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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구산 진달래꽃 터널이 그림같이 아름다웠다. |
ⓒ2006 전갑남 |
따스한 햇살이 그립기만 한 지금, 궂은 날씨가 훼방을 부려도 좀 심하지 않나 싶다. 여리디여린 새 움(=싹)이 고개를 내밀다가 시린 몸을 움츠렸을 것이다. 그렇지만 자연은 좀 더디기는 하지만 어김없이 제 모습이다.
감자를 심은 지 한 달 가까이 되었다. 어렵사리 비닐 구멍을 뚫고 새싹이 올라오고 있다. 소리 없는 자연의 변화가 놀랍다.
다시 찾게 된 혈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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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구산 정상이 보인다. 붉은 빛이 산불이라도 난듯 그 모습이 장관이다. |
ⓒ2006 전갑남 |
"문자 받았죠? 이번 산행은 오후 2시. 또 혈구산입니다. 오늘은 진달래가 만개했을 거예요. 기대를 걸고 출발하자고요. 사모님도 함께 오시는 거죠? 이따 시간 맞춰 나오셔."
여러 사람에게 바삐 알려야하는 듯 용건이 간단하다. 간식은 뭘 준비할까 물을 새도 없이 전화를 끊는다.
막걸리 한 통, 그에 어울리는 안주를 넉넉히 준비하여 서둘러 나섰다. 약속한 장소에 벌써 여럿이 도착했다. 오늘따라 출석률이 높은 것 같다.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 꽃구경에 기대가 높았음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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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구산 정상에서 우리 모임의 아내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
ⓒ2006 전갑남 |
우리는 지난 산행에서 혈구산에 다녀왔다. 그 때는 시기적으로 진달래꽃이 피지 않아 아쉬움이 많았다. 이구동성으로 진달래 꽃구경을 가자고 해서 다시 찾은 것이다.
"혈구산, 진달래 꽃동산도 만만치 않아!"
혈구산과 고려산의 들머리인 고비고개에 도달하자 차량의 물결이 넘실거린다. 고비고개에서 오른쪽 산길을 타면 혈구산이고, 적석사 쪽으로 오르면 고려산이다. 대부분은 진달래 군락지로 널리 알려진 고려산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산악대장이 도로 가장자리에 틈새가 없이 빼꼭히 멈춰서있는 차량을 보며 내게 말을 꺼낸다.
"오늘 날씨가 좋아 고려산은 사람들로 미어터지겠구먼! 산이 무너지지 않을까 겁나네. 혈구산 진달래 붉은 빛도 만만치 않은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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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달래 꽃숲에서 바라본 고려산 |
ⓒ2006 전갑남 |
혈구산은 초입부터 산길이 가파르다. 산 아래부터 군데군데 군락을 이룬 진달래 화사한 꽃망울이 우리를 반긴다.
일행들이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씩씩하게 산길을 탄다. 아마 흐드러지게 핀 꽃길이 다리에 힘을 더해주는지도 모르겠다. 앞장서 가는 일행이 뒤를 돌아보며 내게 묻는다.
"진달래꽃 터널을 지나는 것 같지 않아?"
"정말 그러는 것 같아."
"일부러 심은 것도 아닐진대, 이렇게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가!"
"자연의 아름다움이 이런 것이 아닐까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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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 붉은 빛에 취하였다. |
ⓒ2006 전갑남 |
산길에서 만난 귀한 손님들
오늘 산행의 주무대는 진달래 꽃동산이다. 그런데 덤으로 즐기는 게 있다. 앞서 가던 일행이 길을 멈춰서며 무엇이라도 발견한 양 호들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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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일행이 이름을 지은 '부부바위'이다. |
ⓒ2006 전갑남 |
"바위가 어때서!"
"뭐가 연상 되지 않느냐고?"
"글쎄."
"암캐구리가 수캐구리를 업고 있는 것 같지 않아?"
"그렇게 보니 정말이네!"
자세히 들여다보니 개구리가 짝짓기라도 하는 것 같다. 처음 말을 꺼낸 일행이 부부바위라고 이름을 붙여주자고 한다. 생김새와 잘 어울린다며 한바탕 웃음을 터트렸다.
혈구산에서는 흔한 보라색 제비꽃을 많이 만났다. 그런데 나무그늘 아래 군락을 이루며 피워낸 노랑제비꽃을 보며 일행들이 꽃이름을 가지고 논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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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구산에서 만난 노랑제비꽃과 제비꽃 |
ⓒ2006 전갑남 |
"뭔 소리를. 이건 뱀딸기꽃이야?"
그냥 지나치고 살면 모르는 게 많다. 노랑제비꽃이라 이름을 알려주자 참 아름다운 꽃이라고 저마다 관심을 가진다.
"야! 헬기를 타고 아래를 내려보는 것 같네!"
한 걸음 한 걸음 옮긴 발걸음이 벌써 정상이다. 혈구산 정상은 자선냄비를 연상케 하는 깡통 구조물의 지적측량구조물이 있다. 여느 산에서 볼 수 없는 구조물이 색다른 멋을 연출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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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달래꽃과 어울린 혈구산 정상 |
ⓒ2006 전갑남 |
정상에서 바라본 불을 지른 듯 붉게 물든 진달래 군락지가 한 폭의 그림 같다. 아래로부터 바람이라도 세게 불면 온 산이 타들어갈 것 같은 착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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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구산 아래 펼쳐진 마을과 들, 산, 바다이다. |
ⓒ2006 전갑남 |
"여러분, 우리가 헬기 타고 있는 것 같지 않아요? 들이며, 산이며, 바다며 모두가 우리 발아래 있어요! 오늘은 저 멀리 북한 땅도 보이네요."
아내를 비롯한 오늘 산행에 참석한 여자들의 얼굴에도 기쁨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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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오마이뉴스 2006-04-25 09:35]![](http://www.xn--910bm01bhpl.com/gnu/pinayarn/pinayarn-pinayar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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