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두바퀴에 마음싣고 특별한 경주

피나얀 2006. 3. 28. 23:09

 


솔직히 경주에 대해선 별로 쓸 게 없다. 경주는 전국민이 다 아는 신라의 고도. 수학 여행 필수코스로 한번쯤은 다녀왔고, 첨성대며 석굴암, 불국사 같은 유적은 교과서에도 소개됐으며 전문교양서도 숱하게 나와 있다. 게다가 잊을 만하면 TV다큐멘터리, 신문 기획기사로도 등장한다.

 

지식의 깊이야 천차만별이겠지만 그렇다고 경주를 다녀간 관광객들이 굳이 전문가처럼 다 알아야할 필요도 없다. 하여, 이미 서너번 이상 찾아서 경주를 낡고, 답답하다는 사람들에게 ‘알아야 보인다’고만 얘기하지 말자.(물론 경주가 서너번 관광으로 다 봤다고 할 수도 없고, 평생을 공부해도 깨우치지 못한다는 것을 그들도 잘 알 것이다.) 이런 여행자들에겐 지식보단 느낌이 더 중요하다.

 

그냥, 자전거를 한 대 빌렸다. 그동안 경주에 올 때마다 첨성대에서 불국사로 메뚜기처럼 뛰어다니며 사진 찍고, 물어보고, 기록했으니 이번에는 가고 싶으면 가고, 쉬고 싶으면 쉬면서 볼 참이다. 여행이란 원래 편할수록 좋다. 경주는 자전거 도로만 100㎞ 정도. 전국에서 제주도와 함께 가장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라고 한다. 실제로 속도를 줄이면 생각이 많아지고, 궁금증도 생긴다. 경주시가 추천하는 자전거코스는 시내코스, 시외코스, 보문호수 코스 등 다양하지만 대릉원을 중심으로 코스를 잡았다. 대릉원~반월성~남천~분황사.

 

대릉원 주변으로 먼저 갔다. 거긴 길옆에 개나리가 피었다. 대릉원 바로 옆 산책로는 계림과 반월성으로 연결된다. 길이 좋아선지 이미 자전거를 끌고 나온 20대 여성들도 제법 보인다.

 

첨성대는 늘 아이들로 북적거린다. 높이 10m가 조금 못되고, 362개의 벽돌은 음력 날 수를 뜻한다는 첨성대. 학자들은 첨성대를 보고 왜 천문대라고 할까? 솔직히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여기서 딴죽을 걸고 싶은 마음이 불쑥 솟았다. 별을 관찰하려면 아예 토함산 꼭대기에 세울 것이지 왜 편편한 들판에 첨성대를 세웠을까? 실은 오래전부터 첨성대가 화장터가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전문가들은 무식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꼭 화장터 굴뚝같이 보인다. 능이 옆에 있으니 제사라도 지냈던 곳이던가?(첨성대 자료를 뒤져보면 제사를 지내는 제단이란 학설도 있다.) 아무튼 첨성대는 그 모양새부터 희한하다.

 

첨성대 뒤편 쪽으로 나있는 자전거길은 반월성을 거쳐 계림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여기서 불만 하나가 튀어 나왔다. 계림은 자전거 반입불가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유적지중엔 자전거 갖고 들어가는 것을 막는 곳이 많다. 자전거 도로는 잘 돼 있지만 자전거주차장도 없다. 아쉽다. 자전거 대여점에서 자물쇠를 빌려주는 것도 아니고. 자전거를 타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자전거를 타고 반월성을 넘어서 남천으로 갔다. 올라가는 길은 조금 버겁지만 그리 힘들지는 않다. 길을 따라 달리다보면 남천이다. 남천의 월정교는 바로 신라시대 최고의 러브스토리가 탄생한 곳이다. ‘누가 자루 없는 도끼를 빌려주면 하늘을 떠받칠 기둥을 깎겠다’는 노래를 부르고 다녔다는 원효. 이 노래의 의미를 알아챈 사람이 바로 무열왕이다. 무열왕은 사람을 시켜 원효를 다리에서 밀어뜨린 뒤 요석공주가 있는 요석궁으로 안내했고, 거기서 3일 동안 머물며 과부 요석공주와 사랑을 나눴다. 원효의 아들이 설총이다.

