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이 바다를 걷다보면 널 만날 수 있을까

피나얀 2006. 2. 5. 21:36

 


 

 

 


그와 그녀의 겨울여행

 

[조선일보]

 

남자와 여자가 수줍은 짝사랑 찾아가듯 겨울포구에 갔다. 그는 사람냄새 뭉클한 인천 소래포구로 갔고, 그녀는 순천 와온포구에서 붉은 노을을 바라보며 휘청거리는 마음을 위로했다. 겨울의 끝, 겨울 포구에서 흑백사진처럼 아련한 추억을 낚아보자.

 

● 소래포구 - 가까운 곳에서 회 실컷 먹고 싶다면

 

소래. 겨울이 끝나가는 시점에 더욱 매력적인 곳이다. 겨울바람이 매섭지만 푸짐한 인심 덕에 어시장은 북적이는 사람들로 활기가 넘친다. 서울에서 조금만 움직이면 닿는 인천. 남동구 논현동에 있는 소래포구는 여전히 옛날 시장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도시 속에 시골 풍경이 포개지는 이곳은 서울 근교에서 만날 수 있는 몇 안 되는 어촌 중 하나다. 어촌 인심이 남아 있어 돌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전어·꼴뚜기·낙지·오징어 회를 즉석에서 시식할 수 있고 젓갈을 한두 점 집어먹어도 뭐라는 사람 없다.


 

소래포구는 주말, 공휴일, 사리(음력 보름) 때가 되면 3만~4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든다. 밀물을 따라 배가 들어오고 거기에 또 사람이 몰린다. 사람 냄새, 삶의 냄새가 물씬 하다. 특히 포말을 일으키는 배를 따라 갈매기가 무리 지어 날아오는 모습은 오랫동안 시선을 뗄 수 없는 이곳만의 싱싱한 풍경이다.


 

소래포구는 갯냄새와 싱싱한 젓갈이 어우러져 발길을 잡는다. 새우젓, 멸치젓, 조개젓, 갈치젓, 꼴뚜기젓, 오징어젓 등 젓갈이 가득하고 가격도 싸고 인심도 넉넉하다. 새우, 꽃게, 민어, 농어, 광어, 우럭, 고등어, 각종 조개까지 없는 것이 없다. 이중 인기가 좋은 간장게장은 1kg에 4만원, 고등어는 4손(8마리)에 1만원, 조기는 한 두름(20마리)에 2만원, 새우젓은 1kg에 1만원 정도.


 

소래포구에서 싱싱한 활어 싸게 먹을 수 있는 곳은 어시장 좌판. 회를 떠 놓은 활어를 사면 일반 횟집에서 먹는 것보다 싸다. 광어나 우럭을 1만원에 1접시 단위로 포장해 팔기도 하며 주문하면 매운탕 거리도 별도로 만들어준다. 노천에서 돗자리를 깔고 즉석에서 먹을 수도 있다. 이것저것 가게를 골라가며 구경하다 보면 자동차를 가져온 걸 후회하게 된다. 당장 소주 한잔이 그리워지고, 짭조름한 맛에 밥 몇 숟갈이 간절해진다.


 

소래 구도로를 따라가면 소래와 월곶을 잇는 철교와 철길만 남아 있다. 옛날 수인선 협궤열차가 운행되던 소래철교는 지금은 보도로 바뀌었다. 야간에는 가로등 불빛이 바닷물에 반사되어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인기가 좋다. 예전엔 어부와 인부들을 실어 나르던 협궤열차가 지금은 사랑을 이어주는 다리로 남아 있는 것이다.


 

[여행수첩]

 

●가는 길=서울에서 출발할 경우 서부간선도로에서 제2경인고속도로를 타고 남동IC에서 빠져 나와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소래포구.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안산분기점에서 월곶IC로 나와 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소래포구 도착.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국철(1호선) 제물포역에서 21번 버스를 타거나 부평역에서 38번 버스를 타고 소래포구에서 내린다.


 

●주변 볼거리= 소래 풍림아파트 맞은편 해양탐구자연학습장(032-453-2670)은 소래포구의 숨겨진 명소. 통나무 다리를 지나 갈대가 펼쳐진 갯벌을 따라 들어가면 옛날 소금창고와 염전이 나온다. 염전에서는 옛날 방식으로 소금을 만들고 있다. 소금 채취과정과 소금창고를 구경하고 자연생태학습관을 관람하자.


