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오스트리아 빈에선 카페가 관광명소

피나얀 2006. 5. 23. 19:05

 


전통 커피 30여종과 디저트 200여종이 맛과 전통을 즐기는 관광객 끌어들여


‘오스트리아 빈은 카페의 둘레 속에서 만들어진 도시다.’ 독일의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한 말이다. 1684년 빈 최초의 카페가 문을 연 이후, 카페 문화는 도시 빈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2000여개에 달하는 카페가 도시를 채웠고 몇몇 카페는 모차르트, 클림트, 프로이트 등의 숨결을 간직한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카페를 찾는 예술가들을 위한 커피와 디저트도 눈부시게 발전했다. 오스트리아 전통 커피만 30여종, 커피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디저트는 200여종이 넘는다.

 

카페 ‘자허’와 ‘데멜’의 토르테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 축제가 한창인 빈을 찾았다. 긴 세월 사람들을 열광시킨 커피와 디저트를 찾기 위해서다. 슈테판 성당을 중심으로 1구 거리엔 19세기의 맛과 전통을 간직한 카페들이 밀집해 있다.

 


빈 중심가 1구가 ‘디저트의 명가’로 불리는 건 170년이 넘도록 변하지 않는 ‘카페 자허’와 ‘데멜’이 있기 때문이다. 한때 상표권 다툼을 하기도 했던 두 카페는 빈 카페 문화의 상징처럼 서 있다.

 

‘카페 자허’로 가봤다. 국립 오페라극장 바로 뒤, 필하모니커 거리 4번가에 있다. 1832년 메테르니히 재상의 명령을 받고 16살의 요리사, 프란츠 자허가 만들었다는 디저트, ‘자허 토르테’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토요일 오후 2시. 100명이 넘는 사람들로 카페 안이 북적댔다.

 

겨우 자리를 잡고 자허 토르테를 주문했다. 두 장의 초콜릿색 스펀지 케이크 사이에 살구잼을 바르고, 그 위를 딱딱하고 두꺼운 초콜릿으로 코팅해놓은 것이다. 겉모습은 투박했다. 함께 나온 생크림에 찍어 먹어봤다.

 

진하고 묵직한 초콜릿, 스펀지 케이크의 속살과 살구잼, 가벼운 생크림의 맛이 부드럽게 혀에 얽혀 든다. 쓴맛이 섞인 달콤한 맛이다. 한 조각에 4.50유로, 가장 작은 홀케이크(piccolo)는 17.80유로로 비싼 가격이지만 메테르니히도 감탄시켰다는 전설과 오리지널 자허 토르테를 맛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란 입소문 덕에 하루 평균 500여명이 넘게 찾아온다. 인터넷(www.sacher.com)으로 주문해도 맛볼 수 있다고 했다.

 


‘카페 자허’에서 나와 ‘데멜’로 갔다. 프란츠 요제프 황제 1세와 그의 아내 엘리자베스가 유난히 좋아했던 디저트 전문점으로 유명하다. 모차르트와 살리에리도 자주 찾았다고 전해진다.

 

슈테판 성당 왼쪽, 콜마르트 14번지에 있다. 진한 원목을 금빛 테두리로 치장한 로코코풍의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 오색 샹들리에 아래 진열된 수백 개의 토르테와 초콜릿을 보고 있자니, 밀로스 포먼 감독의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디저트에 탐닉하던 살리에리의 모습이 떠올랐다.

 

2층으로 올라가는 길엔 축구선수 펠레의 얼굴, 쉔부른 궁전의 정원, 축구공의 모양을 그대로 본뜬 ‘특별주문제작용 상품’이 전시돼 있다. 세계 각지에서 인터넷(www.demel.at)으로 주문을 해온다는 게 홍보담당자의 설명이다.

 

20여분을 기다려 2층 창가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자허 토르테를 먼저 주문했다. ‘카페 자허’의 토르테보다 더 달고 촉촉했다. 겉에 바른 초콜릿은 더 얇은 느낌이다. ‘카이저 슈마른’도 주문했다. 프란츠 요제프 황제가 여름 휴가 때 즐겨 먹었다는 음식이다.

