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여고동창 3인방의 거제 외도 여행기

피나얀 2006. 4. 25. 21:42

 


한려해상국립공원의 한 자락인 경남 거제시 외도 해상농원에 들어서면 동화 속이나 지중해의 어디쯤으로 여겨질 정도로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청주여고 동창인 이정화, 김정화, 유소영(27)씨가 올 여름 여행지로 경남 거제시 외도를 선택한 이유도 다르지 않다. 개인 소유인 외도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은 오로지 90분. 그들의 숨가쁜 외도 여행을 들여다봤다.

 

청주에서 출발해 5시간 걸려 도착한 거제시 구조라 선착장. 배로 10분여를 가니 외도에 닿았다. 경사진 길을 따라 땀방울을 훔치며 삼거리를 지나치니 선인장 동산이다. 멀리 보이는 관리사무소와 갖가지 선인장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연인들이 유난히 많다. 청주에 있는 남자친구들이 ‘살짝’ 생각난다. 관리사무소는 겨울연가의 마지막 장면을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사진을 열심히 찍던 이씨가 말문을 열었다. “저 커플은 소품까지 준비했네. 저쪽에서 찍으면 바다를 배경으로 찍을 수 있겠다. 사진 찍는 것도 배워야 한다니까.” 조금 전 ‘닭살커플’이 포즈를 잡았던 곳에 자리를 잡고 다시 한 번 카메라 셔터를 누르던 김씨가 짧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굿∼”

 

외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인 비너스 가든은 식물모양을 형상화했다. 흰색 벽에 붉은 지붕이 인상적인 리스하우스 쪽에서 바다를 향해 바라보면 언뜻 크리스마스 트리가 떠오른다. 동백나무, 주목, 영산홍, 아젤리아, 옥향, 가이스카 향나무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정원의 끝에 만들어 놓은 꽃마차 모양의 벤치에 앉은 세 사람은 서로 제안이라도 한 듯 거만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마치 동화 속 공주가 된 것처럼….

 

리스하우스를 지나 화혜단지에 들어서면 생명력이 강해 장마 중에도 주황색 꽃을 피우는 크로코스미아, 민트나 파인애플 세이지 같은 허브식물, 시계모양을 하고 있는 시계초, 벌 나비를 끌어들이는 란타나 등 다양한 식물들이 관람객을 맞는다. 외도를 지칭하는 ‘보타니아’(Botania)는 ‘식물들의 낙원’이란 의미의 조어다.

 

대나무가 우거진 대죽로를 지나니 비로소 해금강이 훤히 내다보이는 전망대다. 바닷바람에 더위를 씻고 주변을 오가는 유람선, 외도의 부속 섬인 동섬 등을 구경하다 건물 계단을 오르니 전망 좋은 카페가 나왔다. 하지만 30여분 남은 관람시간 탓에 차 한 잔의 여유를 뒤로한 채 발길을 재촉할 수밖에 없었다.

 

놀이조각공원에는 짓궂은 아이들의 모습이 조각으로 새겨져 있다. 바다를 향하고 있는 명상의 언덕(교회)에서 어머니의 쾌유와 사업 번창을 기도한 이씨는 얼마 전 김씨와 함께 인터넷 아동복 쇼핑몰 ‘아이돌’(www.i-doll.co.kr)을 열었다. 이번 여행도 우정과 사업을 잘 꾸려 보자는 의도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세 사람은 천국의 계단을 지나, 외도 전시관에 들러 서로 느낌을 이야기하며 외도 여행을 마쳤다. 이들은 ‘이국적인 풍경이 환상적이지만 관람시간이 짧아 아쉬움을 남기는 곳이 바로 외도’라고 평가했다.

 

성수기 8월 표 예매하면 편리

 

■여행정보=외도는 거제시의 장승포, 구조라 등 여섯 군데 선착장에서 들어갈 수 있다. 선착장마다 배 시간과 뱃삯이 달라 각각 확인해 봐야 한다. 장승포(055-681-6565)와 와현(055-681-2211)은 1만5000원, 구조라(055-681-1188)와 학동(055-636-7755)은 1만4000원, 해금강(055-633-1352)과 도장포(055-632-8787)는 1만2000원이다. 구조라 선착장이 가장 가까워 외도까지 10분 거리고, 가장 큰 장승포 선착장에서 30분이 걸려 가장 멀다.

