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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맷돌에 이쁘게 정돈된 비구니들의 신발들 |
ⓒ2006 문일식 |
수많은 비구니들은 대웅보전에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하고, 엄숙하고 경건한 분위기 속에 새벽예불이 시작됩니다. 운문사의 새벽예불이 주는 감동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감동하고 칭송한 바 있습니다. 청명한 새벽기운을 물리치며 퍼지는 예불 소리는 가슴 한가운데로부터 조용히 울리어 몸 구석구석으로 퍼지고, 딱히 죄지은 것도 없는데 스스로 몸가짐이 가지런해 지며, 경건해집니다.
매번 들어왔던 새벽예불을 올해는 듣지 못했습니다. 너무 늦게 출발한 탓이었습니다. 자인에서 운문으로 넘어오는 산길에 신기하게도 산토끼를 본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했습니다. 깜깜한 새벽길을 달려 운문사 주차장에 도착했고, 밤새 내려온 피곤함을 잠시 차에서 눈 붙이는 것으로 대신 했습니다.
까치우는 소리에 눈을 떠보니 날이 환히 밝아 있었습니다. 하늘을 향해 아무렇게나 뻗어있는 다소 휑한 느낌의 나무 한그루를 지나 긴 담장을 따라 운문사에 들어섰습니다. 운문사는 역사도 꽤나 깊은 천년고찰이기에 대대로 전해져오는 많은 문화유산이 곳곳에 산재해 있습니다. 단지 문화유산만이 아니더라도 이곳에 몇 번이고 찾아오게끔 만드는 몇 가지가 있는데, 이것들로 하여금 눈과 마음을 붙잡히고 맙니다. 오늘은 그 몇 가지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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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문사입구부터 주차장까지 펼쳐진 울창한 소나무 숲길... |
ⓒ2006 문일식 |
대동아전쟁이 한창일 때 군수물자가 부족하던 일본은 우리나라에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수탈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소나무의 송진을 기름대신 사용하기 위해 공출을 했던 것인데, 그때의 송진 공출을 위해 소나무에 상처를 낸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운문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운문사를 감싸고 있는 낮고 긴 담장을 지나야 합니다. 경내 전체를 담장으로 둘러놓아 공간의 폐쇄적인 느낌이 들지만, 그것을 보완해주는 것이 바로 낮은 담장입니다. 운문사의 입구인 2층의 종루의 좌우를 길게 이어 운문사 전체를 감싸는 담장인데, 운문사의 경내를 눈으로 담을 수 있는 개방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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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문사의 낮은 담장을 따라 만들어진 꽃밭... |
ⓒ2006 문일식 |
'호거산운문사'라 적힌 현판을 가진 종루를 통과해 들어서면 깔끔하고 정연하게 나있는 길을 따라 운문사의 전각들이 하나둘씩 눈에 들어옵니다.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천연기념물 180호로 지정된 처진소나무 입니다. 처진소나무는 유전적인 특성을 가진 것인데 명칭 그대로 가지가 아래로 처지기 때문에 지어진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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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문사 처진소나무의 전경 |
ⓒ2006 문일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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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문사 처진소나무 내부의 모습 |
ⓒ2006 문일식 |
처진소나무와 만세루를 지나 대웅보전쪽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대웅보전의 현판을 걸고 있지만, 실제로 내부의 불상은 비로자나불입니다. 여러 자료를 보더라도 비로전인 경우가 많은데 언제부터인가 대웅보전의 현판을 걸어두고 있습니다. 대웅보전은 보물 835호로 지정되어 있고, 현재 보수공사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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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공사중인 대웅보전앞의 갈색빛 석물..무섭습니다. |
ⓒ2006 문일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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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복궁 근정전 월대에 있는 해태상... 아기 해태가 어미의 목에 매달려 있습니다. |
ⓒ2006 문일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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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탑 기단부에 새겨진 팔부중신상의 일부... |
ⓒ2006 문일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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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웅전에서 만세루로 가는 길... |
ⓒ2006 문일식 |
작압전은 건물크기도 정면측면이 각각 1칸(기둥과 기둥사이를 '칸'이라함)씩이며, 지붕 또한 흔하지 않은 사모지붕을 하고 있습니다. 작압전 안에는 대좌와 광배까지 갖춘 보물 317호 석조여래좌상이 있고, 좌우로는 보물 318호인 사천왕상을 새긴 석주 즉 사천왕석주라 불리는 돌기둥이 2개씩 배치되어 있습니다. 다부진 얼굴에 갑옷을 걸치고 전형적인 무사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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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웅보전 문에 새겨진 용의 머리 |
ⓒ2006 문일식 |
운문사는 비구니 승가대학이 자리 잡고
있는 비구니들의 요람입니다. 새벽예불이 시작되면 비구니들의 청아한 목소리가 맑은 공기를 타고 퍼져 나가고, 새벽예불이 끝남과 동시에 질서정연한
모습으로 일반인 출입금지공간인 생활공간이자 수행공간으로 사라집니다. 새벽이 하얗게 걷히고, 아침이 찾아오면 경내에는 운문사를 찾아온 낯선
이방인들의 발길만이 간간히 보입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난 새가 먹이를 얻는 것처럼 이른 아침나절 경내는 주인인 스님들도, 운문사를
찾아온 낮선 이방인들도 없습니다. 조요한 경내를 호젓하게 걸어보고 둘러보고자 한다면 이처럼 적절한 시간은 없는 듯합니다. 까만 밤을 어지럽게
달려오느라 느껴보지 못했던 운문사 입구 소나무 숲길이 더욱 더 상쾌하게 느껴지는 기분 좋은 아침이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본 여행기는 지난 청도 소싸움축제때 들렀던 운문사
여행기입니다..
※ 유포터에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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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오마이뉴스 2006-04-05 11:35![](http://www.xn--910bm01bhpl.com/gnu/pinayarn/pinayarn-pinayar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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