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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보·경보 해제 후에도 미세먼지농도
평균치보다 훨씬 높아 ‘안심은 금물’
“황사가 지나가면 끝.” 올들어 최악이었던 황사가 지나간 4월 9일, 일요일인 이날 경기도 일산 호수공원은 여느 공휴일처럼 많은 사람이 봄을 즐겼다. 전날까지 부옇게 끼었던 황사도 사라졌다. 마스크를 낀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전날의 황사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황사 피해가 하루 만에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황사경보·주의보가 해제됐다고 위험에서 벗어나지 않았음을 황사 관련 수치가 보여준다.
대기 정상수준 회복까지는 3일 소요
4월 8일 관악산에서 측정한 미세먼지 농도는 저녁 6시 2298μg/㎥(1μg=100만분의 1g)를 기록했다. 서울 평균 58μg/㎥(2005년)의 40배에 달하는 농도였다. 1000μg/㎥가 2시간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될 때 황사경보가 발령된다. 서울지역 황사는 다음날인 9일 오전 6시 469μg/㎥으로 급격히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500μg/㎥ 이상 때 발령되는 황사주의보도 해제된다.
실제로 오전 6시30분 서울지역에서 황사주의보가 해제됐다. 하지만 대기의 미세먼지 농도가 평상시 수준으로 금방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9일 오전에 300μg/㎥대 수준이던 수치가 이후 200μg/㎥대 전후 수준을 왔다갔다 했다. 평일의 미세먼지 농도에 2배가 넘는 수치다. 10일 오전 3시 90μg/㎥, 오전 4시 12μg/㎥로 정상 수준으로 돌아왔다. 심한 황사가 오기 전인 7일 오후 3시 73μg/㎥로 정상 수치를 넘어선 후 평균으로 돌아오는 데에는 3일이 걸렸다.
황사 전문가들은 황사주의보·경보 등이 발령되면 육안으로도 얼마든지 황사가 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이때 마스크를 낀다든지 외출을 삼가는 것은 기상청 보도를 듣지 않아도 할 수 있지만 황사주의보·경보가 해제된 후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을 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단국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권호장 교수는 “미세먼지의 농도가 평상시보다 높게 며칠 지속된다면 황사 때 권장하던 대처 요령을 그대로 따라야만 한다”고 말했다.
황사는 아니지만 미세먼지가 많이 끼어 시정거리가 짧았던 지난 3월 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미세먼지 농도는 178μg/㎥였다. 이날 항공기 이착륙마저 힘들 정도로 안개가 짙게 깔렸다. 수치상으로 황사주의보가 해제된 4월 9일 오전 6시 30분부터 4월 10일 오전 3시까지는 3월 6일과 비슷했다. 다만 3월 6일에는 뿌연 안개로 시정거리가 짧아져 육안으로 오염도에 대한 인식이 높았지만 4월 9일은 황사가 지나간 뒤 상대적으로 대기가 깨끗해진 것처럼 보였다.
국립환경과학원에서는 24시간 대기환경 기준을 현재 150μg/㎥으로 잡고 있다. 이 기준이 넘으면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것. 4월 7일 저녁 7시부터 4월 10일 새벽 3시까지 대기환경 기준을 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상청에서는 황사 이후 미세먼지 농도가 정상으로 돌아오려면 2∼3일이 걸린다고 본다. 관측황사정책과의 관계자는 “수치상 황사가 오면 2∼3일간 미세먼지의 농도가 짙어진다”면서 “황사주의보가 해제된다고 해서 황사의 피해가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여진’ 및 ‘전조’ 현상에도 주의 필요
문제는 이런 부분이 제대로 홍보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있다. 황사주의보 해제가 바로 황사가 없어진 것으로 바로 인식되기 때문. 기상청 관계자는 “황사 후에도 외부활동을 되도록 삼가는 것이 좋다고 예보하는데도 일반인들은 황사 특보의 해제를 바로 황사 피해가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황사전문가의 연구에서도 황사 후 잔존 먼지가 며칠간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강릉대학교 대기환경과학과 최효 교수가 2004년 3월 강릉시에서 측정한 자료에 의하면 3월 11일 0시에 평소의 10배에 가까운 350μg/㎥농도의 황사가 온 후 강릉지역의 평균 수치인 50μg/㎥이하로 떨어지기까지 5일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고저를 반복하면서 3월 13일과 15일에는 150μg/㎥까지 올랐다가 다시 내려갔다. 최 교수는 이를 '여진'으로 표현했다.
