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을 걱정해?…정부, 돈쓰는 정책 `남발`

 

- 아동수당제 이번주부터 협의..보육비 지원과 중복

 

- 저출산 대책맞나..정책효과에 부처 이견

- 기획처 "검증부터"..타부처 "선진국에선 시행중인데"

 

[이데일리 김수헌기자] "돈 마련보다 정책효과부터 우선 검증해야 한다"(기획예산처) "선진국에서는 오래전 도입한 제도인데"(타 부처)

 

나라 살림살이를 짜는 기획예산처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돈 나올 곳은 여의치 않은데 저출산 대책, 저소득층 지원 등 명목으로 여기저기 부처에서 돈 쓸데를 늘리는 정책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정부 관련 부처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기획예산처, 재정경제부 등은 이번주부터 `아동수당제` 도입방안을 놓고 본격적인 부처협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복지부 저출산고령사회정책본부가 구상하고 있는 아동수당제는 내년부터 생후 1년까지 영아에게 1인당 월 10만원을 지급하고 2008년~2009년까지 생후 3년 유아로까지 수당지급을 확대하자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 정부가 아동수당제 도입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자, 기획처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아직 아동수당제에 대한 복지부의 협의방안도 보지 못한 상황인데다, 정책효과에 대해 부처간 이견이 존재하기 때문에 협의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

 

기획처 관계자는 "복지부 초안은 둘째 아동부터 수당지원을 하는 것이지만 최종협의방안을 아직 전달받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수당지급대상을 제한해야 할지, 그렇다면 어느 정도 소득가정까지 수당을 지급할지, 첫째 아동부터 포함시켜야 할지 여부나 재원대책으로는 어떤 것을 고려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복지부 방안부터 살펴봐야 한다는 것.

 

기획처는 재원마련문제보다 저출산 대책으로서 아동수당제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부터 검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성가족부가 보육지원 강화를 통한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마당에, 복지부에서 아동수당제까지 들고나오고 있기 때문에 정책우선순위부터 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

 

이에 대해 복지부 일각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선진국에서는 아동수당제를 시행해 저출산 해결에 어느정도 효과를 보고 있다"며 기획처가 재원마련을 구실로 지나치게 빡빡한 입장을 보이는게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재경부 관계자는 "정책방향이 옳은데도 재원타령만 하고 있어서도 안되겠지만, 보육지원 확대과 수당제도 도입은 중복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큰 틀에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획처는 `아동보육`과 관련해 시행되고 있거나 앞으로 도입검토되고 있는 제도들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하고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기획처 관계자는 "복지부가 아동수당제를 도입하면 유아 보육비 지원금을 늘리고 대상계층을 확대하자는 여성부 정책과 중복된다"며 "여기에다 앞으로 일하는 가구에 대해 정부가 현금을 지원하는 근로소득보전세제(EITC)도 아동있는 가구부터 우선도입될 것이 확실하고, 6세 미만 아동가정에 대한 근로소득 추가공제 등은 조세지출 형태로 시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동보육 지원제도는 현단계에서 재원마련문제보다는 중복지원배제와 효과적 집행방안 등을 먼저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재경부와 복지부가 추진하던 저소득층 자산형성지원사업(IDA)도 마찬가지. IDA는 저소득층이 저축하는 금액의 최고 2배를 정부와 민간기부금으로 지원해주는 것으로, 애초 올해부터 시행키로 한 시범사업이 내년으로 넘어가게 됐다.

 

지난해 재경부의 시범사업 예산배정 요청에 대해 기획처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예산배정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기획처는 일단 시범사업에 들어가면 수혜계층이 급증하기 때문에 재정부담을 고려해 정책효과를 좀 더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 내에서는 근로소득보전세제(EITC) 도입 타당성에 대해서도 일부 논란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제도 시행을 위한 소득파악율 제고 비용 등을 감안하면 이를 바로 저소득층 지원에 사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지적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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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헌 (shkim2@edaily.co.kr)

출처-[이데일리 2006-02-27 1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