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느릿느릿 걸어라… 아무도 방해할 이 없으니

피나얀 2006. 3. 24. 00:01

 


‘건강지압길’ 이리저리 뛰어보고
연인과 함께 ‘혼례길’도 가보자

 

섬진강 따라 차만 타고 쌩 달리다 보면 놓치는 것이 많다. 섬진강을 확실히 느끼고 오려면 당연히 차에서 내려야 한다. 자동차 도로를 벗어나 자전거 길을 달리거나, ‘건강 지압길’과 강 바로 옆 둑방길을 걸어 보자. 자동차에서 내려야만 볼 수 있는 경치 좋은 길, 건강에도 좋은 ‘길’‘길’‘길’을 소개한다.

 

>> 곡성에는 쉬었다 갈 곳이 많다

 

뺑덕 어멈의 고개는 뺑덕 어멈의 마음씨처럼 불룩불룩 꼬불꼬불 굽이가 높고 비틀어졌다고 해서 붙은 이름. 그래서 오히려 건강에 좋다. 고개를 넘다 보면 ‘도깨비’ 조각상이 나오고 가정리 가정역 앞 강변을 둥글게 감싼 모양으로 촘촘히 들어찬 바위들인 ‘도깨비살’(‘살’은 물고기를 잡기 위해 쌓는 방죽)이 도깨비상 뒤쪽 저편으로 보인다.

 

조선시대 마천목 장군이 도깨비를 시켜 쌓았다는 전설이 깃들어있다. 징검다리인줄 알고 콩콩 뛰어다니다가 바위 이끼에 미끄러져 강물에 빠졌다. 도깨비의 소행이었을까? 위험하니 구경만하자. 가정역 앞 ‘두가세월교’를 건너면 북쪽으로 건강 지압길 공원이 조성돼 있는데 여기서는 돌무더기 위를 마음껏 뛰어다녀도 좋다.

 

말랑말랑해진 발바닥으로 이번엔 청소년야영장(061-362-4186) 자전거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자전거 도로를 달렸다(자전거 대여료 1인용 3000원·2인용 5000원·2시간 기준. 코스는 2.2㎞·11.6㎞·25㎞가 있다). 시원한 강 바람은 현재, 아직 피지 않은 벚꽃 향기는 미래였지만 상상만으로 좋았다.

 

>> 구례 주민들의 산책 코스 ‘금정리 둑방길’

 

‘강북’을 달리는 19번 국도와 ‘강남’을 달리는 861번 지방도가 있다. 소설가 김훈은 저서 ‘자전거 여행’에서 861번을 타고 달렸다고 한다. 왜 그랬는지, 달려보면 알 수 있다. 차가 많지 않아 한적하고 더 운치 있다. 특히 문척면 금정리 강변에 형성된 둑방길은 북으로 달려서는 발견할 수 없는 보물.

 

 861번 도로를 달리다가 문척면을 지나 왼쪽 강변길로 들어서면 왼쪽 논과 강 사이 우뚝 솟은 둑방길이 나타난다. 그 때 차를 세우고 걷는다. 도시락가방 메고 논두렁을 걸었던 옛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정겨운 길이다. 하루 한번은 운동삼아 이 길을 산책한다는 동네 아주머니들이 살짝 부러워졌다.

 


>> 하동·광양 쪽 넓게 펼쳐진 갈대밭이 아름답다

 

섬진강 따라 느릿느릿 걷기 좋은 곳은 광양·하동 쪽이다. 강이 바다와의 만남을 준비하는 하류로 접어드는 지점이라 넓게 펼쳐진 모래톱이 아름답고 갈대밭도 운치 있다. 물론 문제는 주차. 차를 세울 곳이 마땅치 않아 걷고 싶어도 못 걷는 경우가 허다하다.

 

섬진교에서 화개방향으로 300m쯤 가면 ‘하동포구 노래비’가 보인다. 이 곳이 벚꽃 둑길(약 1.5㎞)의 시작이다. 주차는 인근 하동 문화예술복지회관에 한다(무료). 벚꽃 둑길 가장자리에는 벚나무가 띄엄띄엄 서 있다. 오른쪽으로는 19번 국도가, 왼쪽으로는 섬진강이, 강을 마주하면 맞은편에는 광양 매화마을이 보인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흙 냄새, 강물 냄새가 더욱 진해진다. 옆 도로로 달리는 차 소리에 강 위에 떠 있는 고깃배 삐걱 거리는 소리가 섞인다.

 

송림공원 앞 자전거 도로(자전거 대여소 없음)는 강따라 소나무 그늘이 있어 산책길로 좋다. 자전거 도로라지만 길 군데군데 소나무가 심어져 있어 자전거를 타고 달리기엔 위험하다. 공원 주차장(1인당 입장료 1000원 내면 주차 무료) 이용.

