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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암사(鳳巖寺). 1년 중 사월초파일 딱 하루만 개방하는 사찰이다. 1982년 조계종에서
특별수도원으로 지정한 까닭에 산문(山門)을 닫았다. 이곳 선원은 수행자들이 법맥을 이어가고 참선하는 곳. 해탈을 위한 자신과의 싸움에서 외지인은
불심을 흐트러뜨리는 대상이다. 하지만 ‘득도’하지 못한 속인들은 감춰진 곳에 더욱 미련이 남고 마음이 가게 마련.
때마침 사월초파일이 다가오니 사찰을 엿볼 기회다.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 가득한 문경 나들이를 핑계 삼아 산사의 하루를 만끽할 수 있다. 이날만큼은 외지인의 산사체험이 불경스럽지 않을 듯 싶다.
경북 문경의 희양산을 등지고 골짜기에 터를 잡은 봉암사는 조계종 8교구의 말사다.
헌강왕 5년(879년)에 지증대사는 “이 땅을 얻었다는 것은 바로 하늘의 뜻이다. 이곳은 승려들이 살지 않으면 도적의 소굴이 될 것이다”며 절을 세우니, 이것이 봉암사 창건의 유래다.
1,000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몇 번의 소실 끝에 중건을 거듭한 봉암사는 보물 5점을 비롯해 유형문화재 2점, 문화재자료 3점 등이 잘 보존돼 둘러볼 유적이 적지 않다.
봉암사로 향하는 길은 일주문을 코앞에 두고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일주문으로 곧장 이어지는 구길이고, 다른 하나는 새로 만든 포장도로다. 구길로 간다.
사월초파일이 코앞이라 연등을 달아놓은 길은 도열해 있는 소나무가 예스러움을 더해주고, 물소리가 끊이지 않아 발걸음이 가볍다. 일주문을 지나 200여m를 오르면 침류교. 봉암사로 들어서는 관문이다. 다리 위로 탐스럽게 핀 벚꽃이 가지를 내려 외지인을 반긴다.
계곡물 위에 놓인 다리는 부처의 세계와 속세를 갈라준다. 다리를 건너는 순간 마음이 새롭다.
침류교를 지나 남훈루를 거치면 대웅보전이다. 새로 지은 건물이라 고풍스럽지는 않지만 위엄이 느껴진다. 대웅보전을 뒤로하고 극락전으로 간다.
봉암사 1,000년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극락전은 기단이 탑과 같은 모양새다. 기단 바닥에 장방형 판석을 깔았고, 그 위에 중층목탑을 만들었다. 법주사 팔상전과 더불어 유존하는 목탑이다. 원형을 잘 지닌 건물의 자태가 반듯하다.
극락전에서 금색전으로 가다보면 지증대사적조탑과 지증대사적조탑비가 나란히 마주하고 있다. 지증대사적조탑은 봉암사를 창건한 지증대사의 부도다. 여러장의 판석으로 짜여진 방형의 지대석 위에 각 부의 장신 조각이 섬세하다.
지증대사적조탑비는 봉암사를 창건한 지증대사의 공적을 찬양한 부도탑비. 신라 경애왕 원년(924년)에 세운 석비다. 비문은 신라시대 대문호인 고운 최치원이 글을 지었고, 분황사의 혜강 노스님이 글을 쓰고 새겼다.
희양산을 배경으로 마당 한가운데 들어앉은 3층석탑이 눈길을 끈다. 통일신라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3층석탑은 국내에서는 보기 드물게 상륜부가 완전하게 보존돼 있다. 화려하지 않지만 우아하고, 단조로우면서도 세련미가 넘쳐 보는 이의 발걸음을 한동안 붙잡아 놓는다.
왔던 길을 되돌아 침류교를 건너 계곡을 따라 700m를 오르면 백운대다. 마애보살좌상을 만난다. 두 사람이 간신히 오갈 수 있는 계곡길은 세상과 절연한 길이다. 혼자 걸으면 외롭고 호젓해 지난날을 되씹어보게 된다.
계곡을 따라 10여분을 오르자 순간 가슴이 확 트인다. 집채만한 바위 한쪽 면에 마애보살좌상이 조각돼 있고, 그 앞 너럭바위 위로는 얼음보다 차가운 계곡물이 세차게 흐른다. 한 폭의 수묵화가 따로 없다.
문경 찻사발축제에 즈음해 이곳에선 차공양이 열리는데, 올해는 사월초파일에도 개방하지 않아 아쉽다.
고려 말기 또는 조선 초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마애보살좌상은 오른손을 들고 왼손을 가슴에 얹어 두 손으로 연꽃을 든 형상이다. 봉암사를 굽어보듯 희양산을 쳐다보듯 미소 지으며 그렇게 수백년을 앉아 있다.
돌아오는 길, 봉암사가 왜 그토록 산문을 개방하지 않았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3층석탑 뒤 금색전은 대웅보전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봉암사 대웅전이었으나 지금은 건물 뒤편에 ‘대웅전’ 편액만 걸어놓은 채 ‘새집’에 자리를 내줬다.
경내의 또 다른 볼거리는 석종형부도와 정진대사의 사리탑인 정진대사원오탑, 정진대사원오탑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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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스포츠칸 2006-04-26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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