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혼자라도 좋다…낭만이 있어 좋다…말레이반도 배낭여행

피나얀 2006. 3. 31. 23:55

 


유럽에 초호화열차 ‘오리엔탈 익스프레스’가 있다면 동남아시아에는 ‘싱마타이 특급’이 있다. 싱마타이 특급은 동남아 배낭여행족 사이에 고마운 존재. 싱가포르∼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태국의 방콕·치앙마이 등 주요 도시를 저렴한 값에 기차로 연결해 준다. 싱마타이에 몸을 싣고 동남아를 쏘다니다 보면 배낭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 다가온다.

 

#싱마타이 특급열차

 

싱마타이는 배낭여행객들을 위해 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 관광청이 공동 기획한 열차여행 상품. 열차는 한국의 무궁화열차 수준인데, 침대칸을 둬 장거리에 쓰일 수 있게 했다. 말레이반도 남쪽의 싱가포르 탄종파가역에서 출발해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 태국의 핫야이·후아힌·방콕·아유타야·치앙마이 등을 거치며 말레이반도를 종단한다.

 

각 도시에서 하루나 이틀을 머무른다. 기본적인 싱마타이 코스는 싱가포르∼쿠알라룸푸르∼방콕이나, 여행객이 원하는 대로 일정을 변경할 수도 있다는 것이 강점. 탄종파가역은 볼품은 없지만 프랑스어와 독일어 등 유럽에서 온 듯한 배낭여행객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국제선 간이역의 추억이 숨쉰다.

 

열차 여행은 대개 밤에 진행된다. 싱가포르와 쿠알라룸푸르를 잇는 구간 역시 밤 10시쯤 돼서야 기차에 오른다. 2층 침대가 좌우로 놓인 열차 안에서 8시간은 버텨야 쿠알라룸푸르에 이른다. 열차 안에는 침대 칸마다 커튼이 쳐져 있어 나름의 독립적인 공간을 보장한다. 재미있는 것은 열차 코스가 특이해서 입국 수속과 출국 순서가 뒤바뀐다는 점.

 

탄종파가역에서 말레이시아 입국 수속을 하고, 싱가포르 우드랜드역에서 싱가포르 출국 수속을 한다. 기차에 짐을 두고 수속을 위해 잠시 내렸다 타는 것이 왠지 께름칙하지만, 안전에는 별 이상이 없다.

 

쿠알라룸푸르에서 태국 방콕까지는 최소한 이틀 코스로 진행된다. 중간에 위치한 핫야이에서 버스로 푸껫이나 꼬 사무이로 이동한 뒤 해변에서 하루이틀을 보내고 방콕까지 다시 버스를 타고 간다.

 

치앙마이로 가기 위해 방콕의 후알람뽕역에 들어서면 ‘태국이 배낭여행객의 천국’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아직 비수기인데도 배낭여행객들은 벌써 넓은 역 바닥을 점거해 버렸다. 태국인을 위한 야간열차인데, 외국인을 위한 열차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외국 여행객들이 북적인다. 단체로 길을 나선 이들이 많지만 연인이나 동성 친구, ‘나 홀로 여성 배낭족’도 자주 눈에 띈다.

 

각국 여행자들이 서로 낯가림 없이 손짓 발짓으로 대화를 주고받는다. 저러다 말문이 탁 터지는 경우도 있으리라. 대신 수다를 떨며 공유할 여행 정보를 챙겨가는 게 좋다. 오후 7시40분에 출발한 열차는 1시간30분 정도 연착해 다음날 오전 10시30분쯤 치앙마이역에 도착했다. 한두 시간 연착은 애교로 봐줄 일이란다. 동남아 모든 구간의 열차는 실내가 시원하다 못해 춥기까지 해 감기에 유의해야 한다. 일행 10명 중 4명이 감기를 달고 인천에 도착했다.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치앙마이 코끼리 트레킹, 방콕 후알람뽕역, 쿠알라룸푸르 페트로나스 타워, 쿠알라룸푸르 페트로나스 타워

 

>>여행정보

 

기본이 되는 9일짜리 싱마타이(파타야 포함) 상품은 89만원으로, 호텔·항공료·도시간교통편·여행자보험만을 묶었다. 항공세·공항세·여행지입장료 등 개별적으로 쓰는 비용은 따로 챙겨가야 한다. 기본 여행지에서 짠돌이 여행을 할 생각이라면 추가 비용은 20만∼30만원이면 넉넉하다. 기본 싱마타이 상품에 약간씩 돈을 더 쓰면 ‘시엠립 앙코르와트’(일정 2일과 5만원 추가) ‘푸껫’(일정 4일과 10만원 추가) ‘꼬사무이’(일정 5일과 15만원 추가) ‘홍콩’(일정 5일과 20만원 추가) ‘하룽베이’(일정 5일과 20만원 추가) 등 원하는 일정을 끼워넣을 수 있다. 상품 문의는 엔투어(www.ntour.co.kr, 02-775-0900), 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 관광청.

 

이와 함께 엔투어에서는 4월13일부터 15일까지 태국 전역에서 열리는 쏭크란 축제와 관련해 방콕 카오산로드에 한국인 배낭여행자를 위한 본부를 설치하고, 숙소와 축제 일정을 함께 진행한다. 개별 여행자들은 각자의 일정에 맞춰 여행을 하다 축제 전날 지정된 곳으로 모여 3일 동안 단체 축제 참가 활동을 하고 축제가 끝나면 다시 각자의 여행 일정으로 돌아가면 된다.

