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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을 모신 여주의 봄볕이 따스하다.
경기도를 통틀어 몇 안 되는 군으로 남아 있듯, 여주에는 옛 시골 정취가 살아 있다. ''문화유산 마니아''들에게는 고향 같은 곳이다. 봄날 가족과 함께 여주 나들이를 해보면 어떨까. 여주읍을 중심으로 꼭꼭 숨어 있는 ‘여주 3색’을 찾아 가노라면 마치 보물찾기라도 하듯 궁금증과 설렘, 환희가 가득 밀려온다.
#1 여주도자기 박람회
남한강을 사이에 두고 여주읍과 마주하는 북내면에는 유명한 여주세계생활도자관이 있다. 이곳에서 오는 20일부터 5월14일까지 ‘제18회 여주도자기박람회’가 열린다. 매년 열리는 박람회에서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청자를 비롯해 순수한 아름다움의 상징인 백자, 자유롭고 대담한 기법을 보여주는 분청 등 다양한 도자기를 감상할 수 있다. 또 새로운 디자인의 도자기를 선보여 국내 도자의 흐름과 변화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도자기가 고답적이라는 인상은 옛말. 여주에서 전통 도자가 세계인의 생활 도자로 찬란하게 꽃피우고 있다.
지난 6일 여주세계생활도자관을 찾던 날. 박람회를 10여일 앞두고 관계자들이 막바지 준비 작업에 분주했다. 광장 한켠에는 초벌구이(설구이·애벌구이)를 끝낸 접시가 한 번 더 가마에 들어가기 위해 늠름하게 도열해 있다. 가마실 안에는 젊은 도공들이 다양한 그릇을 구워 내느라 손놀림이 바쁘다. 도자교실에 들어서니 개장일을 기다리다 못해 찾아온 다섯 살 ‘소녀 도공’이 찰흙으로 열심히 그릇을 빗고 있다. 흙그릇에 붓자루로 무늬를 내고 있는 소녀의 눈빛이 초롱초롱하다.
지난해 여주·광주·이천에서 동시 개장한 ‘제3회 경기도 세계도자비엔날레’ 때 세계적 스타덤에 올랐던 ‘세라믹 하우스Ⅱ’ 전시장에 들어서니 딴 세상이다. 우리 도예 작가들이 생활 인테리어에서 판타스틱한 주거공간까지 창출하기에 이른 것이다.
도공 전성근씨의 도자벽화 ‘백자 연리문 투각 도벽’은 경이스럽다. 도벽은 430여장의 도판을 이어붙여 가로 12m, 세로 3m 크기로 제작됐다. 수작업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다. 전시장은 부엌, 거실, 주방, 침실 등 테마 공간으로 이어지며 거실에 꾸며진 성벽 등 환상의 도자 세계를 연출한다. 언제 우리 생활 도자가 이렇게 진일보했나 싶어 뿌듯하고 대견스러움을 느낀다.
세라믹하우스에서는 이번 박람회 때 기존의 전시공간에 ‘식물과 도자기의 만남’이라는 새로움을 더해 손님을 맞는다. 도예가 12명과 야생화 전문 ‘두메풀밭’이 연출하는 식물과 화분의 만남이다. 관람객들은 방문 보너스로 부엌 창가, 사무실 책상 위에 작은 정원을 꾸밀 수 있는 지혜 하나쯤 얻어갈 수 있지 않을까.
#2 황포돗배의 추억 신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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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륵사의 조사당 |
박람회장 지척 봉미산 자락에 천년고찰 신륵사가 감추어져 있다. 사실상 도자기박람회장은 신륵사관광단지 내에 자리 잡고 있다.
신륵사는 강을 끼고 있는 국내 유일의 대형 사찰. 보물 7점, 지방문화재가 4점이나 있는 불교 보물창고다. 산비탈이 아닌 평지에 일주문이 시원스럽게 서 있다. 남한강변의 옛 ‘호포나루터’ 표지석을 지나니 왼편으로 대찰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신륵사는 천년고찰답게 법당을 떠받치고 있는 나무기둥마다 고색창연함이 서려 있다. 산자락에 착 달라붙어 있는 팔작지붕의 조사당이 앙증맞다. 고려 공민왕의 왕사였던 나옹 스님 등을 모신 조사당 앞에는 무학대사가 심었다고 전해지는 500년 된 향나무가 멋스럽게 서 있다.
조사당 옆으로 가파른 돌계단을 올라서니 석조 보물 3점이 반긴다. 나옹화상의 사리탑인 ‘신륵사보제존자석종’(제231호)과 탑비인 석종비(229호), 석등(231호)이 그것. 위가 둥그스름하거나 지붕이 얹어진 형태의 사리탑(부도)만 보다가 종 모양의 부도를 대하니 흥미롭고 신비감마저 와닿는다. 신륵사에는 다층석탑( 225호), 범종각, 600년 된 은행나무 등 볼거리가 많다. 특히 범종각에서 치는 종소리가 영릉(세종대왕릉)까지 들렸다고 전해져 범종 소리가 ‘여주8경’에 들어 있다.
