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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작 영화는 현재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영역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학교 차원의 한중 교류는 합작 영화의 미래를 준비하는 데 있어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본격적인 겨울 추위가 막 시작된 지난해 11월 23일 서울 석관동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이하 영상원) 앞. 가뜩이나 얼어붙은 땅에 물 뿌리기가 한창이다. 환한 조명으로 밤거리를 밝혀 놓은 이 곳은 한중 합작 영화 <미드나이트 호텔> 촬영현장. 학생들이 만드는 단편영화이긴 하지만 중국감독, 한국 프로듀서, 한국과 중국배우들이 함께 출연하는 명실상부한 합작 영화다.
감독은 중국 베이징전영학원 감독과 석사 2학년 쿠이콴이, 프로듀서는 영상원 영화과 3학년 신예인 씨와 베이징전영학원 감독과 석사 2학년 왕즈가 함께 맡았다. 출연진 역시 베이징전영학원 연기과 석사 과정인 마몽리와 한국 안양예고 학생 두 명 등 세 명이 공동 주연이다.
이들이 함께 만들고 있는
<미드나이트 호텔>은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중학생 혜인과 동은 커플이 어른들처럼 첫날 밤을 보내기 위해 여관을 찾아 나섰다 우연히
길 잃은 중국 유학생 이영려를 만나 벌어지는 일을 담은 단편영화.
4회 차인 이 날 촬영분은 서울 밤거리를 헤매던 혜인, 동은, 영려가 택시를 잡으려 하지만 잘되지 않는 장면이다. 총 7회로 예정된 로케이션 기간의 절반이 지나서인지 서로 다른 언어로 이야기하면서도 꾸이콴 감독의 ‘카메라’ ‘액션’ 구호에 맞춰 빠른 속도로 촬영이 진행됐다.
4회 차인 이 날 촬영분은 서울 밤거리를 헤매던 혜인, 동은, 영려가 택시를 잡으려 하지만 잘되지 않는 장면이다. 총 7회로 예정된 로케이션 기간의 절반이 지나서인지 서로 다른 언어로 이야기하면서도 꾸이콴 감독의 ‘카메라’ ‘액션’ 구호에 맞춰 빠른 속도로 촬영이 진행됐다.
이 현장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
하나는 두 명의 통역 요원. 한 명은 감독과 함께 모니터를 들여다보면서, 또 다른 한 명은 모니터 건너편 배우와 스탭들에게 붙어 서로의 언어를
전해주느라 여념이 없다. 한 명이 화장실에라도 갈 참이면 반드시 다른 한 명이 양쪽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비슷한 풍경은 같은 시기 중국 베이징에서도 벌어졌다. 베이징에서는 영상원 전문사 과정 촬영 전공 구혁탄 감독이 연출하고, 중국 베이징전영학원 학생들을 중심으로 꾸려진 스탭들이 영화 <점핑>을 만들고 있었다.
비슷한 풍경은 같은 시기 중국 베이징에서도 벌어졌다. 베이징에서는 영상원 전문사 과정 촬영 전공 구혁탄 감독이 연출하고, 중국 베이징전영학원 학생들을 중심으로 꾸려진 스탭들이 영화 <점핑>을 만들고 있었다.
<점핑>은
베이징 U-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베이징에 왔지만 갑작스런 부상으로 출전을 할 수 없게 된 한국 선수 현성과 역시 부상으로 대회에 출전할 수 없게
된 중국 체조 선수 샤오린의 인연을 다룬 단편영화. 11월 7일 베이징으로 한국 스탭과 배우가 건너가 14일부터 12월 4일까지 7회차로 촬영이
마무리됐다.
합작, 약속을 지켜라
합작, 약속을 지켜라
지난 해 11월 초부터 12월 초까지 서울과 베이징 양국에서 벌어진 이 프로젝트의 정식 명칭은 ‘한중 학생 합작영화제작 사업’. 영상원과 베이징전영학원이 손잡고 양국 학생들의 서로에 대한 이해를 돕는 동시에, 합작 영화의 제작 과정을 체험토록 하기 위해 처음 시도된 프로젝트다.
영상원 김성수, 편장완 교수와
베이징전영학원 시에샤오징, 무더위엔 교수가 주축이 됐다. 진행 방식은 철저하게 공동 작업이다.
합작 단편영화 제작 정신이 구현될 수 있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국에서 제작하는 작품에는 중국 쪽에서 감독을 맡고, 중국에서 제작하는 작품은 한국 쪽에서 감독을 맡게 했다. 프로듀서는 양국 학생이 한 명씩 한 영화 당 두 명을 두고 진행했다. 스탭은 현지 학생들이 담당했다.
