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38년 그저 바라만 본 너! 북악산 너를 품는구나

피나얀 2006. 4. 1. 21:39

 


[여행]

 

금단의 산이 열린다. 38년 만이다. 그저 바라만 보던 산을 오르며 선조의 숨결을 느끼고 성곽을 따라 걸으며 역사의 이면을 완상할 수 있다. 남북 분단의 아픔이 불러온 비극의 터를 상징하던 서울 성곽(사적 제10호)의 북대문인 숙정문을 포함한 북악산 일원이 4월 1일 일반에게 개방된다. 눈이 부시도록 푸르른 봄날, 북악산을 가슴에 담고 걷다 보면 미움도 갈등도 분열도 사랑과 그리움으로 바뀐다. 영혼의 소리도 귓전을 때린다.

 

숙정문을 비롯한 청와대 뒤 북악산 일원은 1968년 청와대 무장공비 침투사건인 `1.21 사태` 이후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하게 규제됐다. 역대 대통령이 보좌진을 대동하고 등반할 때만 카메라에 잡혔을 뿐이다. 그 아름다운 풍광은 일반에게 `그림의 떡`에 불과했다.

 

개방 하루를 앞둔 북악산 일원은 등산용 목재계단 등 탐방로를 정비해 놓아 노인이나 어린이도 비교적 쉽게 오를 수 있도록 했다. 숙정문에 오르면 탁 트인 서울이 한눈에 들어오고, 성벽을 따라 걸으면서는 서울의 곳곳을 살필 수 있다. 숙정문부터는 시멘트 계단을 통해 오를 수 있고 성벽에 뚫린 관측용 구멍을 통해 시내를 내려다 볼 수도 있다.

 

1963년 사적으로 지정된 이래 40년이 넘은 서울 성곽은 숭례문(남)과 흥인지문(동)을 비롯해 숙정문(북), 돈의문(서)의 4대문과, 홍화문(동북), 광희문(동남), 창의문(서북), 소덕문(서남)의 4소문을 갖췄다. 조선왕조 수도였던 한양(漢陽)의 대표 성곽이다. 성곽 곳곳에 초소 등 군사시설이 들어서 사진촬영이 제한적으로만 허용된다. 청와대와 매우 인접한 곳이라 경계근무의 강도가 높기 때문이다.

 

북악산엔 아직도 1968년 북파 간첩 김신조 등 30여 명이 청와대에 침투하려 했던 당시 교전의 흔적이 남아있다. `1.21 사태 소나무`가 그 예다. 이 소나무엔 탄흔 15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으며 "장병들에게 경계근무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해 교육의 현장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문구가 표지에 적혀 있다. 또한 나무 밑둥의 화강암 판석엔 "잊지 말라! 1968년 1월 21일"란 구절도 있다.

 

이 사건으로 숙정문 등 북악산 일원은 이후 38년 동안 폐쇄됐다. 그뿐인가. 북악산 정상엔 발칸포 진지를 운용한 자리도 있다. "북한의 공중 위협으로부터 청와대를 방호하기 위해 1970년부터 발칸진지를 운용한 자리이며 2000년 다른 곳으로 이전했다"고 쓰인 표지가 세워져 있다.

 

북악산 일원은 이렇듯 아픈 냉전의 역사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로 인해 40년 가까이 일반인의 발길이 닿지 않아 천혜의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있다. 유홍준 청장은 북악산 정상에서 엄나무 가지를 꺾어보이며 "어렸을 적 이 근처 청운동에서 살았는데 북악산에 자주 올라 엄나무를 꺾어다 대문에 꽂아두곤 했다"며 회상에 잠겼다. 개두릅나무 혹은 음나무라고도 불리는 엄나무는 예로부터 잡귀의 침입을 막기 위해 가지를 꺾어 대문 위에 꽂으면 효험이 있다고 전해진다.

 

 

북악산 개방은 단지 서울 시민이 오를 산이 하나 더 생긴 것만은 아니다. 안병욱 가톨릭대 교수(문화재위원)는 북악산 일원 개방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군사정권의 통제 체계가 개방 체계로 바뀌는 조치"라고 평했다. 진통과 혼란 속에서도 역사가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북악산 숙정문에 오르면 서울 중심부가 한눈에 들어온다. 600년 도읍지가 지닌 역사유적의 향기가 코끝을 스친다. 눈과 귀는 절로 호연지기로 그득 찬다. `홍련사-숙정문-북악산-창의문`으로 이어지는 산행 코스는 2시간 가량 걸린다.

 

 <여행정보>

 

서울성곽은 중국의 만리장성에 버금가는 문화유산이다. 길이는 비록 짧을지라도 보존상태나 축조기술은 서울성곽이 더 낫다는 평가도 있다. 서울성곽은 원래 총 18.2㎞에 달한다. 백악산과 인왕산, 목멱산(남산), 낙산을 잇는 선이 그것이다. 태조 4년(1395) 삼봉 정도전이 정했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에 `경성시구역개수계획`(서울도시개발계획)에 의거해 성곽이 도시 발전을 저해한다 해서 서울성곽 상당 부분과 일부 성문이 해체됐다. 서울성곽으로 통하는 문이던 남대문과 동대문, 서대문 가운데 서대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대신 서울성곽은 인왕산과 북악산, 남산과 낙산 같은 산악지대에서만 비교적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 구간을 포함해 전체 18.2㎞ 중 현존하는 성벽 구간은 10.5㎞. 나머지 7.7㎞는 멸실됐다.

 

문화재청은 4월에 홍련사~숙정문~촛대바위(1.1㎞) 구간을 먼저 설치하고 10월엔 말바위 권역(와룡공원~숙정문~촛대바위. 1.6㎞)을 거쳐 내년 10월 청와대 뒷산을 전면 개방할 방침이다. 청와대 경호를 위한 최소구역은 제외된다. 성곽을 따라 걸으면 문화유산 산책이 되는 셈이다. 그날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이고운 기자(ccat@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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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헤럴드 생생뉴스 2006-04-01 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