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밝은 밤엔 누구나 한번쯤 걷고 싶다. 집 앞 한강시민공원 대신 고즈넉한 사찰이나 옛 향기 짙은 고도라면 더욱 좋겠다. 혼자 나서기 부담스럽다면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끼리 동행해도 좋으리. 각 시·군에서 실시하는 야간걷기 프로그램도 이용할 만하다.
경북 영덕군, 문경시, 경주문화원은 매달 보름달이 뜨는 밤과 가장 가까운 토요일 밤을 이용해 야간걷기 이벤트를 열고 있다. 해질 무렵 출발해 2~3시간을 걷는다. 걷는 길목에 소규모 공연, 먹거리 장터 등도 마련해 심심치 않게 했다. 걸어보자. 봄밤은 길고, 꽃향기는 짙다.
#영덕 달맞이 야간산행
경북 영덕군은 지난 3월부터 매달 음력 보름과 가장 가까운 토요일 밤 영덕읍 창포리 풍력발전단지 일대에서 ‘동해안 달맞이 야간산행’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문을 연 풍력발전단지 일대에 등산로를 만들었다. 전체길이 6.7㎞. 3시간 정도 걸린다. 말은 ‘산행’이지만, 높이 200m 정도 되는 야트막한 언덕이어서 크게 힘들지는 않다.
일몰시간에 맞춰 창포분교에서 출발한다. 20여분 걸으면 풍력발전단지에 올라선다. 여기서부터는 평지에 가깝다. 전체 2㎞ 길이의 풍력발전단지를 둘러보며 미리 준비된 색소폰 공연, 퓨전국악 공연도 기웃거릴 수 있다. 멀리 바다에서는 오징어잡이 배 몇 척의 불빛이 보인다. 오징어잡이 철은 7월부터지만 행사를 위해 특별히 띄워둔 배다.
하산길엔 수산물 시식코너와 특산물 장터가 마련돼 있다. 해맞이 공원에 들렀다 해안도로를 따라 창포분교로 되돌아온다. 지난 3월과 4월엔 각각 1,000여명이 참가했다. 다음 야간산행은 13일에 열린다. 11월초까지 계속될 예정이며 참가비는 없다. 영덕군청 문화관광과 (054)730-6396
#문경새재 과거길 달빛사랑여행
문경새재는 조선시대 영남 선비들이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가는 길목이었다. 문경시가 지난해 5월부터 실시 중인 야간걷기 행사에도 ‘과거길’이란 이름이 들어간다. 과거길 달빛사랑여행은 지난해 7회 동안 4,000여명이 참가했다. 겨울동안 잠시 접었다 지난달 8일부터 재개했다. 올해는 횟수를 월 2회로 늘렸다. 음력 보름을 전후로 한 토요일 밤에 실시한다.
문경새재 입구 야외공연장에서 오후 4시에 출발한다. 1관문 주흘관, KBS 사극 촬영장, 조령원터를 거쳐 2관문 조령관까지 간다. 문화유산해설사가 동행해 설명해준다. 길가에 짚신신고 걸어보기, 칡즙 마시기, 동동주 맛보기, 약수 마시기 등 아기자기한 체험 이벤트가 많다. 옛 모습대로 재현한 주막에서 주먹밥 만들어 먹고, 호롱불 밑에서 편지쓰고, 전통차도 마실 수 있다. 전체 길이 왕복 6㎞. 행사는 오후 9시쯤 끝난다.
참가비 대인 1만원, 18세 이하 소인 8,000원. 지역농특산품 상품권(3,000원), 새재도립공원 입장료, 달빛사랑여행 안내책자 등이 포함돼 있다. 홈페이지(www.mgmtour.com)에서 미리 예약하고 결제까지 끝내야 한다. 이달엔 13·20일에 열린다. 새재길엔 조명이 전혀 없는 데다 오후 6시 이후엔 출입을 통제하기 때문에 평소엔 밤길 걷기가 불가능하다. 문경시청 문화관광과 (054)550-6393
#경주 달빛신라역사기행
12년 관록의 대표적인 야간여행 프로그램이다. 음력 보름에 가장 가까운 토요일 밤 열린다. 첨성대·안압지·양동마을·불국사·감은사 등 유적을 둘러본 뒤 저녁 식사를 하고, 미리 마련된 이벤트에 참가하는 코스. 소원을 적은 등을 들고 탑을 한바퀴 돌아보는 탑돌이가 하이라이트다. 행사를 주관하는 신라문화원 부설 국악단·관현악단의 공연도 볼 수 있다. 오후 4시 신라문화원 앞에서 출발해 첨성대·황룡사터·감은사터 등에서 오후 9시쯤 마무리된다. 매번 답사코스가 다르다. 13일은 안압지~분황사~황룡사터 코스로 진행된다.
달빛신라역사기행 참가자는 회당 적게는 100명, 많을 땐 500여명에 이른다. 30~50명 단위로 팀을 나눠 이동한다. 달빛기행 신청자가 넘쳐나면서 신라문화원은 달빛기행이 없는 토요일을 골라 별빛기행을 실시하고 있다. 경주는 유적지마다 조명 시설이 잘 설치된 곳. 굳이 달빛이 없어도 야간 답사가 가능하다. 행사 하루 전까지 홈페이지(www.silla.or.kr)나 전화로 신청하면 된다. 참가비 일반 1만5천원, 청소년 1만2천원. 저녁식사, 유적지 입장료, 차량·가이드비, 공연비가 포함된다. 신라문화원 (054)774-1950
〈최명애기자 glauk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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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경향신문 2006-05-02 15:03]![](http://www.xn--910bm01bhpl.com/gnu/pinayarn/pinayarn-pinayar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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