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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관령 고개에서 만난 아름다운 한 폭의 산수화 ⓒ2006 방상철 |
ⓒ2006 방상철 |
누님은 송추에서 편의점을 하고 계신다. 벌써 7년째에 접어들고 있는데, 매형과 직원 한명, 그리고 누님. 이렇게 셋이서 24시간 동안 번갈아 가며 가게를 보고 있으니 자신의 시간을 도저히 내질 못한다. 그런데 이번에 시댁조카가 아르바이트를 한다며 여행 할 짬을 만들어 준 것이다.
6일 토요일 오후 3시, 송추에서 조카들과 어머니를 모시고 누님이 우리 집(경기도 안양)에 도착했다. 우리는 모두 한 차(9인 승합)에 몰아타고 서둘러 영동고속도로에 진입했다. 목적지를 강릉으로 잡은 까닭은 초등학교5학년인 조카의 바람 때문이었는데, 아직까지 동해바다를 못 봤다는 말을 듣고 시간상으로 제일 가까운 강릉을 택한 것이다.
새벽부터 내리던 비는 집에서부터 우리를 따라오더니 횡성을 지나 횡계에서 조금 수그러들었고, 마침내 대관령고개에 이르러야 그쳤다. 그리고 잠시 후, 창문을 활짝 열고 대관령 1터널을 막 빠져나오는 순간, 우리 모두는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바로 환상적인 운무 때문이었다.
산과 구름이 저렇게 아름다운 산수화를 펼쳐 놓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했고, 저 모습을 볼 수 있게 해준 자연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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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모습을 언제 또 볼 수 있으랴! ⓒ2006 방상철 |
ⓒ2006 방상철 |
다음날 오전 9시 경포대해수욕장, 아침이면 비가 어느 정도 그칠 것이라고 잔뜩 기대를 했건만 가랑비는 바람을 타고 더 심술을 부리고 있다. 우산을 이리저리 휙휙 거칠게 다루는 바닷바람 때문에 비 피하는 걸 포기했다.
동해바다에 처음 와본 어린 조카들은 말릴 틈도 없이 파도에 다가섰다가 밀려오는 물살에 금방 신발을 적시고 말았다. 바람 때문에 파도가 급하게 휘몰아쳐 미처 피하지 못 한 탓도 있지만, 동해바다의 파도가 어느 정도인지 몰랐기 때문이리라. 아쉽지만 오래 해변에 있지 못하고 젖은 신발을 손에 들고 차로 돌아왔다.
오전 9시 30분 경포대, 관동8경의 하나인 경포대에 올랐다. 이곳에 왔으면 꼭 한번 보고가야 된다는 나의 주장에 모두들 동의했고, 처음엔 달랑 정자하나 보기엔 입장료가 아깝다고 했던 누님에게 이런 저런 설명을 했더니 다른 시선으로 정자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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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동8경의 하나인 경포대 ⓒ2006 방상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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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20분 오죽헌과 시립박물관. 이곳은 아내와 결혼 초에 처음 와보고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른 터라 모든 것이 새롭다. 오죽헌이 이름이 까마귀처럼 까만 대나무 때문이라는 사실과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선생이 태어난 곳이라는 사실을 빼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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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룡실(보물 제165호), 조선 초기에 지어진 별당 건물로 율곡 이이 선생이 태어난 곳이다. ⓒ2006 방상철 |
ⓒ2006 방상철 |
이사온은 최씨와의 사이에서 딸만 하나를 두었는데 서울에 사는 신명하에게 시집을 보냈다. 그리고 신명화와 이씨 사이에서 딸이 다섯 명 태어났는데 그 중 둘째가 사임당이다. 사임당의 어머니는 서울로 시집을 갔지만, 친정어머니가 병이 나자 그 간호를 위해 강릉에 내려왔다. 그리고 이곳에 머무르다가 오죽헌에서 사임당을 낳았던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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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룡실 내부 ⓒ2006 방상철 |
ⓒ2006 방상철 |
경내에는 몽룡실, 문성사, 바깥채, 안채, 어제각을 비롯해 율곡기념관과 향토민속관, 역사문화관이있다. 또한 야외에도 선정비군, 고분, 강릉귀부(강원도 문화재자료 제2호), 강릉석불여래입상(강원도 문화재자료 제3호), 강릉옥천동석탑재(강원도 문화재자료 제4호)등 많은 볼거리가 있다.
오후 1시 30분 통일공원. 오죽헌을 나오면서 이제 비는 거의 그쳤다. 초당순두부 마을에서 점심을 먹고 정동진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그렇게 해안도로를 따라가다가 도착한 곳은 통일공원. 1996년 9월 북한잠수정이 파손되면서 안인진 바닷가에서 발견된 사건이 있었는데, 그때 그 잠수정을 전시해 놓은 곳이다. 또한 4천 톤급의 노쇠한 해군함정도 함께 전시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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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잠수정, 내부에 들어가 볼 수 있는데 생각보다 상당히 비좁다. ⓒ2006 방상철 |
ⓒ2006 방상철 |
유명한 소나무 뒤로 언제 만들어 졌는지 알 수 없는 조각상이 세워져있다. 계속 변화를 추구하는 정동진의 모습이 그리 달갑지는 않지만, 변함없는 바닷가 풍경은 두말할 것 없이 아름답다. 멀리 해변을 바라보았다. 연인 두 쌍이 바다를 바라보며 사랑을 속삭이고 있다. 그들은 내가 뒤에서 훔쳐보는 줄도 모르고 꽤 오래 그렇게 서있다. 바다만큼이나 그 모습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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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진 바닷가에 서있는 다정한 연인들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2006 방상철 |
ⓒ2006 방상철 |
오후 3시 15분 동해고속도로. 정동진에서 헌화로를 거쳐 옥계까지 달렸다. 몇 달 전에 봤던 헌화로와 지금의 그곳은 사뭇 달랐다. 아마도 거친 파도가 없어서 그랬을 것이다. 너무 조용한 해안도로는 참 싱거웠다. 그리고 옥계에서 고속도로에 올랐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밤에 다시 가게를 봐야하는 누님에겐 시간적 여유가 얼마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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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오마이뉴스 2006-05-12 18:28]![](http://www.xn--910bm01bhpl.com/gnu/pinayarn/pinayarn-pinayar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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