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올빼미형 인간이다. 잠시 아침형 인간으로 산 적이 있지만 그다지 오래 버티지 못하고 다시 올빼미형 인간으로 돌아와버렸다.
커피 한 잔을 사면 빵을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근처 빵집의 아침 메뉴를 먹어 본 것도 딱 한번뿐이다.
아침은 건너뛰고 첫 끼가 점심인 경우가 허다하다. 소위 말하는 ‘아점’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말로 하면 딱 아점과 같은 브런치가 뜨고 있다. 아침식사(breakfast)라는 단어와 점심식사(lunch)라는 단어를 합쳐서 부르는 브런치(brunch). 미국에서 처음 시작된 말인데 시간이 많은 토요일 오전에 늦잠을 자고 아침과 점심을 한꺼번에 해결하며 느긋하게 대화하며 즐기는 식사다.
‘아점’하면 게으른 느낌이 들면서 늦게 일어나 부스스한 몰골로 반찬 하나 놓고 먹는 나 같은 사람들이 연상되지만 ‘브런치’는 왠지 다르다. 고급스러워 보인다. 그냥 대충 가서 해장국 한 그릇 사 먹는 것과는 느낌이 다르다. 우리나라도 주 5일 근무제 덕분에 주말 아침의 여유를 만끽하며 브런치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최근 들어 브런치 전문 식당도 많이 생겼고 대부분의 호텔마다 주말이면 브런치 메뉴를 내놓고 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브런치 시장의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메뉴는 점점 무거워지고 런치와 별 다를 것 없는 곳도 많다.
브런치 이야기는 이 정도로 해 두고 좀더 우아하게 먹는 아점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따끈한 수프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 이들의 속을 달래주는 고마운 음식이다.
여기에 간단한 샐러드와 빵 몇 조각이면 충분하다. 아점에는 감자 수프나 버섯 크림 수프 같이 우유가 들어간 것이 어울린다. 샐러드는 간단한 것이 좋다.
냉장고 안에 있는 토마토를 썰어서 올리브 오일에 와인 비네거와 소금, 후추를 넣은 드레싱과 함께 섞으면 몇 분 만에 훌륭한 샐러드를 만들 수 있다.
빵은 핫케이크를 만들어 먹을 수 있으면 가장 좋지만 브루스케타(bruschetta) 종류도 아점에 먹기 딱 좋다. 브루스케타는 잘게 썬 토마토와 올리브 오일, 레몬즙, 소금, 후추로 버무려 만든 소스를 마늘빵 위에 발라 먹는 것이다.
바질 페스토와 버터를 섞어 만든 바질 버터를 발라도 어울리고 전날 먹다 남은 커리가 있으면 그것을 얹어 먹어도 좋다. 아점에는 딱딱한 바게트 대신 부드러운 모닝빵 종류를 살짝 구운 것이 더 어울린다.
밤을 너무나 사랑해서 새벽까지 깨어 있다가 어쩔 수 없이 아점을 먹어야만 하는 이들이여! 이제부터는 남은 밥과 반찬으로 대충 때우는 아점이 아닌 레스토랑 못지 않은 나만의 브런치를 즐겨보자. 간단한 레서피로 손쉽게 만들어지는 샐러드, 수프, 빵만으로도 충분히 우아해질 수 있다.
#버섯크림수프
■재료
버섯(양송이·표고 버섯) 100g, 생크림 100㎖, 우유 100㎖, 파마산 치즈 1/4컵, 모차렐라 치즈 1/4컵, 소금·후추 약간
■만들기
(1) 큼직하게 썬 버섯과 생크림 100㎖를 넣고 믹서에 곱게 간다.
(2) 버섯, 생크림 간 것과 분량의 우유를 달군 팬에 넣고 천천히 저어가면서 중불에서 끓인다.
(3) ②에 파마산 치즈와 모차렐라 치즈를 넣어 간을 맞춘 후 소금과 후추로 약간의 간을 더하면 완성된다.
〈글·사진·요리 이성호(오즈의 키친 www.ozkitch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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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경향신문 2006-04-19 15:27]'♡피나얀™♡【요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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