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시베리아 물개가 꼬리를 치네

피나얀 2006. 2. 21. 19:31

 


 

 

 


[한겨레]

 

도쿄 사람들도 가장 가고 싶어하는 훗카이도, 그 미답의 공간들
환상적 풍경의 기차여행과 스키장·온천욕·삿포로 맥주도 유명

 

▣ 훗카이도= 글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일본의 행정구역은 1도(都) 1도(道) 2부(府) 43현(縣)이다. 앞쪽의 ‘도’는 수도 도쿄이며, 뒤쪽의 ‘도’는 가장 너른 땅을 가진 홋카이도다. 본토라고 불리는 혼슈의 오사카와 교토를 ‘부’라 부르며, 나머지는 모두 ‘현’이다.

 

일본에서 혼슈 다음으로 큰 섬인 홋카이도는 일단 그 면적이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크다. 일본 전체 국토의 22%, 휴전선 이남 대한민국 영토의 80%가 넘는다. 그런데 인구는 서울의 절반 수준인 570만 명에 불과하다. 그 가운데 180만 명이 삿포로에 산다. 사람이 적은 탓에 자연은 살아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맑은 호수, 마슈호

 

도쿄에서 홋카이도까지 직선거리는 1천㎞ 안팎. 한반도의 직선 남북 거리와 비슷하다. 그래서 도쿄 사람들도 가장 가보고 싶어하는 곳이 홋카이도다. 일본의 전설적인 풍경사진 작가 마에다 신조는 홋카이도 풍광에 반해 이곳에 뿌리를 박고 죽을 때까지 홋카이도 사진을 찍었다는 말이 있다. 홋카이도는 일본 사람들에게는 개척지의 이미지가 강하다.

 

에도막부는 19세기 이곳을 일본 영토로 병합했다. 그전까지는 원주민 아이누족이 살고 있었다. 아이누족들은 아메리칸인디언들처럼 박제화됐고, 현재 혼혈아로 잔존하는 이들이 2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취재진이 아오모리현 로카쇼무라의 핵복합단지 취재를 마치고 홋카이도로 떠나는 하코다테행 특급열차를 탄 것은 지난 1월30일 아침이었다. 하코다테에 가는 길에 혼슈섬과 홋카이도섬을 잇는 세계 최장의 세이칸 해저터널(53.9km)을 건넜다.

 

아오모리현~하코다테~삿포로로 이어지는 기찻길 풍광은 그 자체가 하나의 관광상품이 될 만했다. 한쪽에는 태평양이 보이고 다른 한쪽으로는 <러브레터>의 ‘오겡키데스카’를 외칠 만한 산들이 연달아 등장하기 때문이다.

 

홋카이도 취재는 하코다테와 삿포로, 그리고 삿포로 근처의 오타루 등 3개 도시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징용 탄광촌인 유바리와 시베리아 물개를 볼 수 있는 몸베쓰도 취재 동선에 포함됐지만, 각각 하루 일정이어서 주변 지역을 제대로 둘러보지는 못했다. 사실 홋카이도를 찬찬히 둘러보기 위해서는 3~4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여행전문가들의 견해다. 물론 스키나 온천욕만을 즐길 목적이라면 홋카이도 남서쪽만을 방문해도 충분하다.

 

삿포로에서만 2년째 살고 있는 임문택(33)씨는 “한국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곳이 홋카이도에는 많다”고 전했다. 그가 추천하는 여행 방식은 겨울이 아닌 계절에 오토바이로 홋카이도 동쪽이나 북쪽 지역을 여행하는 것이다. 사실 홋카이도의 광대한 자연은 ‘도북’(道北), ‘도동’(道東)으로 불리는 북쪽과 동쪽에 몰려 있다. ‘철도의 나라’ 일본에서 아직 철도가 놓이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때를 덜 탔는지 알 수 있다.

 

홋카이도에는 130여 개의 스키장과 그만한 수의 온천시설이 있다. 둘 사이의 궁합은 잘 모르지만 스키 탄 뒤에 즐기는 온천욕의 기쁨을 말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대표적인 유황온천으로는 노보리베쓰가 있다. 벌거숭이 산 곳곳에서 솟아오르는 수증기와 뜨거운 열기가 마치 지옥을 연상케 한다고 해서 ‘지옥계곡’이라는 별명이 붙여진 곳이 이곳에 있다.

 

동북쪽 오호츠크해에 면한 아바시리와 그 북쪽의 몬베쓰에서는 ‘유효’를 맛볼 수 있다. 유효는 오호츠크해에서 언 뒤 조류를 따라 흘러와 아바시리 앞바다를 북극처럼 하얗게 덮는 얼음덩어리다. 2월 한 달 동안 볼 수 있다. 쇄빙선을 타고 나갔다가 운이 좋으면 얼음 위에 매달려 있는 물개를 볼 수도 있다.

 

오토바이로 동쪽과 북쪽을 가보라

 

 


동쪽의 도야호는 화산의 분화구에 물이 고이면서 생겨난 칼데라호로 둘레가 52km인 국립공원이다. 활화산이어서 근처에 온천이 많다. 구시로 지역에는 3개의 국립공원이 밀집해 있다. 아칸국립공원이 으뜸이라고 전해진다.

 

부부 산인 오아칸다케와 메아칸다케로 둘러싸인 아칸호와 일본 최대의 칼데라로인 마슈호도 유명하다. 마슈호는 세계에서 가장 맑은 호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1년 내내 안개로 덮여 있는 곳이어서 신비함과 애잔함의 극치라고 한다. 구샤로호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비호르 고개도 전문가들이 꼽는 필수 방문 코스다.

 

북서 끝단인 시레토코반도에서는 여름에도 눈을 볼 수 있다. 근처에는 2만1천㏊에 이르는, 일본 최대·최후의 자연습지 국립공원인 구시로 습원이 있는데 트레킹에 적격이다. 홋카이도 곳곳에 흩어져 있는 라벤더 농원은 일본 국내에서도 관광객들이 찾는다.

 

취재진이 들르지 못했지만 홋카이도에서 또 하나의 주요 도시로 꼽을 수 있는 곳이 아사히카와다. 소설 <빙점>의 작가 미우라 아야코 문학기념관이 있다. ‘행동전시’라는 구호 아래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생동감 있게 동물들을 볼 수 있도록 꾸며놓은 동물원이 일본 국내에서도 주효했다고 한다.

 

자연과 함께 홋카이도를 매력적인 곳으로 만드는 것이 음식인데 맥주·대게·아이스크림·라면·칭기즈칸·초밥 등이 대표적인 품목이다. 삿포로가 맥주로 유명한 이유는 건조하고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홉과 풍부한 물 때문이다.

 

홋카이도 사람들은 혼슈 사람들에 비해 편하고, 친절하고, 개방적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여유가 있다는 말이다. 한-일 항공당국은 올여름부터 기존의 인천~삿포로 직항로 이외에 하코다테 직항로도 개설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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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한겨레21 2006-02-21 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