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위풍당당 바위 앞에 가슴이 '콩닥콩닥'

피나얀 2006. 2. 28. 18:11

 

산은 늘 내겐 아름다운 유혹이다. 감미로운 암갈색 초콜릿이나 혀끝에서 살살 녹는 아이스크림 맛 같은, 달콤한 유혹으로 내 마음을 온통 사로잡아 버린다. 그래서 이따금 우중충한 회색의 도시를 벗어나고 싶을 때면 나는 하얀 유리창을 톡톡 경쾌하게 두드리는 빗방울처럼 가벼운 발걸음으로 자연의 품속으로 달음질친다.

 

▲ 감암산을 바라본 순간 자꾸 내 가슴이 콩닥콩닥했다.
ⓒ2006 김연옥
지난 25일 햇살 맑은 아침 나는 감암산(834m·경남 합천군)과 부암산(715m·경남 산청군 신등면, 합천군)로 떠나는 산악회를 따라나섰다. 우리 일행은 아침 8시경 마산을 출발해서 9시 50분쯤 이교마을(산청군 신등면 장천리)에 도착하여 산행을 시작했다.

우리의 산행은 부암사를 지나 부암산 정상에 오른 다음 능선을 타고 감암산으로 계속 가게 된다. 산은 기나긴 겨울을 이제 떠나보내고 아물아물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봄날을 기다리는 듯했다. 호리호리한 몸매를 그대로 드러낸 작은 나무들에도 봄을 재촉하며 간간이 꽃망울이 맺혀 있었다.

우리는 소나무 숲길을 걸어갔다. 푸른 소나무 향기에도 봄이 묻어나고 있었다. 그 풋풋한 향기를 코를 벌름거리며 한껏 들여 마시니 온몸 구석구석 은은히 소나무 향기가 퍼져 나가는 듯했다.

 

▲ 부암산.
ⓒ2006 김연옥
'스승바위산'이라고도 부르는 부암산(傅岩山)은 사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바위산이다. 그래서 기암괴석이 많다. 전망이 탁 트인 바위에 오르면 철쭉으로 이름난 황매산과 멀리 지리산 천왕봉이 보인다. 우리는 부암산 정상에서도 그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지리산 천왕봉과 황매산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친구들인양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 부암산 정상을 향해 걷고 또 걷는다.
ⓒ2006 김연옥
아름다운 자연 풍경 앞에서는 처음 대하는 얼굴에서 흔히 느껴지는 서먹서먹함마저도 무력해지는 모양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알든 모르든 간에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끈이 있는 것 같다.

우리는 또 이어지는 소나무 숲길을 지나 감암산 정상을 향했다. 커다란 바윗덩어리들이 얼마나 장엄하고 매혹적인지 나는 감암산을 바라본 순간 가슴이 자꾸 콩닥콩닥했다. 꿈꾸지도 못한 다른 세상에 우연히 와 있는 듯한 묘한 기분이라고나 할까. 눈앞이 아찔하여 바위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 산세에 비해 서글퍼 보이던 감암산 정상.
ⓒ2006 김연옥
위풍당당한 산세에 비해 초라하고 서글퍼 보이는 감암산 정상에 도착한 시간은 낮 1시쯤. 3시간 넘게 산행을 한 셈이다. 로프를 잡고 바윗돌을 힘들게 오르기도 해서 그런지 몹시 배가 고팠다.

우리는 감암산 정상에서 조금 더 걸어가서 자리를 잡고 등산용 식탁보를 펼쳐 행복한 밥상을 차렸다. 산에서 먹는 도시락밥은 참으로 맛나다. 알뜰한 살림꾼들이 많아 서로 나누어 먹는 즐거움이 있다.

 

▲ 자연의 신비가 느껴지던 하산길.
ⓒ2006 김연옥

 

ⓒ2006 김연옥
우리는 낮 1시 40분쯤 대기마을(합천군 가회면 중촌리) 쪽으로 하산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자연의 신비가 느껴지는 하산길에서 오히려 마음이 들떠서 큰 소리를 내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집채만한 바윗덩어리 사이를 지나가기도 하고 비스듬히 누워 있는 바윗덩어리를 로프를 잡고 개구쟁이처럼 신나게 내려가기도 했다.

 

▲ 비스듬히 누운 바윗덩어리를 로프를 잡고 내려갔다. 거대한 누룩덤이 보인다.
ⓒ2006 김연옥

 

▲ 웅장하고 경이로운 누룩덤.
ⓒ2006 김연옥
거대한 누룩덤은 너무도 웅장해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장관이었다. 세상의 어느 유명한 조각가인들 그런 놀라운 형상을 빚을 수 있겠는가. 인간의 힘으로는 감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신비스러운 위엄이 서려 있었다. 경이로운 누룩덤을 보고 대자연 앞에서 우리 인간이 겸허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 기암절벽에도 소나무가 튼튼하게 뿌리내리고 있었다.
ⓒ2006 김연옥
기암절벽에도 튼튼한 소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강인한 생명력이 눈물겹다. 사랑스런 나무 위로 포근한 봄 햇살이 듬뿍 쏟아져 내리면 좋겠다. 그 아름다운 풍경이 지금도 내 마음에 예쁜 그림이 되어 머물고 있다. 갑자기 들려오는 물 흐르는 소리. 그리고 반가운 버들강아지. 마치 따사로운 봄이 차가운 바람을 가르며 물가로 달려오고 있는 것 같았다.

 

▲ 버들강아지가 따사로운 봄을 부르고 있다.
ⓒ2006 김연옥
우리는 하산하여 합천호 빙어 회무침을 먹으러 황매산 모산재 주차장 부근에 있는 식당에 들렀다. 나는 평소 생선회를 즐겨 먹는데도 큼직한 그릇 위로 팔딱팔딱 뛰어오르는 빙어들을 보고 도리어 입맛이 없어져 버렸다. 산행으로 갈증도 나고 해서 달짝지근한 조껍데기술을 몇 잔이나 들이켰더니 조금 얼얼했다.

마산으로 다시 돌아오는 길에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지기 시작했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대지를 촉촉이 적시고 차 유리창에는 김이 뽀얗게 서리고 있었다. 차창 밖 거리 풍경이 정겹게 내게 다가왔다.


덧붙이는 글
산행 코스는 경남 산청군 신등면 장천리 이교마을→부암사→부암산 정상→감암산 정상→경남 합천군 가회면 중촌리 대기마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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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오마이뉴스 2006-02-27 1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