나옹화상의 다비식을 치렀다는 ‘강월헌’에 올라서니 강 건너 여주읍 쪽으로 ‘금은모래관광지’가 눈에 들어온다. 유원지 나루터에서 출발한 황포돗배 한 척이 남한강을 유유히 헤쳐간다.
관람객 50명을 태우고 상류 원주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 얼굴바위를 한 바퀴 돈 뒤 다시 하류 쪽 여주군청까지 내려갔다 오는 황포돗배 유람선은 여주의 명물. 호포나루터는 그 옛날 내륙 물류 중심지. 나옹화상의 석등과 탑비 등이 외국산 화강암으로 제작된 것도 수긍이 간다. 남한강을 주유하는 황포돗배가 그 시절, 그 추억을 오롯이 되살려내고 있다.
#3 해여림식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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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여림식물원 |
여주군과 광주군이 맞닿은 곳에 풍광이 수려한 산북면이 있고, 앵자봉 자락에 해여림식물원이 있다. 대개 식물원은 실내에 유리하우스 형태로 운영되지만, 해여림식물원은 야외에 마련돼 있다. 산등성이 전체가 거대한 식물원이다. 출판협회장과 어린이도서 전문 예림당 사장을 지낸 나춘호 회장이 어린이들에게 그림 속 식물을 직접 손으로 만지게 해주려고 시작한 것이 오늘의 해여림식물원이 됐다. 그의 오랜 꿈이 실현된 셈.
‘해여림’은 지대가 높고 북쪽을 향하고 있어 꽃이 다른 곳보다는 보름가량 늦게 핀다. 왜 북향으로 식물원을 만들었을까. 나 회장은“북향 지대는 다양한 수목과 야생 초화류가 교화하기 좋은 곳”이라고 말한다. 그는 “앵자봉 자락은 계곡을 흐르는 물이 일정하고 습지가 많으며 오랫동안 사람들의 발길을 타지 않은 청정지역”이라고 덧붙였다.
6만평 규모의 해여림에는 초화류·약용식물 등 초본류 1800여종, 희귀종·보호수 등 목본류 1200여종, 습지식물·원예식물 등 900여종 등 모두 3900여종이 식생을 이루고 있다.
10㎞에 이르는 관람로를 따라 이동하다 보면 식물을 생태·주제별로 잘 배치했다는 인상을 받는다. 전체적으로 ‘꿈’ ‘희망’ ‘미래’ ‘행복’ ‘보람’ 등 5개의 테마 동산이 꾸며져 있다.
동산마다 주제에 맞는 식물이 식생을 이룬다. 예컨대 실개천이 흐르는 꿈의 동산에는 튤립과 백합 등이 만개한다. 겨우내 움츠렸다가 기지개를 켜는 봄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 밖에 어린이를 위한 찰흙 놀이터, 물놀이터도 조성돼 있고 곳곳에 멋스러운 쉼터가 갖추어져 있다.
오는 20일쯤 진달래와 개나리꽃이 해여림을 곱게 물들이면 다달이 열리는 ‘꽃축제’의 막이 오른다. 4월에는 10가지 색상을 자랑하는 튤립축제가 펼쳐지고, 5월에는 작약축제, 6월에는 붓꽃·창포축제, 7월에는 연꽃축제, 8월에는 무궁화·부용축제, 9∼11월에는 벌개미취·코스모스축제가 손님을 반긴다. ‘해여림’은 ‘해가 온종일 머무는 여주의 아름다운 수풀’의 줄임말. 밝고 푸르고 싱싱한 공간에서 온 종일 자연과 벗하며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말끔히 해소하고 돌아가라는 주인의 자상한 배려가 담겨 있다.
■주변 가볼만한 곳, 맛집
여주읍에 명성황후 생가가 있고, 인근 능서면에 세종대왕릉과 효종릉이 있다. 또 여주읍과 경계를 이루는 강천면에는 불교문화재가 풍부한 목아박물관과 ‘여주 참숯마을’(031-886-1119)이 있다. 예로부터 흙 좋기로 유명한 여주의 깨끗하고 질 좋은 황토로 숯가마를 만들고 참나무를 태워 참숯을 만들었다고 한다. 여기서 방출되는 원적외선이 노화 억제, 혈액순화 개선 등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남한강에서 막 건져올린 쏘가리, 메기 등으로 매운탕을 해주는 강천매운탕도 인기다. 대신면 천서리에는 메밀로 빚은 비빔국수와 물국수를 파는 막국수촌이 유명하다. 신륵사 관광단지와 강변도로를 끼고 민물 매운탕 집이 많다. (031)-887-3623
■찾아가는 길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신갈분기점∼영동고속도로∼여주나들목. 중부고속도로∼호법분기점∼영동고속도로∼여주나들목 코스가 있다. 버스는 서울 강남고속터미널에서 오전 6시30분부터 밤 9시20분까지 30∼4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는 오전 6시30분부터 밤 9시20분까지 1시간30분 간격으로 있다. 여주읍에서 도자기박람회장(031-884-8644)이나 신륵사, 해여림식물원(031-882-1700)까지 시내버스가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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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세계일보 2006-04-13 20:12]![](http://www.xn--910bm01bhpl.com/gnu/pinayarn/pinayarn-pinayar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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