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영암 월출산에도 봄이 오고 있습니다

피나얀 2006. 4. 8. 19:26

 

쌍계사의 벚꽃 길과 광양의 매화마을. 지난 주말 지리산 화엄사를 다녀온 작은 고모는 내게 남도의 봄을 알렸다. 그 말을 듣고 어찌 그냥 있을 수 있으랴. 주섬주섬 짐을 꾸린다. 그러나 정작 내가 출사의 대상으로 삼은 곳은 지리산이 아닌 전라남도 영암 월출산. 8년 전 친구와 종주를 했음에도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한 아쉬움에 항상 꿈꾸던 월출산 그 곳이었다.

늦은 오후 서울을 출발해 광주 도착, 다시 영암에 이르니 어느새 밤 11시가 훌쩍 넘어있었다. 어스름에 보이는 저 늠름한 산 그림자. 물어물어 월출산 천황사에서 제일 가깝다는 찜질방을 찾아 겨우겨우 잠을 청한다.

 

▲ 남도의 아침
ⓒ2006 이희동

 

▲ 아침녘에 바라본 월출산
ⓒ2006 이희동
남도의 아침. 찜질방을 나서자마자 역시나 월출산의 그 크고 신비로운 자태에 놀라고 만다. 남도의 너른 벌판에 어떻게 저런 바윗덩어리 산이 불쑥 솟아 있을 수 있을까. 길가 주위로 아직 못다 핀 벚꽃이 마음에 걸렸지만, 그만 월출산의 모습에 넋을 잃은 채 발걸음을 옮기고 만다.

 

▲ 천왕사 매표소에서 바라본 월출산의 시작
ⓒ2006 이희동
숙직까지 하셨다는 국립공원 관리원을 뒤로 들어선 월출산. 우려는 현실이었다. 아직 월출산에는 가지 못한 겨울이 머물러 있었다. 앙상한 나무 사이로 속살을 드러내 보이고 있는 월출산.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겨울의 끝자락. 동백은 떨어져 땅을 빨갛게 물들이고 있었고 진달래와 산수유가 간간히 피어 곧 다가올 봄을 알리고 있었다.

 

▲ 서서히 찾아드는 월출산의 봄
ⓒ2006 이희동

 

▲ 월출산의 명물 구름다리가 보입니다. 저 곳은 올해 5월 31일까지 교체공사랍니다.
ⓒ2006 이희동
천황봉 정상에 올라서니 그때나 지금이나 그 호쾌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여기저기 솟아있는 기암괴석들과 아찔한 절경들. 먼 곳에서 발품을 팔아 굳이 월출산을 찾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으리라.

 

▲ 구정봉에서 바라본 천황봉
ⓒ2006 이희동

 

▲ 정상에 이런 못이 아홉 개가 있어 구정(九井)봉이라는군요.
ⓒ2006 이희동
능선을 가로질러 도갑사로 향한다. 마주치는 등산객들과 인사를 하다 보니 어느새 그 유명한 월출산 억새밭. 뒤를 돌아보면 병풍 같이 펼쳐진 장쾌한 천황봉의 바위들이 나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높이라야 기껏 809m이지만 월출산은 한국의 산이 갖추어야 할 그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바위가 있고, 계곡이 있고, 숲이 있고, 문화재가 있고. 여기 탁주가 빠질 수 없음은 물론이다. 월출산은 짧은 시간에 한국의 산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라고나 할까.

 

▲ 억새밭에서 바라본 기암 병풍
ⓒ2006 이희동
도갑사를 나와, 4월 8일부터 있을 축제 준비가 한창인 왕인박사 유적지를 찾았다. 아직 피다 만 벚꽃과 너무도 뻔지르르한 유적지의 모습에 조금은 눈살을 찌푸려도 보지만, 양지바른 곳에 활짝 핀 벚꽃 터널을 보며 그만 잊기로 한다. 영암의 봄은 그렇게 한껏 다가오고 있었다.

 

▲ 지방자치단체들의 축제
ⓒ2006 이희동

 

▲ 영암 벚꽃 길
ⓒ2006 이희동

 

 

 

 

- ⓒ 2006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출처-[오마이뉴스 2006-04-08 1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