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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은 많은 것을 앗아갔다. 국토가 두 동강 났다.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은 오늘도 한숨 짓는다. 그러나 분단은 한반도의 허리춤에 많은 것을 찔러넣어 주었다.
비무장지대(DMZ) 곳곳에 매설된 지뢰를 피해가며 나무들은 뿌리를 내리고 꽃들은 고개를 내민다. 우거진 갈대숲에서 졸고 있던 고라니가 갑자기 펄쩍 뛰어오른다. 이름 모를 새들이 후드득 솟구치며 하늘 멀리 점으로 사라진다.
임진강이 쓰다듬고 지나간 개펄 위에는 물결의 흔적 위 온갖 동물이 뛰놀며 남긴 발자국이 선연하다.
한반도 허리를 가르는 비무장지대가 생긴 건 1953년. 그 뒤 50여년 동안 민간인의 출입은 통제돼 왔다. 하지만 인간이 만든 명령은 인간에게만 준엄하다. 생태계에서는 허허로울 뿐이다. 법에 얽매여 사람들이 비무장지대를 자유롭게 드나들지 못하는 동안 동물과 식물이 비무장지대의 안방마님 자리를 꿰찼다.
분단의 비극 위에 긴 세월이 얹히며 한반도 허리춤에만 축복이 내려앉았다. 생태계가 인간의 구둣발로 짓밟히지 않고 비교적 온전히 남아 있는 비무장지대는 몇 안 되는 ‘생태계의 보고’다.
지난해 7월 전술훈련 도중 급류에 휩쓸린 동료를 구하기 위해 임진강에 뛰어들었다 순직한 장병들의 넋이 서린 전진교를 지나 도로를 한참 달리면 ‘해마루촌’ 마을(일명 동파리 마을)이 나온다. 2001년 생긴 이 마을에는 현재 51가구 160여명의 주민이 산다.
해마루촌 마을은 한국전쟁 당시 피란 갔던 주민들의 실향민 1세대를 위한 정착촌이다. 1973년부터 옛 장단지역에 연고를 둔 실향민 1세대를 대상으로 출입영농이 허가됐다. 정해진 시간 동안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출퇴근 농부들이다.
하지만 정해진 시간 동안만 작물을 돌볼 수 있는 원거리 출입영농은 불편했다. 시간제약 때문에 생기는 영농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민간인 통제구역 내 만든 민간인들의 마을이 바로 해마루촌이다.
차가운 남북 대치 상태의 최전선이라도 봄햇살은 따사롭다. 해마루촌 인근 일월봉에도 봄이 어린다. 갖가지 들꽃과 야생화가 들판에 지천이다. 멀리 동물들이 자유롭게 달려가고 날아오른다. 한반도 허리춤의 봄은 남한보다 늦다. 6월까지 봄이다.
봄 해마루촌의 생태체험 현장에서는 야생화ㆍ들꽃ㆍ나무심기와 이름 달기, 자연생태 탐방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해마루촌은 영농마을이기 때문에 모내기가 한창일 때 방문하면 모내기 등 농사일도 거들 수 있다. 계절별로 체험 프로그램이 달라 야생화를 보려면 봄에 방문해야 한다.
흘러흘러 바다에서 우리의 젖줄 한강과 맞닿을 임진강 유역도 아름답다. 하지만 분단의 역사를 생각하면 아프다. 영화 ‘박치기’의 삽입곡으로 더 널리 알려진 북한 노래 ‘임진강’이 이미 슬프게 노래했던 것처럼.
“임진강 맑은 물은/흘러흘러 내리고/물새들이 자유로이/넘나들며 날건만/내 고향 남쪽 땅/가고파도 못 가니/임진강 흐름아/원한 싣고 흐르느냐//북녘의 대지에서/남녘의 하늘까지/날아가는 물새들아/자유의 사자들아/누가 조국을 반으로/나누어 버렸느냐/누가 조국을/나누어 버렸느냐//임진강 맑은 물은/흘러흘러 내리고/물새들이 자유로이/넘나들며 날건만/내 고향 남쪽 땅/가고파도 못 가니/임진강 맑은 물은/흘러흘러 내린다//임진강 하늘 저 멀리/무지개여 뜨거라/강이여 이 마음을/부디 전해 다오/고향을 언제까지나/잊지 않는다고/임진강 맑은 물은/흘러흘러 내린다
◇여행메모=해마루촌과 비무장지대 부근을 가려면 허가 등 복잡한 절차가 있어 관광상품을 이용하는 게 편리하다. DMZ관광주식회사(02-706-4851)가 5월 22일부터 출시할 상품을 이용하면 편리하게 관광을 즐길 수 있다. 서울에서 1시간 거리여서 당일 관광도 가능하다. 해마루촌 내 민박집에서 숙박할 수 있으며 마을 부녀회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식사도 할 수 있다.
해마루촌 부근에 JSA 부대훈련장, 임진나루, 허준 선생묘, 약초 재배단지, 경순왕릉 등 관광지가 있다. 안보관광을 원한다면 남측 최북단역인 도라산역, 임진각, 자유의 다리, 통일전망대, 땅굴을 함께 하루 코스로 관람할 수 있다.
<사진제공:DMZ관광> 이고운 기자(ccat@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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