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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한 통굽은 가라…웨지 힐 변신은 무죄!

피나얀 2006. 4. 7. 17:54

 

 


“악!” 하는 소리에 뒤돌아보니 한 여성이 난처한 표정으로 서 있다. 힐의 뾰족한 부분이 보도블록 사이에 끼여 있는 것을 보고서야 상황이 파악된다. 올 봄·여름 웨지 힐(wedge heel)에 대한 여성들의 열망에는 이런 해프닝을 피할 수 있다는 지극히 실용적인 이유도 작용한다. 이전처럼 ‘통굽’이라고만 불릴 만큼 촌스럽지 않은 봄·여름 웨지 힐의 세계를 살짝 들여다봤다.

 

# ‘통굽’이 싫다고요?

 

웨지 힐은 밑창과 굽이 연결된 형태의 구두를 말한다. 여기서 웨지는 무거운 물건을 들리게 하거나 뭔가를 단단히 결합할 때 쓰이는 쐐기를 의미한다. 굽 뒷부분이 쐐기 모양을 닮은 웨지 힐은 몸무게를 온전히 떠받치는 구두인 셈. 그만큼 일반 하이 힐보다 발이 편한 구두다. 보기 좋고 멋져 보이는 것만을 좇아가지 않는 웰빙 패션 마니아들에게 인기인 이유.

 

뾰족한 뒷굽이 없기에 보도블록 사이나 맨홀 틈에 끼여 곤란할 일도 없다. 물론 최근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내놓은 웨지 힐은 굽의 모양이나 소재가 다양해져 ‘외모’ 또한 출중하고 무게도 이전보다 가볍다.

 

패션 경향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웨지 힐은 1940년대 후반에 크게 유행했다. 2차세계대전 직후 짧은 치마가 널리 퍼졌을 때 프랑스 디자이너 크리스티앙 디오르는 긴 치마로 전쟁 중 패션을 잃고 살던 여성들에게 ‘낭만적인 화려함’을 심어주며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로맨티시즘의 첫손가락에 꼽히는, 잘록한 허리를 강조하는 복고풍 원피스나 나팔꽃 모양으로 퍼지며 주름이 생기는 플레어 스커트는 모두 그때 인기를 끌었던 아이템들.

 

웨지 힐 역시 당시 패션에 다시 눈뜨고 편안함을 추구했던 여성들 사이에 유행했다. 웨지 힐 시초는 올 봄, 웨지 힐에 반한 여성들이 늘고 있는 이유도 같다. 지난해 정점에 올랐고 올해도 인기를 끌고 있는 스키니 팬츠를 들여다보자. 다리가 유난히 길다면 모를까,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들처럼 낮은 신발에 스키니 팬츠는 부담스럽다.

 

몸매를 가리고 다리가 길어 보이는 부트컷(Bootcut) 진도 마찬가지. 대부분의 여성이 굽이 높은 하이 힐을 맞춰 신었다. 패션 경향을 설명할 때 단 한 번 빠지지 않는 로맨티시즘 열풍으로 플레어 스커트가 점차 눈에 띄고 이제껏 여성들의 발이 충분히 ‘혹사’당한 올해, 누가 뭐라 해도 웨지 힐은 하이 힐을 누를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 웨지 힐의 변신은 무죄

 

요즘 들어 부쩍 인기를 끌고 있는 디자이너 브랜드 담당자들도 웨지 힐이 유행이라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다. 다만 여름이 오기 전까지 실수요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입을 모은다. 맞춤 수제 디자이너 브랜드인 미아스틸레토의 디자이너 김민경씨는 “흔히 통굽으로 통하는 웨지 힐은 물론 변형된 플랫폼 형태도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플랫폼은 앞쪽에만 굽이 있고 뒷굽은 일반 하이 힐과 동일한 형태. 앞굽이 있기에 훨씬 키가 크고 다리가 날씬해 보인다.

 

수콤마보니의 홍보담당자 배은영씨는 “올 봄 미국이나 유럽에서 불고 있는 웨지 힐 열풍이 국내에도 전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발이 불편해 높은 구두 신기를 꺼리는 여성들이 웨지 힐이나 플랫폼 구두를 찾는다”고 말했다. 해외 패션 잡지나 사이트, 명품 브랜드 등 여기저기 눈에 띄지만 아직까지 무겁고 부담스러운 디자인이 많다는 설명.

 

봄·여름 어김없이 찾아오는 미니스커트 열풍도 웨지 힐 인기를 한몫 거든다고. 지클로제의 디자이너 이지현씨는 “앞굽이 높은 플랫폼이나 웨지 스타일은 미니스커트나 핫팬츠에도 잘 어울린다”며 “아직까지는 연예인이나 패션 리더들이 주 수용층일 정도로 일반 소비자에게는 부담인 것이 사실이지만, 앞으로 일반 정장에도 잘 어울리는 웨지 힐을 많이 내놓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나무하나의 전현정 디자이너 실장은 “올봄에 나온 웨지 힐은 모두 팔린 상태”라며 “앞으로 구두 뒷부분이 막히고 앞부분은 뚫린 형태의 웨지 힐 등 다양한 스타일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형 브랜드들은 봄보다 여름에 집중하고 있다. 금강제화 김현주 대리는 “여름에 뮬 스타일 위주로 많이 출시될 예정”이라며 “이전처럼 투박하지 않고 구두 가운데 부분이 S자 형태를 띠거나 신발끈이 발목을 묶어주는 스트랩 슈즈 위주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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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세계일보 2006-04-06 2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