황사가 지나간 후에도 지진처럼 '여진'이 계속돼 며칠이 지나야 정상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황사 때만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지 특보가 해제된 후에는 아무런 말이 없다”면서 “이때에는 마스크를 끼지 않고 다니는데, 여진 때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부 대기정책과의 관계자는 “황사주의보가 해제됐다고 해서 대기가 평상시 수준으로 돌아갔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이럴 때에도 그 상태의 오염도를 알려줄 필요성이 있으며 이런 체제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사의 경우 여진 뿐만 아니라 황사가 오기 전 '전조' 현상 시기에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황사가 오기 하루 이틀 전 미세먼지 농도가 평상시의 2배 이상 올라가기 때문이다. 강릉에서도 2004년 3월 11일 밤에 황사가 오기 전 3월 8일부터 전조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해 같은 날 밤 12시에 평상시의 2배인 100μg/㎥에 도달했다. 정확히 이틀 전부터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전조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황사 관련 수치를 PM10 측정 기준만으로 보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기상청에서 발표하는 미세먼지 농도는 10㎛(1㎛=1000분의 1㎜)이하의 먼지총량을 재는 PM10측정이다. PM2.5는 2.5㎛이하의 먼지 총량으로 미세입자를 나타낸다. 입자와 가스 상태로 존재하는 미세입자는 마스크로도 걸러지지 않은 채 대부분 폐 속으로 들어간다. 대부분의 유해한 먼지는 PM2.5로 측정해야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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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환경부의 의뢰로 단국대 의대에서 ‘황사의 건강위해성 평가연구’를 실시한 결과에서도 ‘PM2.5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해야 하고, PM10뿐만 아니라 PM2.5에 대한 예보능력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단국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권호장 교수는 “인체 건강에는 PM2.5가 중요하다”면서 “앞으로 기준을 PM2.5에 근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제적으로는 PM10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일부 국내황사전문가들은 PM2.5 측정 장비를 갖췄다. 기상청은 현재 PM10 장비로 관측하고 있을 뿐 PM2.5는 일부 연구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관측황사정책과의 관계자는 “전체 황사 농도를 파악하는 기상적 관점에서는 PM10이 정확하고, 보건환경적 관점에서는 PM2.5가 좋은 게 사실”이라면서 기상학적 기준에 중점을 뒀다. 황사의 대다수 미세먼지가 PM2.5∼PM10 사이이므로 10㎛이하인 PM10만으로 황사의 움직임을 정확히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민건강 측면에서는 폐로 바로 흡수되는 2.5㎛ 이하의 먼지농도를 알려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강릉대 최효 교수는 “PM10만 갖고 미세먼지를 이야기하는 것이 문제”라면서 “마스크를 써도 걸러지지 않는 PM2.5 농도를 봐야 황사에 올바르게 대처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써도 걸러지지 않는다고 해서 마스크가 쓸모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1차적인 효과는 있지만 2.5㎛이하의 미세먼지까지 막을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인체 건강에 중요한 PM2.5 적용해야
PM2.5측정 장비는 PM10측정 장비보다 가격이 비싸다. 환경부 대기정책과의 관계자는 “환경기준을 PM2.5로 하는 것은 당장은 어렵다”면서 “미국·호주에서 기준을 갖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4∼5년 후인 2010년에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PM10과 PM2.5의 기준은 황사에 대해 받아들이는 국민들의 인식에도 큰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다.
PM10의 경우 미세먼지농도가 20∼30배에 이를 정도로 급격하게 변화해 국민들로서는 황사의 위험성을 쉽게 인지하고, 다시 줄어들었을 때 쉽게 잊어버리는 효과를 낳는다. 하지만 PM2.5 수치는 급격한 변화곡선을 그리지 않는다. 건강에 해로운 미세입자는 황사 후에도 며칠간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다. PM2.5 수치를 적용할 경우 황사 후 며칠 뒤까지도 유해한 미세입자를 피하기 위해 황사 안전요령을 그대로 따라야만 한다.
강릉대 최효 교수가 2004년 3월 황사 때 강릉에서 측정한 PM2.5수치에서 미세입자의 변화를 볼 수 있다. PM10의 수치가 황사중일 때 이전에 비해 7∼8배인데 반해 PM2.5의 수치는 4배밖에 되지 않는다. PM2.5로 측정했을 때 평소에는 약25μg/㎥이던 수치가 황사의 전조 현상이 보이는 3월 9일 0시에 약50μg/㎥, 황사가 본격적으로 온 3월 11일 0시에는 약100μg/㎥를 기록한다. 상승과 하강을 나타내던 수치는 황사가 물러간 3월 15일 낮12시에 다시 100μg/㎥가량 나타냈다. PM2.5 관측으로는 인체에 유해한 미세입자가 3월 8일부터 16일까지 9일간 2∼4배의 농도를 보인 것이다.
이런 미세입자가 마스크를 통과해 폐로 그대로 들어감을 고려할 때 황사 후 5일간은 외부활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최 교수는 “PM2.5수치는 PM10 수치의 3분의 1밖에 나오지 않지만 인체영향의 측면으로 봤을 때는 바로 피부에 와 닿는 수치가 된다”고 강조했다.
<윤호우 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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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뉴스메이커 2006-04-2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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