린쿼터 축소 논란으로 영화계가 혼란에 빠진 지금, 이 심각한 문제를 바라보는 네티즌과 관객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그리고 그 차가운 시선 속엔 꾸준히 양산돼 스크린을 차지하고 있는 '조폭 코미디'가 자리 잡고 있다.

영화계는 스크린쿼터 축소라는 당면한 과제에 앞서 '조폭 코미디'라는 일그러진 자화상을 극복하기 위해 머리를 모아야 한다. 관객들은 그대로 복제된 듯한 천편일률적인 억지 조폭 코미디보다는 보다 새롭고 감동적인 영화의 감상을 원한다.

앞서 언급한 <게임의 법칙>이나 <깡패 수업>, 그리고 류승완이라는 걸출한 감독을 탄생시킨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등의 영화들이 똑같이 조폭을 다루었음에도 근본적으로 다룬 시각과 감독의 깊은 성찰 덕분에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자.

관객의 시선은 언제나 냉정하다. 좁게는 스크린쿼터 문제, 넓게는 관객의 냉정한 시선에 부합하는 영화의 생산을 위해서는 영화계의 보다 더 진지한 고민과 함께 깊은 성찰이 담긴 영화의 제작은 필수적이다.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와 한겨레신문의 제 블로그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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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오마이뉴스 2006-02-03 1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