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기차’, 마음놓고 타도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설은 다소 낡았지만 서비스만큼은 유럽 어느 기차보다 훌륭하다. 전세계 여행자들과 맥주잔을 기울이는 기차 여행의 낭만도 살아 있다. 싱가포르~쿠알라룸푸르, 방콕~치앙마이 야간기차를 직접 타 봤다.
#기차 등급
1·2·3등석, 침대·좌석칸으로 운영된다. 태국 침대칸은 낮엔 좌석으로 쓰다가 밤엔 침대로 ‘변신’한다. 여행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2등석에는 대개 에어컨이 설치돼 있고, 현지인들이 많이 타는 3등석엔 에어컨이 없다.
말레이시아·태국 모두 우리나라보다 철도 역사가 길다. 말레이시아는 1885년, 태국은 1894년 열차 운행을 시작했다. 인천~노량진간 경의선 철로가 놓인 것이 1899년이다. 말레이시아 철도는 현재 총연장 2,262㎞, 태국은 4,041㎞다. 말레이시아 철도는 국가 소유이지만 경영은 민간에 위탁한 상태. 태국 철도는 2만6천4백여명이 근무하는 태국 최대의 국영 기업이다.
#열차내 시설
좌석은 문이 없는 컴파트먼트 형태. 두 좌석씩 서로 마주보고 앉도록 배치돼 있다. 테이블은 의자 밑에 접혀 들어가 있는데, 필요할 경우 꺼내 설치하면 된다.
오후 8시 무렵부터 승무원이 돌아다니며 좌석을 침대로 바꿔 준다. 1층은 마주보는 두 좌석을 끌어당기면 되지만, 2층은? 선반처럼 접혀 있는 부분이 침대다. 선반 속에 매트리스, 시트, 베개, 얇은 이불이 들어있다. 침대마다 개인 커튼, 조명등, 그물망 쓰레기통이 달려 있다. 침대 길이는 1.8m, 폭은 70㎝ 정도. 2층은 이보다 좁다. 배낭은 침대 옆 통로에 둔다. 에어컨 성능이 너무 좋아 새벽엔 오들오들 떨어야 한다.
1등석에는 개인 화장실이 딸려있지만 2등석은 객차 사이의 공동 화장실을 써야 한다. 화장실 옆에 거울이 달린 싱크대가 있는데, 세면은 여기서 해결한다. 샤워는 할 수 없다. 국그릇만한 세면대가 달려 있을 뿐이다. 식당차는 밤이 깊어지면 현란한 조명에 쿵쾅거리는 음악으로 ‘나이트클럽’이 된다.
#서비스
초록색 앞치마를 두른 승무원이 돌아다니며 식사 주문을 받아 자리로 음식을 갖다준다. 저녁식사는 수프, 샐러드에 야채·닭·돼지고기 볶음밥. 가격은 150바트(3,800원). 플라스틱 식기에 담겨 나오지만 맛은 괜찮다. 얼음을 가득 담은 양동이에 묻어서 파는 병맥주는 병당 100바트로 슈퍼마켓보다 2배 정도 비싸다. 맥주를 마시고 있으면 승무원이 옆에 붙어 “한잔 달라”며 ‘장사’를 하기도 한다. 주스와 간단한 스낵류도 판다. 차표 검사도 한다.
#역사
싱가포르 기차역(탄종파가역)은 세계에서 가장 적도에 가까운 역이다. 싱가포르 영토이지만 말레이시아 소유. 역사 내부엔 티켓 창구와 푸드코트밖에 없다. 승강장은 출발, 도착 각각 하나뿐. 출발 1시간 전까지 승강장 출입문을 닫아놓는다.
쿠알라룸푸르 기차역(쿠알라룸푸르 센트럴역)과 방콕 기차역(훨람퐁역)에는 샤워룸이 있다. 화장실처럼 개별 칸막이가 되어 있고 짐도 놓을 수 있다. 각각 5링깃(1,300원), 10바트(250원)로 저렴하다. 일회용 샴푸·비누·치약도 판다. 쿠알라룸푸르 기차역은 크고 쾌적하지만 시내까지 택시로 30여분 걸리는 것이 단점. 방콕 기차역은 대합실 의자가 부족해 바닥에 자리를 깔고 앉아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요금 및 예약하기
말레이시아 열차는 국내에서 인터넷 홈페이지(www.ktmb.com.my)로 예약이 가능하다. 싱가포르~쿠알라룸푸르 구간은 8시간 정도 걸리며, 요금은 2등석 침대차 아래층 기준 93링깃(약 2만6천원). 위층은 2,500원 정도 싸다. 1등석은 2등석 요금의 1.5배. 태국 열차는 인터넷 홈페이지(www.railway.co.th)로 노선, 요금, 시간표를 확인할 수 있지만 예약은 불가능하다.
