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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인터넷 검색창에 재료 이름을 치면 수십, 수백가지 조리법이 쏟아진다. 네티즌들이 직접 만들어 블로그에 올린 요리 사진은 프로 뺨치는 수준이다. 이런 추세를 타고 요리 강좌도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다.
그러나 정보의 양과 질이 언제나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인기가 단지 한때의 열풍에 그치지 않고 올바른 식문화로 이어지려면 누군가 옥석을 가려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다. 요리사 차유진씨(30)가 지난해 12월 ‘테스트 키친’을 연 것은.
#음식문화 유행할수록 원칙·줏대 지켜야
테스트 키친(Test Kitchen)은 요리사가 끊임없이 조리법을 연구하고 실험하는 곳을 말한다. 요리를 평생 업으로 삼고 하나의 학문으로서 탐구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욕심 낼 법한 공간이다. 우리나라에선 다소 생소한 개념이지만 유럽과 미국 등에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고. 요리와 음식 문화가 가볍게 유행하고 소비되는 시대일수록 원칙과 줏대를 지켜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처음엔 그도 요리를 그저 취미로 대했다. 전공은 미술. 졸업 후엔 음반에 대한 글을 썼다. 음악 일을 계속 하고 싶었으나 뜻대로 안돼 방황하던 차에 마지막 승부수로 떠오른 게 바로 요리였다. 남들은 요리를 배운다며 프랑스로, 뉴욕으로 향했지만 그는 영국을 택했다. 어차피 학교 간판을 바라고 시작한 일이 아니었다. 일반 가정처럼 아늑한 분위기에서 훌륭한 요리를 가르쳐 주는 곳. 런던 근교에 위치한 학교는 그를 프로 요리사로 단련시켰다.
그러나 한국으로 돌아온 첫 3년은 시련과 배반의 나날들이었다. 열심히 일했던 레스토랑은 그의 조리법만 쏙 가로챘다. 한 케이터링 업체에선 일당 5만원에 20시간이나 일하기도 했다. 요리사로 살아남겠다는 목표가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지만 혹시라도 지레 지칠까봐 두려운 생각도 들었다.
“사람들한테 치이면서 피폐해질 바에 조용히 글을 쓰는 편이 낫겠다 싶었어요. 마땅한 스튜디오도 없이 혼자서 요리하고 사진 찍고 글을 쓰며 책을 준비했죠.”
원고가 책이 되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책을 내자’ 운만 띄워놓고 가타부타 말이 없는 출판사가 어찌나 얄밉던지.
결국 여차저차 우여곡절 끝에 2004년 첫 요리책 ‘푸드 러버를 위한 차유진의 테스트 키친’이 세상에 나왔다. 책을 읽게 될 독자를 위해 그는 정직하고 고지식하게 메뉴를 골랐다. 10번 이상 만들고 맛본 음식이 아니면 책에 싣지 않았다.
#체계적으로 요리 배울 분께는 부엌 개방
‘실험실’이 필요해 테스트 키친을 열었지만 공간을 독차지할 생각은 없다. 운영 원칙 중 하나가 ‘너에게 부엌을 빌려주마’. 요리를 기본부터 탄탄하게 배울 사람이라면 누구든 환영이다. 메뉴를 정하고 신선한 재료를 고르는 것부터 세세한 요리 기술까지. 쉽게 하자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지만 그는 정공법을 택했다.
화이트 소스 한가지를 배우고 나면 라자냐, 크림소스 파스타까지 척척 만들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가르친다. 이처럼 그가 아낌없이 퍼주는 것은 조리법만이 아니다. 재료를 못 구하겠다고 울상인 학생에겐 재료까지 사다 안긴다.
대신 배우는 사람에게도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자기가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 뚜렷한 목표를 가질 것. 음식이 담긴 그릇을 예쁘장한 사진으로 남겨 남에게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좋은 재료를 골라서 건강에 이로운 음식을 해먹는 게 진짜 요리죠. 조리법에 따라 제대로 완성한 요리는 특별히 장식하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그의 철학을 공유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자세한 강좌 내용은 www.testkitchen.co.kr에서 볼 수 있다.
