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요리】

이토록 아름다운, 향기로운 메주‥

피나얀 2006. 2. 21. 23:30


 


 

 



[한겨레]

 

 영월군 주천면 ‘섶다리 마을’


우리가 구수한 맛을 떠올릴 때면, 그 생각의 밑바닥에 늘상 자글자글 끓고 있는 게 있다.

 

날씨가 쌀쌀할수록, 배가 출출할수록 더욱 진하게 다가오는 맛, 그것은 된장찌개가 아닐까. 이 땅의 모든 어머니들이 대를 이어 줄창 끓이고 또 끓여온, 먹고 또 먹어도 질리지 않는 우리 토속음식이다.

 

이 구수하고 진진한 된장 맛의 뿌리엔 주렁주렁, 메줏덩이가 달려 있다. 겨우내 온 방구석을 장악한 채 진동하던 메주 냄새. 30~40대 이상이라면, 씻어낼래야 씻어낼 수 없는 이 퀴퀴한 냄새의 기억을 머릿속 어딘가에 간직하고 있는 이가 많을 터이다.

 

추억의 헛간에 매달린 메주를 만나러 간다. 섶다리 마을로 이름난 영월군 주천면 판운리와 도천리, 메주 체험장이다.

 

판운2리 마을회관 옆 황토메주방. 다섯개의 대형 가마솥에선 뜨거운 김을 뿜어내며 콩이 삶아지고 있다. 후끈하게 끼쳐오는 구수한 냄새. 콩 삶는 냄새만으로도 고향집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다.

 

추억의 메주 체험마을 콩 삶고 장 담그고 나도 손을 보탠다

 


4년 전부터 주민들이 2만여평의 밭에 콩을 길러, 공동작업으로 메주를 만들어온 마을이다. 해마다 재래식으로 2㎏짜리 메주 1500장 안팎을 만들어, 된장·간장을 생산해 왔다. 올해엔 이웃마을 도천2리(이장 김정교·44)까지 메주방을 만들고 가세했다.

 

특히 두 마을의 메주방을 개방해, 일반인들이 찾아와 직접 콩 삶기부터 볏짚으로 메주를 매달기까지의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이로써 해마다 초겨울이면 주천강·평창강에 전통 나무다리인 섶다리를 놓아온 ‘섶다리 마을’ 주천면은 ‘메주 마을’로도 이름을 알리게 됐다.

 

메주 생산은 부녀회원들의 손으로 이뤄진다. 전날 콩을 물에 담가 충분히 불린 뒤, 새벽 4시부터 장작불로 삶기 시작한다. 솥 하나에 반가마(36㎏)의 콩이 들어간다. 몸에 좋다는 느릅나무 우려낸 물을 붓고, 2~3시간 나무삽으로 뒤집어 가며 꼬박 삶은 뒤, 2~3시간 뜸을 들인다.

 

콩이 손으로 뭉개질 정도로 익으면, 체로 물기를 뺀 뒤 커다란 자루에 담아 바닥에 놓고, 장홧발로 밟아 으깬다. 메주방 관리장 하창옥(55)씨는 “밟을 때 너무 으깨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며 “메주콩이 적당히 살아 있어야 된장 맛도 살아난다”고 말했다.

으깬 콩은 옆 방으로 옮겨져, 메줏덩이로



태어나게 된다. 나무틀에 광목천을 깔고 단단하게 다져넣어 메주 형태를 만드는데, 그 누가 메주를 못났다고 했을까싶게 매끈하게 빠진 모습이다.

 

이것을 볏짚을 수북히 깐 방안에 하루 정도 놓아둬, 겉이 단단해지도록 말린다. 메주와 볏짚과의 만남은 필수 요소다. 메주를 띄우는 데 볏짚의 곰팡이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음날 볏짚으로 메주를 엮어 통풍이 잘 되는 황토방 숙성실에 매달아 둬 곰팡이균이 골고루 퍼지게 한다. 20~30일 뒤 짚을 깐, 따뜻한 방바닥에 뉘어놓고 열흘쯤 띄우면, 쩍쩍 갈라지고 속까지 잘 익은, 우리의 메주가 완성된다. 메주는 다시 물과 소금·숯·고추와 만나 또한번 숙성과정을 거쳐 몸에 좋고, 구수한 맛을 자랑하는 된장과 간장으로 거듭 태어나게 된다.