 

만약 무열왕이 원효와 요석공주를 이어주기로 했다면 틀림없이 무슨 의미가 있을 터. 대체 그게 뭘까? 왕족에게 사윗감은 수없이 많았을 텐데 하필 승려 원효였을까? 원효는 또 왜 파계를 했을까? 무슨 득될 게 있다고? 궁금하다. 어쨌든 사건을 치른 원효는 자신보다 훨씬 더 지체 높은 의상과 함께 당나라 유학을 떠났다가 굴속에서 해골물을 마신 뒤 깨우침을 얻어 되돌아온다.(아마도 원효의 파격 행보로 보아 설총을 잉태시킬 때부터 원효는 깨우쳤을 것이다. 무열왕도 원효를 한 눈에 알아봤으니….)

 

원효가 머리를 깎았다는 황룡사 터와 설총이 원효의 유골을 들고 슬픔에 잠겼다는 분황사도 들렀다. 황룡사 터는 앞으로 복원공사를 한다고 한다. 옛모습을 재현하겠다는 것인데, 솔직히 잘하는 일인지, 못하는 일인지는 모르겠다.

 


 

삼릉도 찾아갔다. 이번엔 자전거를 차에 싣고. 삼릉앞에는 자전거 길이 놓여있지만 능선까지 가는 길엔 자전거 코스가 없다. 삼릉 주변은 자전거를 탈 만한 공간도 아니지만 솔숲은 참 좋다. 구불구불한 게 희한하다.

 

4월초 벚꽃시즌엔 보문호도 자전거 타기는 좋은 코스. 한바퀴 돌아보는데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경주 자전거 여행이 뭐 대단한 여행법도, 새로운 여행 스타일도 아니다. 만약 자전거를 타고 국토순례라도 하다 경주에 들렀으면 소설가 김훈처럼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 속으로 흘러 들어온다. 모든 길을 다 갈 수 없다 해도, 살아서 몸으로 바퀴를 굴려가는 일은 복되다’(자전거여행)라고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관련기사 M2·4면

 

보통 여행자들에게 자전거여행의 장점은 그렇게 거창하지 않다. 만화방창한 봄날, 졸린 눈 부릅뜨고 운전대 잡고 가는 것보다 자전거를 잔디밭에 세워두고 주저앉아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게 더 맘 편해서 좋을 뿐이다. 교과서에서 배운 지식에 딴죽도 걸어보고, 스스로 질문도 하다보니 역사에 대한 호기심도 생긴다. 결국 책이라도 한 번 더 들춰보게 된다.

자전거 여행은 그냥 소소하다. 돈도 많이 들지 않고, 부담스럽지도 않고. 그래서 좋다.

 

▶여행길잡이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중부내륙고속도로가 더 한가하다. 김천에서 경부고속도로로 갈아탄 뒤 경주IC까지는 한시간 거리다. 열차를 이용할 경우 경주역에서 내리면 주변에 자전거 대여점이 있다. 하일라콘도와 한화콘도 사이에도 대여점이 있으며 대릉원 주변에도 대여점이 있다. 대여료는 대개 하루에 1만~1만5천원 정도. 한나절에 5,000원 정도 한다. 경주시내 관광안내센터에 들러 안내지도를 얻으면 자전거 도로가 잘 나와있다. 대여점 장소도 표시돼 있다.

 

삼릉앞 삼릉 고향손칼국수(054-745-1038)는 들깨가루를 넣은 칼국수(사진)가 일품이다. 칼국수는 4,000원. 대(大)는 5,000원. 수육은 1만원. 파전과 묵은 각 5,000원이다. 보문호 댐 아래에 있는 ‘보문 민물장어’(054-745-1552)는 35년이나 됐다. ㎏당 팔지 않고 1인분(1마리)씩 판다. 양념구이와 소금구이가 있다. 1인분에 1만3천원. 쌈밥집은 대릉원 주변에도 많이 몰려있고, 팔우정 로터리의 해장국집도 꽤 많다.

 


경주 한화 에톤콘도(054-777-8900)가 24일 개장했다. 기존의 콘도 옆에 지어진 에톤콘도는 지상 8층에 모두 200실 규모. 식당과 편의점, PC방, 세미나실, 온천수를 이용한 물놀이파크 스프링돔 등을 갖추고 있다.(관련기사 M4) 31일부터 4월15일까지 객실 1박과 스프링돔 2인이용권을 포함, 평일패키지 16만6천원(주말불가). 이 기간을 제외한 비수기는 주중(일~목) 9만9천원, 주말 16만원.

 

 

 

 

 

〈글 최병준기자 bj@kyunghyang.com〉

〈사진 김영민기자 viol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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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경향신문 2006-03-28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