 

●맛집= 소래에 가면 속이 꽉 찬 조개구이를 맛볼 수 있다. 소래 수협 옆의 태평양조개구이집(032-441-6429)은 소래어시장에서 직접 좌판을 운영하고 있어 싱싱한 조개를 먹을 수 있다. 난로 화덕에 푸짐하게 조개를 구워먹고 난 다음에는 해물칼국수로 마무리. 조개구이 2만~3만원선, 해물칼국수 5000원. (글·사진=여행작가 유철상 poetry77@empal.com )

 

● 와온포구 - 가장 아름다운 노을 보고 싶다면

 

 


봄이 더디 온다 하지 마라. 머리카락 한 올 흔들고 가는 바람에서 봄은 살랑거리며 다가와 있다. 유행가 부르듯 흥얼흥얼 보낸 사랑아 섭섭해 마라. 갯벌 내음에 실려온 봄바람이 지나간 추억보다 다가올 사랑에 설레게 한다.


 

남녘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따라 성큼성큼 걸어가 와온포구 갯벌 속으로 지는 일몰에 닿는다. 와온(臥溫), 말 그대로 따뜻하게 누울 수 있는 곳. 와온은 고흥반도와 여수반도 사이에 있는 순천만에 자리하고 있는 포구마을. 만 서쪽 끝으로 꽃피는 포구라는 의미의 ‘화포’가 있고 순천만 건너편 동쪽 끝에 와온포구가 있다. ‘화포’는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곳, 와온은 대대포구와 함께 순천만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을을 볼 수 있는 포구다.


 

와온 가는 길, 30만평에 달하는 순천만 갈대밭에 들렀다. 갈꽃이 떨어진 갈대는 바람이 부는대로 마른 소리를 피운다. 저녁 햇살을 받아 붉은 빛이 돌 때는 제법 운치가 있다. 와온포구 못 미처 자리한 용산 전망대는 갈대밭과 물굽이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뷰 포인트다. ‘S’자형 물굽이로 물들이는 붉은 노을이 순천만의 대표 절경이다.


 

노을은 사랑보다 더 끈적한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갯벌에서 꼬막을 잡고 돌아오는 아낙의 등 뒤로 물드는 노을이 애잔하다. 가슴에 그렁그렁 담고 간 눈물이 울컥 올라온다. 서해 너른 갯벌에 내리는 노을은 단단히 여민 상처들을 무장 해제시켜버린다. 와온의 노을은 사람을 어루만져주는 묘한 매력이 있다.


 

순천만은 썰물 때면 40km의 해안선을 따라 거대한 갯벌을 펼쳐 보인다. 요즘은 꼬막이 많이 난다. 가슴 정도까지 빠지는 벌에서 사람들은 기다란 판자인 ‘널’을 타고 들어가 꼬막을 캔다. 100여 가구가 사는 순천시 해룡면 상내리 와온마을 사람들도 이 갯벌에 기대어 산다. 그러나 포구는 조용하다. 가로등과 몇 척의 배가 지키고 있을 뿐이다.


 

어느 시인이 가까운 지인들에게 하나씩 분양했다는 와인포구의 가로등은 아직 불이 켜지지 않았다. 꼬막 고르는 작업을 끝낸 어부들의 남긴 작장불이 타다 말았다. 하늘이 붉은 빛에서 보랏빛으로 변해가고, 마을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와온포구의 가로등 15개가 불이 들어온다.


 

세월이 흘러도 사람들의 가슴에 짝사랑은 멈추지 않는다. 사랑이 없다 하는 사람도 바라보는 시선 속에 누군가가 서 있다. 그래 유행가는 늘 불리게 된다. 와온포구에서 당신은 어떤 노래를 부르고 싶은가. 가슴이 설렌다.


 

[여행수첩]

 

●가는 길=남해고속도로 순천 IC로 나와 2번 국도를 타고 순천시내와 청암대학교 앞 삼거리를 지난다. 사거리에서 좌회전하면 순천만 도로표지판이 나온다. 17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월전 사거리에서 우회전. 863번 지방도를 타고 해룡농주분교에서 다시 101번 면도를 타고 끝까지 가면 와온포구다.


 

●주변볼거리= 보조국사 지눌과 더불어 16명의 국사를 배출했다는 승보사찰 송광사, 사람이 살고 있는 살아있는 민속마을 낙안읍성의 초가집은 언제 보아도 정겹다. 순천시청(순천시관광안내소 061-749-3107, www.suncheon.go.kr)은 관광지를 돌아볼 수 있는 시티투어 버스도 운영 중.


 

●맛집=순천은 맛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지역. 그중 순천역 근처에 있는 흥덕식당(061-744-9208)에서는 순천 음식을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 백반 5000원, 정식 8000원 전라남도가 ‘남도음식 명가’로 지정한 한성관(061-723-9915)은 각종 산해진미가 푸짐하게 차려져 나오는 한정식집. 한정식 1인분 2만원. (글·사진=여행작가 김연미 mujek54@nate.com )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 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출처-[조선일보 2006-02-02 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