 

 

#각 도시의 둘러볼 만한 곳

 

인천에서 방콕을 거쳐 싱가포르 창이공항까지 이동하면 대개 늦은 밤이다. 싱가포르의 도심은 강을 끼고 있어 밤 풍경이 아름답다. 기온도 선선하다. 환하게 빛을 내는 열대과일 두리안처럼 생긴 복합문화예술공간 에스플라나드, 멀라이언(Merlion·상반신은 사자 하반신은 물고기인 전설 속 동물)공원 등을 지나 강변을 따라 걷다 보면 카페와 술집, 레스토랑 등이 즐비한 보트키 지역에 닿는다. 끄트머리 술집 페니블랙에 들어섰다. 온통 외국인투성이다.

 

맥주 한 잔에 12싱가포르달러(약 7000원).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식당이라선지 음식값이 다른 곳보다 비싸다. 보트키 인근에 강변 카페 거리 클라키가 있다. 술집과 음식점들이 보트키보다 휠씬 고급스럽다. 그만큼 값도 더 치를 것 같다. 트릭샤(관광용 세 발 자전거)를 타고 싶으면 먼저 값과 장소 등을 운전사와 흥정해야 한다. 흥정하지 않고 마냥 달리다 보면 바가지쓰기 딱 좋다. 최대한 깎아보도록. 동남아 3국 중 싱가포르 물가가 가장 비싸니 여행 경비를 적절하게 배분해야 한다.

 

오처드로드는 쇼핑이라는 테마를 잘 버무린 곳으로 서울 명동을 상상하면 된다. 명품 백화점부터 소규모 할인 잡화점까지 다양하다. 차이나타운 아랍스트리트 리틀인디아 등은 ‘도대체 여기가 싱가포르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물담배를 경험할 수 있는 암브로시아(Ambrosia) 카페는 아랍스트리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황금색 돔의 술탄모스크 인근에서 찾을 수 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는 관공서와 금융가가 몰려 있는 메르데카 광장과 인근 박물관, N서울타워와 유사한 메나라 쿠알라룸푸르 타워(276m),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452m), 젊은이들의 거리인 부킷 빈탄 등을 둘러볼 수 있다. 페트로나스 타워의 스카이 브리지에 가보려면 당일 아침부터 가서 기다려야 한다. 평소에는 쇼핑몰이 몰려 있는 6층까지만 둘러볼 수 있다. 8.6㎞의 모노레일을 타보지 않으면 큰 후회를 남길 수 있다.

 

방콕은 옷가게와 브랜드 숍이 즐비한 젊은이들의 거리인 시암광장, 실크 명품점 짐톤슨 하우스 등이 유명하나 대부분 배낭여행객들은 카오산 로드에서 시간을 보낸다. 동남아와 유럽 배낭여행객들이 들끓기 때문이다. 현지 한국 여행사인 ‘동대문’과 ‘홍익인간’에 들러 정보를 챙기는 것도 필수.

 

호주에서 왔다는 20대 여성 배낭족은 카오산에 머무른 일주일 동안 맨발로 다녔다고 한다. 이유는 그저 자유가 좋아서란다. 아이 둘, 아내와 함께 태국 여행 중 카오산에 들렀다는 한 일본 여행객은 배낭여행객이 넘쳐나는 것이 너무 신기해 며칠째 머무르고 있다고 말했다. 여행에 필요한 귀동냥을 얻기 위함인지 밤늦도록 낯선 여행객끼리도 바닥에 아무렇게나 앉아 함께 맥주 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눈다.

 

산스크리트어로 ‘새해’를 의미하는 쏭크란은 태국 최대 명절 중 하나. 타이력에 의한 신년으로 태국 국왕 즉위 60주년을 맞은 올해는 4월 13일부터 15일까지 태국 곳곳에서 진행된다. 건기가 끝나고 우기가 시작되는 시기에 맞춰 무차별적인 물싸움이 흥밋거리다.

 

방콕에서 들른 왕궁에서 해프닝이 있었다. 지도를 얻으려 왕궁 바로 앞 안내부스에 들렀더니 20대 초반의 여성이 “반바지 차림은 입장이 안 된다”며 옆에 있는 좌판에서 바지를 빌리라고 한다. 100밧(약 3000원)을 내고 빌려 입고선 되돌려주면 50밧을 내준다고 하기에 그대로 따랐다. 왕궁 안 안내부스에서 신분증만 있으면 바지를 무료로 빌려준다는 사실은 나올 때야 알았다. 50밧을 날려 속이 끓어서 그런지 친절하고 순수해 보이던 아가씨 얼굴이 아까와 달리 밉상이다.

 

치앙마이를 찾는 여행객은 일단 뻔한 코스를 둘러본다. 도이수텝과 나이트바자, 그리고 성곽 안의 수많은 사원들. 트레킹이 가장 인기인데, 하루 일정으로는 코끼리 트레킹과 대나무뗏목 트레킹을 한 뒤, 고산족 마을을 인위적으로 재현해놓은 듯한 마을을 휘둘러보고 만다.

 

이보다 고산족의 집에서 직접 생활하는 트레킹 프로그램을 택해 1, 2박을 잡아 고산족들의 때묻지 않은 원시 생활을 경험하면 좋다. 치앙마이 현지의 미소네(cafe.naver.com/chiangmaimisone)에 들르면 트레킹 예약이 가능하다.

 

 

 

 

 

 

글·사진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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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세계일보 2006-03-31 09: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