 

빚언호은 메주속에
고향집 마당이 보이고
어머니 냄새가 난다


올해부턴 토종약콩(쥐눈이콩·서목태)을 이용한 메주도 만들고 있다. 주천·수주·서면 3개면 20여 농가의 2만여평 밭에서 농약을 쓰지 않고 생산한 쥐눈이콩을 써서 만든다. 쥐눈이콩은 각종 성인병 예방에 좋은 데다, 된장으로 만들면 맛과 향이 일반콩 된장보다

 

훨씬 진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번 판운2리·도천2리 전체 메주 생산량의 절반 가량을 쥐눈이콩 메주로 만들 계획이다. 연료도 이달초부터 가스불에서 장작불로 완전히 바꿀 예정이다.

 

영월 토종약콩 영농회 김우삼(40) 회장은 “미리 예약하고 찾아오면 판운2리와 도천2리 마을회관에서 숙박과 농촌식사, 메주만들기·콩공예·볏짚공예·두부만들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며 “만든 메주는 바로 가져가도 되고, 숙성시킨 뒤 원하는 시기에 보내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메주 생산은 2월말까지 이어진다.

 

여행정보=수도권에서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원주 만종분기점에서 제천쪽 중앙고속도로로 갈아탄다. 신림·주천나들목에서 나와 88번 지방도를 따라 주천면소재지로 간다. 판운리는 면소재지에서 10여분 거리, 도천리는 20분 거리. 면소재지 부근에 청국장·두부 등 콩요리를 내는 콩깍지(033-372-9434), 곤드레밥·꽃등심 등을 내는 풍류관(033-372-8851)이 있다.

 

허름한 운산집(033-372-5659)에선 두부와 냉이·팽이버섯을 향신료인 산초 기름에 지져 먹는 산초두부를, 퉁가리(033-372-0277)에선 양념 민물고기 도리뱅뱅이를 맛볼 수 있다. 주천면의 여관·펜션들이나 판운리·도천리

 



마을회관에서 묵을 수 있다. 메주 쑤기 체험=무농약 토종약콩(쥐눈이콩) 메주 쑤기 및 콩공예·짚신공예·두부만들기 등 체험과, 꺼먹돼지·골뱅이해장국·꼴두국수 등 전통식 4끼, 단체숙박이 포함된 1박2일짜리 체험이 1인 9만7000원(자녀 포함). 당일 체험은 3만5000원. 토종약콩 메주 쑤어 가져가기는 15만원(2㎏짜리 메주 4장). 예약 섶다리마을( www.supdari.com ), (033)372-0277. 토종약콩영농회 김우삼 회장 (011)9416-8084.

 

섶다리 건너니 그가 날 기다려요
강마을 잇는 명물로 떠올라



영월 주천면의 겨울 정취를 돋보이게 하는 명물이 섶다리들이다. 판운리 평창강과 주천리 주천강에 각각 보기만 해도 정겨운 섶다리들이 걸려 있다. 출렁출렁, 다리를 건너는 동안 강마을 풍경화 속의 한 점이 돼 있는 자신을 느낄 수 있다.

 

섶다리는 옛날 웬만한 강마을이면 다 놓였던, 나무와 흙을 이용해 만든 임시 다리다. 물을 잘 먹지 않는 물푸레나무·참나무 등의 ‘Y’자형 가지를 다릿발로 쓰고, 낙엽송 등으로 상판을 한 뒤 소나무가지를 꺾어 깔고 흙을 덮는 방식이다. 가을에 주민이 힘을 모아 다리를 놓으면, 이듬해 여름 홍수로 휩쓸려 내려갈 때까지 강마을을 잇는 지름길 구실을 했다. 지금은 거의 사라져버렸지만, 몇년전부터 일부 지역에서 다시 섶다리를 놓기 시작하며 새로운 전통체험 관광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는 추세다.

 

판운리 주민들은 밤뒤마을과 미다리를 잇는 길이 50여m의 섶다리를 8년전부터 해마다 놓고 있다. 다리를 건너면 옛 주막같은 전통찻집이 기다린다. 주천리와 신일리 사이엔 지난해부터 쌍섶다리를 놓아 강마을 풍경을 한층 운치있게 만들고 있다. 두개의 섶다리를 나란히 놓는 쌍섶다리는 조선시대 장릉 참배길에 오른 관찰사 일행을 위해 놓던 풍습을 재현한 것이다.

 

올해엔 강 한켠에 작은 쌍섶다리를 만들고, 강을 건널 수 있는 40여m의 섶다리를 따로 놓았다. 두 마을 섶다리 모두 갈대숲 및 주변 나무들과 조화를 이루고 있어 강변 풍경이 매우 아름답다. 한반도 지형으로 이름난 이웃 서면 옹정리 선암마을에서도 곧 섶다리가 놓을 예정이다.

 

이밖에 횡성의 찐빵마을 안흥, 평창의 메밀꽃마을 봉평, 그리고 정선읍에도 섶다리가 놓여 있다.

 

 

 

 

 

 

영월/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출처-[한겨레 2004-12-02 17: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