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육아】

장난감 중독증’ 자폐 증상까지

피나얀 2006. 2. 28. 18:19

 

<앵커 멘트>

혹시 우리 아이가 유난히 장난감과 오랜 시간을 보낸다고 생각하는 부모님들 계시면 지금부터 전해드리는 소식, 귀 기울여 들으셔야 겠습니다.

아이들하고 놀아줄 시간이 없다보니 편한 마음에 무턱대고 장난감을 사주시곤 하는데, 이렇게 사준 장난감이 아이들에게는 자칫하면 해가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장난감 중독 증세, 지금부터 정지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정 기자, 충격적인데, 어떤 증세를 보이는 건가요?

<리포트>

네. 장난감과 노는 것에만 익숙해진 아이들은, 심할 경우, 사람들과의 대화나 관계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폐증과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고 합니다.

세상에 어떤 장난감이라도 부모와의 놀이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하는데요, 장난감의 홍수 속에서, 함께 노는 것을 잃어버리고 자신도 말없는 장난감처럼 변해 가는 아이들을 취재했습니다.

올해로 여섯 살이 된 빈이. 또래들에 비해 언어구사력이 떨어지는 빈이는 엄마와 함께 얼마 전 한 아동발달센터를 찾았습니다. 단순히 말이 좀 늦는 거라 생각하던 엄마는 검사결과에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요.

<인터뷰> 김유리(빈이 어머니) : “18개월부터 우리 아이가 말이 늦구나 그런 생각은 했는데 다섯 살까지 방치를 한 거는 주면 사람들이 원래 남자아이들은 말이 좀 늦다...”

검사 결과는 자폐성 정서 장애. 언어발달수준이 고작 두 살 정도에 머물러 있는 빈이는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도 눈을 마주치지 않습니다. 게다가 어디서나 맘대로 들어 눕는 빈이의 돌발적인 행동은 엄마도 감당하기 힘듭니다.

<인터뷰> 홍선자(홍아동발달센터) : “상황과 관련 없이 말을 하거나 아니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높은 곳을 위험한 줄 모르고 올라간다든지 자기가 좋아하는 장난감이 아니면 소리 지르거나 치료 거부하고 고집부리는 행동 많이 하고요”

더 충격적인 것은, 빈이가 이런 행동을 하는 중요한 원인이, 혼자 장난감을 갖고 노는 시간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미국인인 빈이의 아버지는 한국말이 서툴러 잘 놀아주지 못하다보니 빈이에게 장난감을 사주는 일이 많았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유리(빈이 어머니) : “아빠가 출장을 많이 다니는 직업이었기 때문에 집을 며칠씩 비우고 그러면 그 대가로 장난감을 많이 사주셨고 크리스마스나 생일이나 그러면 장난감을 한 보따리씩 20개씩 한꺼번에 그렇게 정말 많이 사줬는데...”

집안을 가득 채운 빈이의 장난감은 방에 다 넣을 수도 없어 베란다에까지 내놓아야 할 처집니다. 하지만 부모의 선물공세는 끊이질 않았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김유리(빈이 어머니) : “너무 많아서 몇 번 다른 사람 주고도 방 하나 가득 지금 치워야 되는데 사실 너무 많아서 어디다 치워야 될지 몰라서 큰 거 치워놓고 작은 것만 모아 놓은 게 지금 이 방에 있는 거예요”

장난감이 유일한 친구가 돼가면서, 빈이는 점점 자신만의 세계로 고립돼 갔다고 합니다. 유치원에 몇 번 보내봤지만 혼자 노는 것에 익숙한 빈이는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해, 유치원도 그만둬야 했다는데요.

<인터뷰> 김유리(빈이 어머니) : “혼자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기 때문에 또래하고 노는 것보다 익숙하고 자기도 또래들 보면 같이 놀고 싶으니까 가서 끼어 들려고 하면 친구들이 거부하는 상태가 나타나더라고요”

오랜만에 엄마와 외출을 나온 빈이. 치료를 받은 지도 한 달이나 지났지만 빈이는 아직까지도 장난감이 보이면 눈을 떼지 못합니다.