 

달걀을 넣고 오믈렛처럼 만든 부드럽고 쫄깃한 빵 위에 슈거 파우더를 뿌린 것이다. 새콤한 자두잼이 함께 나왔다.

 

디저트라기엔 양이 조금 많다 싶어 종업원에게 물어보니,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식사 대용으로 자주 먹는 대중적인 디저트란다. 주말 브런치로 먹으면 좋을 것 같은 달콤하고 고소한 맛이었다. 좀더 화려한 토르테를 맛보고 싶다면 ‘오벌라’(www.oberlaa-wien.at)를 가봐야 한다.

 

빈 1구에만 두 군데가 있다. ‘망고 토르테’ ‘산딸기 토르테’ ‘트뤼펠 토르테’…. 이름만 들어도 새콤달콤한 토르테가 색색으로 들어찬 곳이다. ‘카페 자허’나 ‘데멜’에 관광객이 북적댄다면, ‘오벌라’는 현지 사람이 더 많았다. 망고 토르테를 먹어봤다. 입에 넣자마자 달콤한 과일즙과 함께 스펀지 케이크가 녹아버렸다. 가격은 4~5유로 정도. ‘카페 자허’나 ‘데멜’보다 저렴하다.

 

우리가 즐겨먹는 비엔나 커피, 정말 빈에서도 팔까? 우리가 흔히 ‘비엔나 커피’라고 부르는 음료를 빈 사람들은 ‘멜랑지(Melange)’ ‘아인슈패너(Einspanner)’라고 부른다. 오스트리아의 전통 커피는 종류만 30여가지가 넘는다.

 

파리나 이탈리아와도 비교할 수 없는 다양한 커피가 발달했다. 19세기 말 일본인들이 유럽식 커피를 동양으로 전하면서 굳이 ‘비엔나 커피’라고 이름붙인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

 

이 중에서도 ‘멜랑지’는 예멘의 모카항에서 수입한 진한 모카 커피에 우유를 1:1 비율로 섞은 것이다. 우유 거품을 얹거나 휘핑크림을 얹기도 한다. ‘아인슈패너’는 스카라고멜이라고 불리는 진하고 무거운 크림을 듬뿍 얹어 만든다.

 

슈테판 광장 한복판에 있는 핑크빛 카페 ‘멜랑지 아이다’(www.aida.at)를 찾았다. 한낮의 더위가 가득한 야외 테이블에 앉아 멜랑지를 주문했다. 진한 에스프레소 커피 위에 우유 거품을 얹었다. 진하지만 쓰지 않고 고소한 커피맛이 일품이다.

 

 

‘마리아 테레지아’는 색다른 ‘비엔나 커피’의 맛을 즐기고 싶어하는 이에게 추천하는 커피다.(‘데멜’에선 ‘안나데멜카페’란 이름으로 판다.) 휘핑 크림을 얹은 멜랑지에 오렌지맛 리퀴르를 살짝 섞었다. 18세기 오스트리아를 통치했던 여제의 이름을 붙여서일까. 조금만 마셔도 몸이 후끈 데워지는 느낌이다.

 

‘아펠 슈트루델(Apfel Strudel)’은 1구 카페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소박한 디저트 중 하나다. 일반 가정에서도 손수 만들어 먹는 간편한 음식이다. 결이 부드러운 사과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가로 30㎝, 세로 10㎝의 긴 파이가 2~3겹 이상의 반죽으로 이뤄져 있다. 잘게 다진 사과, 건포도, 계피 등이 들어갔지만 그리 달진 않다. 바닐라 시럽을 함께 뿌려먹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데멜’ 같은 곳에선 전통의 맛을 고수하기 위해서란 이유로 시럽을 함께 내지 않는다. 대부분의 카페에서 5유로 정도의 가격으로 맛볼 수 있다.

 

 

 

 

 

 

 

빈=글·사진 송혜진 조선일보 인터넷뉴스부 기자 (enave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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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주간조선 2006-05-23 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