#스콘(Traditional English Scone)
■재료 밀가루 225g, 차가운 버터 50g, 베이킹 파우더 2와 1/2 티스푼, 설탕 25g(기호에 따라 첨가할 것, 안 넣어도 됨), 소금 1/2 티스푼, 우유 150㎖(반죽의 상태를 보며 양을 조절할 것)
■만드는 법
(1)오븐은 230도로 예열하고 베이킹 팬에 살짝 기름칠해둔다. 오븐 단은 중간으로 설정할 것(스콘은 뜨거운 온도에서 순식간에 구워내는 빵이므로 더더욱 오븐 단 사용에 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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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밀가루와 베이킹 파우더, 소금(설탕)을 체에 내리고 차가운 버터를 잘게 잘라 준비한다.
(3)밀가루 혼합물 안에 차가운 버터를 넣고 손가락 끝으로 비벼가며 잘게 부숴 빵가루 같은 상태로 만든다. 버터가 손바닥 열에 녹지 않도록 주의하고 그릇을 흔들어 봐서 큰 버터 덩어리가 남아있나 점검한다.
(4)우유를 조금씩 넣어가며 부드러운 반죽을 만든다. 한 번에 다 넣지 말 것.
(5)반죽에 밀가루를 뿌려가며 조금 반죽하다가 밀대로 밀어 두께 2㎝, 너비 5㎝가 되도록 한 뒤 둥근 커터기로 자르거나 칼로 자른다(골고루 부풀 수 있도록 두께가 고른지 신경 쓰며 밀어줄 것. 티 파티에 내는 스콘이라면 좀 작은 크기로 만들어도 좋다).
(6)오븐에 넣어 10~15분 정도 윗면이 갈색이 되도록 구워준다. 우유나 달걀 물을 발라 줄 것.
(7)전통적인 스콘은 반드시 뜨거울 때 거품낸 생크림과 딸기잼, 홍차와 함께 낸다.
#매운 바지락 파스타(Spicy short-necked clam pasta)
■재료 파스타 면(스파게티나 링귀니, 또는 카펠리니) 360g, 바지락 살만 발라놓은 것 한 팩, 후춧가루(crushed red pepper) 3 테이블 스푼, 마늘 다섯쪽 납작하게 저며서, 올리브오일 두 테이블스푼, 화이트와인 100㎖, 파슬리 굵게 다진 것 두 테이블스푼, 소금과 후추.
■만드는 법
(1)파스타를 삶는다. 면이 충분히 잠길 만큼 물을 붓고, 1ℓ의 물에 한 티스푼 정도의 소금을 넣어준다. 바닥에 붙지 않도록 초반에 몇 번 저어준 뒤 포장에 적혀 있는 시간보다 1~2분 정도 덜 삶을 것. 바지락은 팩에서 꺼내 껍데기가 남아 있는지 소금물에 헹구어 점검해 준다.
(2)납작하게 썬 마늘을 팬에 기름을 두르고 넣는다. 마늘이 좀 투명해진다 싶을 때 후춧가루(crushed red pepper)를 넣고 바로 불을 줄여줄 것(약한 불일 때 마늘을 넣어 충분히 기름에 마늘 맛이 배게 할 것).
(3)고추와 마늘이 잘 볶아지고 있을 때 다시 불을 올리고 바로 손질한 바지락을 넣어 두세번 뒤적거린 뒤 화이트와인을 넣어준다(와인을 넣을 때는 반드시 불을 세게 할 것. 재료들의 향을 순식간에 정리해주고 알코올 기운도 빠지며 조개도 질겨지지 않는다).
(4)1~2분 정도 끓인 뒤 국물에 파슬리를 넣고 소금 후추로 간을 하고, 면을 냄비에서 건져내 바로 프라이팬에 넣어 소스와 함께 섞어 완성한다.
〈글 최희진기자 daisy@kyunghyang.com〉
〈사진 김영민기자 viol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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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경향신문 2006-03-15 16:15]![](http://www.xn--910bm01bhpl.com/gnu/pinayarn/pinayarn-pinayar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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