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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진남교반과 옛길
주흘산, 희양산, 대미산 등 백두대간의 범상치 않은 산들로 둘러싸인 경북 문경은 예부터 길의 고장으로 널리 알려졌다.
옛 영남의 선비들이 한양으로 과거 길을 나서려면 반드시 문경 새재(조령)를 넘어야 했고, 영남의 보부상들도 한양으로 물산을 져 나르려면 ‘새들도 쉬어 간다’는 문경의 옛길을 거쳐야 했다. 부산 동래와 한양을 잇는 950리 영남대로의 허리 어름에 자리한 옛 고갯길이 오죽 힘들었으면 ‘구비야 구비야 눈물이 난다’고 한탄했던가.
문경의 옛길 가운데 문경읍 관음리와 충주시 상모면 미륵리를 잇는 신라시대의 길 하늘재(계립령)와, 제1관문(주흘관)과 제2관문(조곡관), 제3관문(조령관)을 거쳐 이화령을 넘는 새재는 옛사람의 애환이 서린 길이다. 이기철 시인은 “산 아래 산이 눕고 길 아래 길이 누워/살아 있는 것들은 나무도 짐승도 조금씩/신의 모습을 닮아 있다”(‘이화령쯤에서’)고 문경새재를 노래했다.
문경시 마성면 신현리 진남교반의 동쪽 산길은 영남대로를 잇는 문경 옛길의 자취가 가장 잘 보존돼 있어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떠나기에 알맞다. 또한 삼국시대에 쌓아올린 고모산성과 옛사람들의 흔적이 뚜렷한 ‘토끼비리’, 성황당, 주막거리, 1990년대까지 석탄을 실어날랐던 문경선 철길 등 문화 및 역사답사거리도 풍부하다. 특히 중부내륙고속도로의 개통으로 문경 가는 길이 한층 수월해져 철쭉과 개나리, 벚꽃이 만발한 요즘에 정취어린 봄철 여행지로 그만이다.
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새재 나들목(IC)에서 나와 3번 국도를 타고 문경시청 방향으로 조령천을 벗삼아 4킬로쯤 내려오다 보면 왼쪽편에 철쭉과 개나리로 수놓은 층암절벽과 강변 모래벌, 노송숲을 끼고 맑고 푸른 강 위에 철교와 다리 3개가 멋들어지게 어울린 강변이 한눈에 들어온다. 경북8경의 제1경으로 ‘문경의 소금강’으로도 불리는 진남교반이다.
진남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휴게소 뒤편으로 가자 산길 표지판 아래 편편한 돌이 박힌 박석포장길이 나타난다. 에스자로 굽어 도는 오솔길을 따라 2분쯤 걷자 오른편 사잇길로 영남대로 옛길이 고개를 내민다. 소나무 우거진 길을 100미터쯤 가면 ‘토끼비리’라고 불리는 구절양장의 토천옛길이 시작되는데 청운의 꿈을 품고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다녔던 옛 선비들의 발길로 닳고 닳은 바위들과 아직도 선명한 짚신 자국이 남아있다.
토천옛길은 후삼국시대에 이 고장 출신 견훤과의 싸움에 패해 쫓기던 왕건이 벼랑에 내몰리다 토끼 한마리가 벼랑을 따라가는 것을 보고 길을 찾아냈다는 전설을 담고 있다. 토천 또는 관갑천 잔도라고도 불린다.
토천옛길은 오정산 등산로 입구까지 가파른 벼랑의 구절양장 사다리길이 이어지는데 고갯마루에는 철쭉이 활짝 핀 어룡산의 풍경과 고부산성의 끝자락이 보이고, 발 아래에는 진남교반의 멋들어진 경관이 펼쳐진다.
토천옛길을 되돌아와 박석길을 5분쯤 걸어올라가니 진남루와 고모산성의 익성인 석현성이 보인다.
진남루를 들어서자 옛 주막거리에 우리나라 마지막 주막이었던 예천 삼강주막과 문경 영순주막을 복원한 초가 2채가 반긴다. 주막거리를 지나 30미터쯤 나아가자 5~6미터 높이의 느티나무가 앞 뒤로 호위한 성황당이 나타난다. 성황당 앞에 불에 타 반쪽만 자란 느티나무는 의병장 운강 이강년 선생이 1896년 일본군과 고모산성에서 전투를 벌였을 때 화재를 입어 나무의 절반이 불에 탔으나 아직도 반쪽이 굳건하게 자라고 있다.