합작 단편영화 제작 정신이 구현될 수 있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국에서 제작하는 작품에는 중국 쪽에서 감독을 맡고, 중국에서 제작하는 작품은 한국 쪽에서 감독을 맡게 했다. 프로듀서는 양국 학생이 한 명씩 한 영화 당 두 명을 두고 진행했다. 스탭은 현지 학생들이 담당했다.
같은 조건에서 촬영을 하기
위해 두 편 모두 촬영 회차를 7회로 제한했고, 주인공 역시 한국과 중국배우가 똑같이 비중 있는 역에 출연토록 했다. 김성수 감독은 “합작에서는
약속이 제일 중요하다. 약속이 제일 중요하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영화로서는 아쉬움이 남더라도 회차를 7회로 못 박고, 그 안에 완성토록 했다”고
설명한다.
이 프로젝트의 의의는 무엇보다 앞으로 현장에서 뛰어야 할 젊은 세대들에게 합작 경험을 심어주고, 이를 통해 실제 현장에서 시행착오를 줄여 나갈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준다는 것에 있다. 또, 현재 사극 장르에 치중돼 있는 합작 영화 소재를 장기적으로 넓힐 수 있다는 면에서도 의미 있는 작업이다.
이 프로젝트의 의의는 무엇보다 앞으로 현장에서 뛰어야 할 젊은 세대들에게 합작 경험을 심어주고, 이를 통해 실제 현장에서 시행착오를 줄여 나갈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준다는 것에 있다. 또, 현재 사극 장르에 치중돼 있는 합작 영화 소재를 장기적으로 넓힐 수 있다는 면에서도 의미 있는 작업이다.
김성수 감독은 “지금 제작되고 있는
합작 영화들은 대부분 사극이다. 지금 합작 영화를 만들고 있는 세대는 외국인과 함께 지낼 기회가 없었던 사람들이다. 때문에, 시나리오를 써도
사극만 나온다.
하지만 이번에 학생들이 쓴 시나리오들은 현대를 배경으로 자연스럽게 양국 젊은이들이 만나게 되는 설정들이 많았다. 이런 세대가 합작 영화를 만드는 경험을 쌓고, 실제 영화 현장에 나가게 되면, 더 다양하고 수준 높은 합작 영화들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이번 프로젝트에 의미를 부여한다.
참여한 학생들 역시 합작 영화를 직접 제작하면서 느낀 바가 많다. <미드나이트 호텔>의 한국 측 프로듀서를 맡은 신예인 씨는 “언어적인 문제보다도 서로의 제작 방식이 많이 다르다는 점에서 힘들었다. 예를 들면, 중국감독들은 콘티를 그리지 않거나 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를 조율해 가면서 서로의 제작 방식 중 좋은 점을 배우게 됐다”고 밝혔다.
또, "우리가 찍는 영화가 '메이드 인 아시아'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유럽이 함께 영화를 만들어 고유의 영역을 쌓아오듯, 메이드 인 아시아영화로 아시아만의 문화적 영역을 쌓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쿠이콴 감독 역시 “중국은 감독 중심으로 제작이 이뤄지는데, 한국은 프로듀서의 역할이 중요했다.
하지만 이번에 학생들이 쓴 시나리오들은 현대를 배경으로 자연스럽게 양국 젊은이들이 만나게 되는 설정들이 많았다. 이런 세대가 합작 영화를 만드는 경험을 쌓고, 실제 영화 현장에 나가게 되면, 더 다양하고 수준 높은 합작 영화들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이번 프로젝트에 의미를 부여한다.
참여한 학생들 역시 합작 영화를 직접 제작하면서 느낀 바가 많다. <미드나이트 호텔>의 한국 측 프로듀서를 맡은 신예인 씨는 “언어적인 문제보다도 서로의 제작 방식이 많이 다르다는 점에서 힘들었다. 예를 들면, 중국감독들은 콘티를 그리지 않거나 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를 조율해 가면서 서로의 제작 방식 중 좋은 점을 배우게 됐다”고 밝혔다.
또, "우리가 찍는 영화가 '메이드 인 아시아'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유럽이 함께 영화를 만들어 고유의 영역을 쌓아오듯, 메이드 인 아시아영화로 아시아만의 문화적 영역을 쌓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쿠이콴 감독 역시 “중국은 감독 중심으로 제작이 이뤄지는데, 한국은 프로듀서의 역할이 중요했다.
이번 경험을 통해, 힘든 점도
많았지만 영화라는 게 세계 공통의 언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메이드 인 아시아영화가 더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사실 이 프로젝트는 영화 <무사>를 제작하면서 김성수 감독이 베이징전영학원 측과 맺어온 인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 보면 중국과의 공동 작업에서 인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학생 시절, 단편영화를 함께 만들며 시작된 인연이 한중 합작, 나아가 메이드 인 아시아영화의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라는 게 프로젝트 참가자들의 믿음이자 기대다.