 

여행객의 발길이 부쩍 잦은 8월에는 미리 현지에서 배표를 예매해 두고 주변 관광에 나서면 오랜 시간 기다리는 수고를 덜 수 있다. 유람선 삯과 국립공원 입장료(1600원)는 각 선착장에서 지급해야 하고, 외도 입장료(5000원)는 섬에 들어서서 내야 한다. 외도 안내사무소 (031)717-2200

 

한려해상국립공원 끝자락 소매물도

 

 

한려해상국립공원 끝자락에 위치한 소매물도는 쪽빛 바다와 어우러진 기암괴석이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낸다. 흰 등대를 품고 있는 등대 섬을 보고 싶다면 마을 뒤편으로 난 비탈길을 올라 망태봉 정상에 서야 한다. 망태봉 옆에 위치한 등대 섬 등 남해에 떠 있는 섬들에다 거제 해금강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소매물도 등대 섬 사진은 대개 이곳 망태봉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동백나무가 우거진 본 섬과는 달리 등대 섬은 잔디로 덮여 있다. 본섬과 30여m 떨어진 등대 섬은 하루 두 차례 썰물 때만 모습을 드러내는 몽돌밭을 통해 걸어들어갈 수도 있다. 거제에서 소매물도로 가는 배가 생긴 뒤로는 외도에 들렀다 소매물도를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갯바위 낚시로 유명한 소매물도는 요즘 참돔, 농어, 볼락, 돌돔을 노리는 낚시꾼들의 발길도 잦다.

 

■여행정보=통영여객선터미널(055-642-0116, 3717)에서 하루 3회(오전 7시, 11시, 오후 2시) 페리호가 운항한다. 8월부터는 오전 7시부터 2시간 간격으로 운항할 계획이나 미리 배 시간을 확인해야 한다. 거제 장승포 여객터미널(055-641-2619)에서도 해금강, 외도, 소매물도를 함께 둘러보는 배편을 마련하고 있다. 소매물도 안에는 식당이 없으니 도시락을 싸가는 게 좋다. 다만, 잠을 청할 수 있는 다솔산장(055-641-2619)에 홍합밥 등을 예약하면 맛볼 수 있다. 다솔산장은 25일부터 8월 숙박 예약을 받으며 산장이 5만원, 민박이 4만원 정도다. 통영시 문화관광과 (055)650-5371

 

■ 거제에서 가볼만한 곳

 

외도, 소매물도 등 인근 섬을 구경하려는 여행객의 발길이 잦은 피서철에는 배 시간을 맞추기도 쉽지 않다. 표를 예매한 뒤 2∼3시간 동안 둘러볼 만한 곳을 소개한다.

 

고현시외버스터미널 인근에 있는 거제포로수용소(055-639-8125)는 6·25 당시 가장 큰 포로수용소를 유적으로 되살린 곳이다. 전시실에는 당시 포로들의 생활상을 짐작할 수 있는 유품 등이 진열돼 있고, 영상실에서는 당시에 촬영한 화면 등을 보여준다. 또 6·25 때 사용되던 무기와 장비 등도 함께 전시하고 있다.

 

거제도에는 파도에 동글동글하게 깎인 몽돌이 깔린 해수욕장이 유난히 많다. 거제도 최남단 남부면 다포리의 여차몽돌해수욕장(055-639-4004)이 거제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다.

 

 동해의 넓은 해변을 생각했다면 실망스러울 수도 있지만, 길이 700m, 폭 30m의 아기자기한 몽돌밭은 ‘한적하고 아름다운 곳’으로 이미 입소문이 났다. 주변 경치가 좋은 이곳에서 영화 ‘은행나무 침대’를 찍기도 했다. 고현버스터미널에서 50여분 거리라 좀 멀고, 버스가 하루에 한 번만 다니는 게 흠이다.

 

거제에서 가장 큰 몽돌밭은 장목면 농소몽돌해수욕장(055-639-4010)이다. 고현버스터미널에서 승용차로 30분 거리이고, 1시간마다 버스가 다닌다. 농소와 크기가 비슷한 동부면 학동몽돌해수욕장(055-635-5421)은 외지인들에게 가장 잘 알려져 있다. 해안을 따라 천연기념물 제233호인 동백림이 펼쳐져 있으며, 팔색조 번식지로도 유명하다. 구조라 선착장 뒤편에는 백사장이 아기자기한 구조라해수욕장이 있다.

 

옥포동 옥포대첩기념공원(055-639-8129)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첫 승리를 했던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고현버스터미널에서 30여분 거리이고, 인근 덕포해수욕장에서 해수욕을 하거나 방파제 낚시를 즐기는 이들도 많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출처-[세계일보 2005-07-24 16: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