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남에서 행치령을 넘었습니다. 행치령 고갯길에서 바라보는 늦은 오후의 강원도 홍천 풍경은 가히 절경이었습니다. 오후 햇살이 구름에 가려 가늘게 퍼지면서 내리쬐는 모습이란… 행치령은 굽이길이 생각보다 심했습니다. 몇 굽이 되지 않는데 차가 돌아야 하는 커브의 각도가 상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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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치령을 넘어 444번 지방도에서 물걸리 절터로 가는 표지석 |
ⓒ2006 문일식 |
'절골'이란 표지석을 따라 얕은 고갯길을 넘어서면 물걸리 절터가 있는 동창마을에 도착합니다. 이 동창마을은 물걸리 절터 뿐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동학과 삼일만세운동 등을 통해 대단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곳입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동창마을의 역사적 사실은 쉽게 접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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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창마을의 동학운동과 만세운동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공원 |
ⓒ2006 문일식 |
이 마을이 동창마을로 불리는 것은 바로 그 거대한 창고들이 있던 곳이 아닌가 합니다. 또한 물걸리는 만물 물(物), 호걸 걸(傑)을 쓰니 즉 만물과 호걸이 모이는 곳, 그야말로 상당히 컸던 활동성있는 도시였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물걸리 절터를 가기 전에 넓은 공원이 하나 있는데 이 공원에는 기미만세상과 팔렬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근처에는 마방이 있던 자리였음을 알리는 마방터 표지석이 있습니다. 이 기념물들에는 동학운동과 기미년 만세운동의 역사가 숨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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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덕원 의사가 운영했던 마방이 있던 터로 만세운동 직후 소실되었다고 합니다. |
ⓒ2006 문일식 |
당시 만세운동을 주도했던 김덕원 의사는 동창마을에서 마방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마방을 통해 자금이나 동지들을 규합하는데 이용했다고 하고, 불행히도 만세운동 직후 일제에 의해 소각되어졌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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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물섬 물걸리절터..전각안에 모셔져 있는 4가지의 국가지정 보물들. |
ⓒ2006 문일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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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물 544호인 불대좌 및 광배의 광배부분. 나뭇잎 모양으로 주변에는 9구의 화불이 있습니다. |
ⓒ2006 문일식 |
이곳 절터에 사찰유물들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자 한 스님이 찾아와 이곳에 머무르며 자리를 잡게 되었는데 하루는 배수로를 파기 위해 작업을 하다가 통일신라시대의 것으로 추측되는 금동불을 발견하게 되었답니다. 금동불은 보상금과 맞바꿔지고, 현재 춘천국립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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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대좌 및 광배의 하대석으로 복련과 귀꽃이 아름답게 새겨져 있습니다. |
ⓒ2006 문일식 |
물걸리 절터는 아직까지 이곳에 있었던 사찰에 대한 사료나 유물이 수습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명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물걸리 절터는 흥양사라는 사찰로 짐작되어지고, 출토된 유물들로 보아 이 넓은 지역이 모두 절터였을 걸로 추측됩니다. 아울러 흥양사라는 사찰은 낙산사, 백담사 등을 말사로 거느렸던 고성의 건봉사와 그 사세가 비슷했다고 하니 절의 규모는 실로 엄청난 크기로 짐작되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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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좌의 상대석에 새겨진 앙련. 앙련에는 예쁜 꽃잎이 새겨져 있습니다. |
ⓒ2006 문일식 |
중대석은 모두 8각형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향로, 보살입상, 공양상, 가릉빈가 등이 새겨져 있습니다. 한편 하대석 또한 각기 다른 복련의 형태와 귀꽃을 가지고 있고 팔각형의 하대석 받침 또한 안상을 새기고 안에 가릉빈가 등을 새겨 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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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릉빈가와 공양상. |
ⓒ2006 문일식 |
공양상은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기도를 하거나 두 손에 무언가를 올려놓고 부처님께 공양을 하는 모습입니다. 무척 경건하고 신성한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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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물 542호 비로자나불이 입고있는 옷의 사실적이고 정교한 무늬 |
ⓒ2006 문일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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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걸리 절터의 바깥에 모여있는 석물 부재들. |
ⓒ2006 문일식 |
물걸리 절터가 있는 동창마을은 흥양사라는 번창했던 사찰이나 만물과 호걸이 모였던 번잡했던 마을 모두 옛 영화를 찾아볼 수 없는 폐사지가 되고 작은 마을이 돼버렸지만, 돌에 혼을 불어넣은 아름다움을 간직한 문화재나 민초들의 안타까운 역사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예전에 비해 많이 늘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걸리 절터를 돌아보고 나오니 옅은 구름사이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이틀 동안 동장군을 상대하며 다녔던 여행의 종지부를 찍을 때여서인지 집으로 돌아가는 길가에 짙은 아쉬움만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물걸리 절터 가는 방법
44번 국도 → 홍천을 지나 철정삼거리에서 우회전 451번 지방도 → 내촌 지나 408번 지방도로 우회전 → 408번을 버리고 11번 군도로 진입(대승사, 동창마을)
*SBS 유포터에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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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오마이뉴스 2006-02-25 17:21]![](http://www.xn--910bm01bhpl.com/gnu/pinayarn/pinayarn-pinayar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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