<인터뷰> 빈이(6세) : “엄마! 이거”

<인터뷰> 김유리(빈이 어머니) : “절대 쇼핑은 같이 안 해요. 애가 전혀 통제가 안 되니까 뭘 사려면 아이 잃어버리기가 십상이라 아이하고 같이 올 때는 쇼핑은 포기하고 아이는 뛰어 놀게 내버려두고 사러 올 때는 혼자 와요”

어딜 가도 눈에 들어오는 건 장난감 뿐. 빈이는 지겹지도 않은지 몇 시간 째 장난감 코너만 돌며 즐거워하고 있었습니다.

심할 정도로 장난감에 집착하는 빈이. 하지만 어쩌면 빈이는 그동안 부모에게서 받기 원했던 관심과 애정을 장난감으로 달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인터뷰> 홍선자(홍아동발달센터) : “엄마 나랑 놀아 주세요 엄마 밖에 나가 놀고 싶어요. 이러한 표현으로 뭐 뭐 주세요 사주세요. 마트에 가서 고른다든지 이런 식으로 표현을 하는데 엄마는 아이가 장난감을 원해서 그런가보다 그렇게 생각하기 쉽고 아이랑 못 놀아주는 보상으로 장난감을 많이 사주게 되는 거죠”

놀이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네 살 민성이도 자폐증을 앓고 있습니다. 장난감만 주면 혼자 잘 놀아 키우기 수월한 아이라고 했던 민성이, 그러나 그건 잘못된 생각이었습니다.

<인터뷰> 민성이 어머니 : “검사를 받았더니 자폐 성향이 있다고 나왔어요. 주된 원인은 혼자서 놀게 해서 그런 것 같아요. 혼자 놀려고 아이 혼자 잘 노니까 엄마가 편하려고 그랬죠”

민성이 엄마는 이년 전 둘째를 임신하면서부터 몸이 힘들다보니 민성이에게 장난감으로 시간을 보내게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데요.

<인터뷰> 민성이 어머니 : “자동차 바퀴는 다른 애들 같으면 자동차 굴리면서 다른 일도 같이 하면서 자기가 또 싫증나면 다른 거 하고 그러잖아요. 그런데 얘는 안그러고 그거 하나만 가지고 놀아요. 계속 자동차 바퀴 굴리는 그것만 보고 있어요. 그런 게 좀 심해요”

민성이는 그 뒤 부쩍 말수가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결국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민성이 어머니 : “명절이라서 시댁을 갔는데 그 전에도 제가 느낀 거는 불러도 대답을 안 하고 눈을 안 마주치고요. 다른 애들 같으면 지시 따르기 뭐 가져와 하면 가져오고 할 텐데 안 하고...”

자폐증은 대부분 선천적 이유 때문이지만, 요즘에는 과도한 장난감 때문에 후천적인 자폐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는데요.

<인터뷰> 김일권(한국특수요육연구소) : “성장기에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 엄마하고 애착형성이 안 되는 반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데 그것이 습관화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엄마나 사람과 관계형성이 안되고 눈 마주침이 안 되고 그래서 계속 장난감을 가지고 놀게 되죠”

물론 적당한 놀잇감은 아이들의 감각을 익히고, 발달시키는데도 도움을 주지만, 문제는 그 정도가 넘을 때입니다. 특히, 요즘에는 자녀들도 한 두 명밖에 안 되다보니 옛날 소꿉놀이를 할 때처럼 아이들끼리 서로 역할을 분담하고 얘기하며 장난감을 함께 갖고 놀 기회도 적고, 또 혼자 노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도 문제라고 하는데요,

실제로, 장난감이 많은 곳에서, 아이들은 자신이 고른 장난감에만 열중할 뿐 또래친구나 부모와 함께 어울려 놀고 있는 아이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과도한 장난감의 폐해가 알려지면서 심지어 독일 등에서는 최근 장난감 없는 유치원이 생겨나고 있을 정도라는데요, 국내에서도 지난해 중앙대 부속 유치원에서 ‘장난감 없는 유치원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이숙희(중앙대 아동복지학과) : “현재 아이들의 모습을 반추해보면 자연에서 놀던 아이들보다 오히려 인간관계 능력이라든지 창의력 문제 해결 능력이 결핍된다고 하는 것은 많은 문제 해결능력에서 볼 수 있습니다”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아이들은 줄고 있지만 장난감 시장은 매년 크게 성장하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딱딱한 플라스틱처럼 아이의 마음이 차가워지지 않도록, 아이의 손에 장난감을 쥐어주기에 앞서 부모들이 먼저 그 손을 잡아주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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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KBS TV 2006-02-28 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