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김민수 |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대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가장 자기다운 모습을 피워 낸다.
자연은
신이 자신에게 준 자신의 모습을
부끄러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 <자연이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자작시)
ⓒ2006 김민수 |
언 땅을 뚫고 꽃부터 피워내는 앉은부채. 보이지 않는 뿌리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것만 같았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 감사하고 또 감사해야 할 이유를 보는 것 같았기에 육지에 올라가면 꼭 만나고 싶은 꽃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2006 김민수 |
아주 간혹 보이는 푸른 싹들은 곧 봄이 올 것을 예고하고 있었습니다. 앉은부채는 산지의 응달, 습지에 산다는 정보를 들었으니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지요. 등산로가 아닌 계곡을 따라 올라갔지만 서너 시간을 헤맨 끝에 만나지 못하고 돌아와야만 했습니다. 이것이 첫 번째 그를 만나기 위한 시도였습니다.
그리고 일 주일 후 두 번째 산행, 다양한 등산로 가운데 대학 시절 산행을 할 때 올랐던 곳을 더듬어 올라갔습니다. 그곳 역시도 계곡을 따라 올라갔지만 막 피어날 준비를 하는 몇 가지 들꽃들과 간헐적으로 피어난 제비꽃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삼고초려라고 세 번째 그를 만나러 갔습니다. 등산로가 아닌 샛길로 올라가면서 이곳이야말로 앉은부채가 있을 만한 곳이라고 내심 기대를 했습니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그를 만나지 못했지요. 이렇게 삼고초려가 무위로 돌아갔으니 내년을 기약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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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정보를 수집해서 그가 있는 곳을 알아내어 그를 만나러 가는 날, 날씨도 화창했습니다. 그런데 그곳을 가다보니 생소한 곳이 아닙니다. 도시생활을 접고 제주도로 가기 전 친구와 농사를 짓던 곳과 아주 가까운 곳이었습니다. 그땐 야생화, 들꽃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을 때였지요.
'그런 것이구나. 눈을 뜨고 나니 그 이전 삶의 터전 여기저기에 이렇게 소중한 것들, 내가 보고 싶어하던 것들이 지천이었던 것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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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은 "겨울을 깨뜨리는 철퇴"라고도 하십니다. 푸릇푸릇 싱싱한 이파리가 크면 그 기세가 엄청납니다. 그래서 앉은부채라는 이름을 얻었을 것입니다. 아마도 앉은부채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었다면 독성이 있는 줄도 모르고 먹었을지도 모를 만큼 먹음직스러웠습니다. 자기를 지키기 위해 독성과 악취를 지니고 있는 꽃이랍니다.
별로 예쁘지도 않은 꽃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작고 못 생긴 꽃은 봄바람을 일으키는 마법의 부채입니다. 그가 피어난 후 푸릇푸릇 부채를 닮은 이파리 피어날 즈음이면 봄꽃들이 여기저기서 피어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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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기자소개 : 자연과 벗하여 살아가다 자연을 닮은 책 <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생겼다?>, <내게로 다가온 꽃들 1, 2>, <희망 우체통>, <달팽이걸음으로 제주를 보다>등의 책을 썼으며 작은 것, 못생긴 것, 느린 것, 단순한 것, 낮은 것에 대한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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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오마이뉴스 2006-04-02 12:35]'♡피나얀™♡【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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