이 성황당에는 선비에게 버림받은 처녀 귀신의 슬픈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옛날 과거를 보러 가던 한 선비가 이 고장 처녀와 결혼 약속을 했으나 과거급제 뒤 한양의 양반 처녀와 결혼하고 옛일을 잊어버렸다고 한다. 경상도 관찰사가 돼 이곳을 지나던 그 선비는 옛 생각이 나서 처녀를 찾았으나 이미 목숨을 끊었다는 소문을 듣고 그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성황당을 세웠다.
성황당 왼쪽으로 4세기께에 지어진 고모산성으로올라가는 길이 나 있다. 10분쯤 올라가자 서쪽으로는 용연과 봉생정, 강변에 노송이 우거진 진남숲이 발 아래 펼쳐지고 북쪽으로 주흘산, 남쪽으로는 진남교반과 어룡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400미터 폭의 성곽을 따라 30분쯤 걷는 1.3킬로미터의 여행길은 옛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여행 코스로 제격이다.
현재 성곽 안에는 2003년부터 수로시설, 군사시설 등을 발굴하는 작업이 한창인데 올해 연말에 완료되며, 2010년까지 정비할 예정이다.
문경시 문화관광과 엄원식(37) 학예연구사는 “옛길의 고장 문경에서도 진남교반은 빼어난 봄 풍광과 더불어 삼국시대와 조선시대, 근대, 현대 등 우리 역사의 발자취를 한꺼번에 돌아볼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성황당 아래 돌고개마을(석현마을)부터 포장길이 나 있어 문경새재 1관문으로 쉽게 접근해 문경의 또다른 옛길을 완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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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로 자전거 타며 와~ 달빛 아래 거닐며 휴~
여행 정보
문경에서는 최근 석탄을 실어나랐던 문경선의 옛 철로를 활용한 철로자전거가 가족나들이객과 젊은 연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진남역을 출발해 불정역 방면과 가은역 방면으로 왕복 4킬로미터를 두 사람이 페달을 밟아 움직이는 무공해 레저스포츠다. 안전을 위한 브레이크와 기어도 갖춰져 있다. 진남역 550-6478. (이하 지역번호 054)
문경새재에서는 4월부터 10월까지 ‘문경새재 과거길 달빛사랑여행’이라는 낭만적인 행사를 매월 보름이 가까운 토요일 오후(월 2회) 1관문과 2관문 일대에서 연다. 사랑하는 이와 손잡고 걷기, 소원빌기, 고려 역사체험 및 보물찾기, 동동주 마셔보기, 짚신 신고 옛길 걸어보기, 호롱불 밑에서 편지쓰기, 옛 다듬잇방망이 소리 감상하기 등 프로그램이 3시간 넘게 이어진다. 550-6421.
문경온천에서는 지하 900미터에서 끌어올린 칼슘·중탄산온천탕과 지하 750미터 화강암층에서 솟아난다는 알칼리성 온천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571-2002.
◆교통
여주 분기점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로 문경새재 나들목까지 50분 거리. 문경새재 나들목에서 3번 국도로 진남교반까지 5분 거리.
◆음식점
약돌돼지 샤브샤브=문경에서 생산되는 거정석 가루를 사료로 배합한 돼지로 육질이 단단하다. 솔잎과 약재를 넣어 찐 고기요리도 있다. 556-7192.
소문난 식당=청포묵과 도토리묵으로 갖은 양념을 넣어서 비벼먹는 묵조밥 전문식당. 571-2255.
목련가든=국산콩을 직접 갈아 만든 손두부로 정식과 전골요리를 낸다. 572-1940.
진남팔경매운탕=진남교반에서 잡은 민물고기 매운탕집. 554-8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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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매운탕집=552-9868.
◆특산물
방짜유기(중요무형문화재 77호 이봉주, 571-3564)와 도자명인들의 도자기 제품, 1년생 풀인 명아주풀로 만든 지팡이인 청려장(조수복, 553-2330), 전국 생산량의 40%를 자랑하는 오미자로 만든 오미자액, 표고버섯 등이 있다.
◆문경시청 문화관광과 550-63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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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한겨레 2006-04-26 22:36]![](http://www.xn--910bm01bhpl.com/gnu/pinayarn/pinayarn-pinayar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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