역에서 직접 구입하거나 현지 여행사를 이용해야 한다. 방콕~치앙마이 구간은 약 14시간 걸리며 요금은 2등석 침대차 기준 740바트(2만3천원)다. 방콕~치앙마이, 방콕~농카이(라오스 국경) 구간은 이용객이 많기 때문에 서둘러 예약해야 한다. 현지 여행사를 통하면 100바트 정도 수수료가 든다.
▶여행길잡이
싱마타이 기차 배낭여행은 재미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고단하기도 하다. 사흘에 한번씩 야간 기차를 타고, 낮엔 땀에 절은 채로 왕궁이며 사원을 돌아다녀야 한다. 그렇다고 혈기왕성한 대학생만 기차 배낭여행을 떠나는 것은 아니다. 엔투어 해외영업부 김신철 팀장은 “가족이 함께 싱마타이 기차여행을 떠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출장이나 패키지 여행으로 방콕·싱가포르·푸껫 등을 한번 다녀온 사람들이 첫 자유여행으로 기차 배낭여행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가장 좋은 여행 시기는 11~2월. 우기인 7~9월도 기온이 높지 않아 여행할 만하다. 우리나라 장마철처럼 줄기차게 비가 내리는 것이 아니라 하루 한차례 열대성 스콜이 쏟아지는 정도이기 때문에 큰 불편은 없다. 3~5월 혹서기는 피하는 것이 좋다.
여행경비는 항공권·교통비·숙박비를 제외하고 1일 1만~2만원 정도 잡으면 된다. 1싱가포르달러는 약 612원 정도. 말레이시아 링깃은 290원, 태국 바트는 25원 정도다. 전압은 세 나라 모두 220V지만 코드 모양이 다르기 때문에 어댑터가 필요하다.
동남아 여행의 장점 중 하나는 음식. 싱가포르에서는 매운 게요리(칠리크랩), 닭고기에 흰밥을 곁들인 치킨라이스, 코코넛 밀크를 넣은 국수 락사, 볶음 쌀국수 챠꿰띠아우를 꼭 먹어볼 것. 태국은 맛의 천국.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매운 해물 수프 ●얌꿍, 볶음 국수 팟타이, 볶음밥 카오팟, 당면 넣은 샐러드 얌운센, 볶은게 커리인 뿌팟퐁커리 등을 싼 값에 먹을 수 있다. 노점 음식도 맛있다.
여행정보는 싱가포르(www.visitsingapore.com)·말레이시아(www.mtpb.co.kr)·태국(www.tatsel.or.kr) 관광청 홈페이지에서 얻을 수 있다. 여행정보 사이트 아쿠아(www.aq.co.kr), 트래블게릴라(www.travelg.co.kr), 태사랑(www.thailove.net) 등은 깊이 있고 현장성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방콕 카오산로드의 한국음식점 동대문(cafe.ntour.co.kr/dongdaemoon), 치앙마이 한인 게스트하우스 미소네(www.cafe.daum.net/ChiangMai) 등도 여행 정보를 제공하고 예약을 대행해 준다.
엔투어(www.ntour.co.kr)는 지난해 12월부터 싱마타이 기차 배낭여행 상품을 팔고 있다. 항공·교통·숙박이 포함된 일종의 호텔팩이다. 싱가포르·말레이시아·방콕에 치앙마이와 푸껫을 묶은 15일짜리 싱마타이 종단 상품은 1백19만원. 싱가포르·말레이시아·방콕에 앙코르와트, 하롱베이, 홍콩을 포함시킨 상품은 각각 94만, 1백9만원, 1백9만원이다.
〈최명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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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경향신문 2006-04-04 15:30]![](http://www.xn--910bm01bhpl.com/gnu/pinayarn/pinayarn-pinayar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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