사실 이 프로젝트는 영화 <무사>를 제작하면서 김성수 감독이 베이징전영학원 측과 맺어온 인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 보면 중국과의 공동 작업에서 인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학생 시절, 단편영화를 함께 만들며 시작된 인연이 한중 합작, 나아가 메이드 인 아시아영화의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라는 게 프로젝트 참가자들의 믿음이자 기대다.
영상원과 북경전영학원은 올
상반기 중 이 날 제작한 영화를 상영하는 상영회를 여는 것은 물론, 조금씩 제작 편수를 늘려 학생들이 합작영화에 대한 자신감을 갖도록 할
예정이다. 일단 중국에서 시작했지만, 향후 참여 국가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미래 영화인들의 만남
미래 영화인들의 만남
한중 학생 합작 단편영화 제작이 가시적인 활동이라면, 한중 양국의 교류, 나아가 아시아권 학생들의 교류를 위한 ‘물밑 교육’ 역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예술종합학교의
AMA(Art-Major Asian Scholarship) 프로젝트다. 지난 2003년 아시아 우수예술 인력 유치 방안으로 기획돼 지난해 1기
장학생 17명을 선발해 지원하기 시작한 AMA 프로젝트는 영화와 음악, 미술 전공자까지 포함한 아시아 지역 예술 분야 학생들을 장학생으로 선발해
교육시키는 프로그램이다.
중국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 선발된 학생들에겐 국내 기업과 문화관광부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전액 장학금은 물론, 기숙사 제공 등 학사 편의를 제공한다.
중국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 선발된 학생들에겐 국내 기업과 문화관광부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전액 장학금은 물론, 기숙사 제공 등 학사 편의를 제공한다.
문화 예술 중심지로서 한국의 입지를
탄탄히 하고, 나아가 아시아 지역 전체의 문화교류를 활발히 함은 물론, 아시아 문화발전을 도모한다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취지다. 이 안에서도
중국 학생들과의 교류는 다른 나라에 비해 활발한 편이다.
올 상반기 선발된 21명의 장학생을 포함한 총 38명의 학생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11명이 중국 학생들이다. 영상원 역시 이 같은 기대에 부흥하고자 올해 해외 장학생 수를 크게 늘려 받았다. 지난해 1기 때에는 3명만을 선발했지만 올해 뽑은 2기에서는 무려 10명의 장학생을 선발했다.
올 상반기 선발된 21명의 장학생을 포함한 총 38명의 학생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11명이 중국 학생들이다. 영상원 역시 이 같은 기대에 부흥하고자 올해 해외 장학생 수를 크게 늘려 받았다. 지난해 1기 때에는 3명만을 선발했지만 올해 뽑은 2기에서는 무려 10명의 장학생을 선발했다.
영상 분야의 해외 합작이 늘어나면서
이른바 '판 아시아' 시대에 대비하려는 의도다. AMA는 단기간의 과정이 아니라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일반 학생들과 똑같이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지원이 계속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다.
AMA처럼 장기간은 아니지만, 영화제 기간 등 특정 기간 동안 교육이 이뤄지는 프로그램도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10주년을 기념해 처음 열린 '아시아영화아카데미'가 그것으로,
AMA처럼 장기간은 아니지만, 영화제 기간 등 특정 기간 동안 교육이 이뤄지는 프로그램도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10주년을 기념해 처음 열린 '아시아영화아카데미'가 그것으로,
지난 해 9월 24일부터 10월
14일까지 총 28명의 아시아권 영화인과 학생들이 워크숍에 참가했다. 이들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영화 작가들에게 영화 제작 지도를 받고
부산영화제를 견학하는 등 현장을 익히고 돌아갔다.
아시아영화아카데미 사무국 박선영 씨는 "서로 다른 국가에서 온 학생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영화에 대한 비전을 공유할 수 있었던 게 성과 중 하나"라며 "홍콩, 대만을 포함한 중화권 영화학도들의 참여가 높았다"고 밝혔다. 올해에도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동안 두 번째 아카데미가 열릴 예정이다. 교육은 현재보다 미래를 준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작업이다.
아시아영화아카데미 사무국 박선영 씨는 "서로 다른 국가에서 온 학생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영화에 대한 비전을 공유할 수 있었던 게 성과 중 하나"라며 "홍콩, 대만을 포함한 중화권 영화학도들의 참여가 높았다"고 밝혔다. 올해에도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동안 두 번째 아카데미가 열릴 예정이다. 교육은 현재보다 미래를 준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작업이다.
이제 막 싹을 틔운 학계 차원의
교류들이 향후 한중 합작 영화, 나아가 메이드 인 아시아영화의 미래를 튼실히 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송주연 기자
출처-[필름 2.0 2006-02-02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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