 

>> 모래톱을 걷고 싶을 땐, 평사리 공원으로 간다.

 

모래톱은 강과 가장 가까이 걸을 수 있는 곳이다. 자동차를 타고 섬진교에서 화개 방향으로 가다 보면 푸릇푸릇한 악양 들판 앞으로 금빛 모래 들판이 펼쳐진다. 이곳이 바로 평사리공원 강변 모래톱. 평사리공원 주차장(1인당 입장료 1000원 내면 주차 무료)에 차를 세운 후 강 쪽으로 내려가면 평사리공원이 나온다.

 

각양각색의 표정으로 하늘을 이고 있는 수십여 개의 ‘장승떼’를 구경한 후 강 쪽으로 걸었다. 바닷가 백사장 위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바닥은 생각보다 단단해서 걷는 데 별 지장이 없다. 흐르는지, 고여 있는지 물소리조차 내지 않을 정도로 말이 없는 섬진강. 가까이 다가가면 마음을 열까 싶어 강 쪽으로 바짝 붙어 걸어봤다. 걷다가 맑은 강에 얼굴도 비춰보고, 나뭇가지 하나 구해 와 강바닥에 남몰래 유치한 낙서도 해본다. ‘좀 걸었다’ 싶을 즈음엔 공원 벤치 않아 넋 놓고 먼 산 구경을 했다. 가끔 모래바람이 일어나니 주의할 것.

 

>> 쌍계사 십리벚꽃길은 벚꽃철에 난리가 난다

 

화개장터~쌍계사까지 6km 구간을 일컫는데, 젊은 연인들이 이 길을 함께 걸으면서 결혼을 약속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서 ‘혼례길’, ‘혼인길’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4월초가 되면 이 환상의 벚꽃 터널에서 연분홍 꽃눈이 휘날린다.

 


● 숙박

 

곡성·구례

 

곡성에선 호텔 뺨치는 모텔이나 번듯한 펜션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하지만 주인 맘 씀씀이 좋은 민박, 섬진강 내려다보이는 모텔이 몇 군데 있다. 곡성 청소년야영장 옆 물안개 쉼터 민박(061-362-6633)은 30평대 넓은 방을 단체로 빌리기 좋다. 섬진강이 내려다 보인다. 10인실 15만원, 4인실 5만원. 6인실 3개를 운영하는 나룻터 가든 민박(061-363-7940)도 강이 보이는 곳. 1박에 4~5만원. 리버사이드 모텔(061-363-8201)도 섬진강이 보인다. 침대방과 온돌방 중 선택 가능하고 2인 기준 3만원이다.

 

구례에는 섬진강변이 보이는 전망 좋은 숙소를 찾기 힘들다. 대신 화엄사 입구 쪽 지리산 프라자 관광호텔(061-782-2171), 지리산 스위스관광호텔(061-783-0700)이나 온천지구 쪽 지리산온천관광호텔(061-783-2900)같은 대형 숙소들이 꽤 있다. 유곡리 다무락마을(061-782-6761)에는 7채의 집이 민박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에선 잠도 잠이지만 대나무숲·황토염색체험학교·감나무 농장 등 즐길거리가 많다. 찜질방을 찾는다면 피아골 입구에 식당·수면실 등을 갖춘 피아골 24시 한증막(061-783-7775)이 있다.

 

하동·광양

 

화개장터 주변에 숙박시설이 몰려있다. 전망 좋은 곳을 찾는다면 하동읍 미리내호텔(055-884-7292·사진)이 좋다. 모든 객실에서 섬진강이 보인다. 침대 시트나 내부 시설 깔끔하다. 주변 산책로도 깔끔하게 꾸며놓았다. 성수기 2인 기준 6만원. 화개면 탑리 성운각(055-883-6302)은 쌍계 십리벚꽃길과 화개천 사이에 있다. 걸어서 5~10분이면 화개장터에 도착한다.

 

성수기 2인 기준 6만원. 백운산 어치계곡 근처에는 펜션 백운산밸리(061-772-2282~3)가 있다. 전 객실이 황토방이다. 섬진강 주변에서 이만한 펜션은 찾아보기 힘들다. 하동 쌍계사·화개장터에서 40분, 남해대교에서 40분 거리. 산 속인만큼 꼬불꼬불한 길을 달려야 하는 것이 단점. 성수기 2인 기준 10만원. 찜질방은 광양시 광영동 시내까지 가야 한다. 광영스포렉스 찜질방(061-793-8051)은 여성전용 수면실·휴게실과 산림욕장·토굴 수면실을 갖췄다. 사우나 시설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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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조선일보 2006-03-23 16: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