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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 스크랩】"내 글꼴 어때?"폰트 산업이 뜬다

피나얀 2006. 5. 30. 18:35

출처-[주간조선 2006-05-30 12:17]

 


블로그ㆍ미니홈피 장식 위해 구입… 휴대전화용 글꼴도 인기



초등학교 교사 이수진(28)씨는 최근 자신의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봄 분위기에 맞게 새 단장했다. 스킨(배경화면)이나 음악 등은 가끔 바꾸곤 했지만 이번엔 HY 청바지체와 산돌웹광수또래체 등 글꼴 아이템도 2개 장만했다. 마음에 드는 또 다른 글꼴 TS 도토리체는 다음번에 사기 위해 소망상자에 담아두었다. 30일간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 1종이 도토리 10개(1000원). 이씨는 “좀 비싸다는 생각도 들지만 새로 구입한 글꼴로 메뉴도 꾸미고 다른 이들의 홈피에 안부 글도 남길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yes4401’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한 네티즌은 몇 달 전 네이버 ‘지식iN’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올렸다. “제 휴대폰 기종이 ○○○인데요. 폰트 좀 바꿀 수 없을까요? 너무 질려서요. 다운로드할 수 있는 곳 좀 알려주세요.” 이 사이트에는 비슷한 유의 질문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무료로 휴대폰 폰트를 바꾸고 싶어요.”(hannah617) “폰트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휴대폰 기종에는 어떤 게 있나요?”(amazing_star)



바야흐로 ‘글자도 돈이 되는 세상’이다. 인터넷 1인 미디어가 발달하고 이동통신기기 사용이 일반화하면서 글꼴, 즉 폰트(font) 사업도 날개를 달았다. 현재 이 부문에서 가장 각광 받고 있는 영역은 웹 폰트와 모바일 폰트. 웹 폰트는 인터넷 포털업체가 블로그나 미니홈피 서비스 이용자를 대상으로 제공하는 폰트를, 모바일 폰트는 단말기 제조업체나 이동통신 서비스 제공업체가 휴대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제공하는 폰트를 각각 의미한다.



폰트의 사전적 정의는 ‘종류와 크기가 같은 활자 한 벌’. 때문에 그 동안은 인쇄 용어의 일종으로, 혹은 타이포그래피(typography, 언어를 재료로 한 시각 디자인의 한 장르)의 하위 개념으로 주로 사용돼왔다. 그러나 PC가 보급되면서 글꼴을 통칭하는 개념으로 그 의미가 확장됐다. 최근에는 웹 폰트와 모바일 폰트의 등장과 함께 어엿한 독립 산업군(群)으로까지 인정 받는 추세다.



한글 폰트의 종류는 두 가지다. 하나는 모든 경우의 수를 적용해 한글 구성 요소를 조합한 1만1172자의 유니코드(국제 표준) 폰트. 그러나 최근에는 유니코드 중에서도 사용빈도가 높은 2350자를 선별해 제작하는 KS코드 폰트가 보다 널리 사용되고 있다.



폰트 산업의 역사는 짧은 편이다.

‘국내 최초의 서체 개발 기업’을 표방하는 산돌커뮤니케이션이 1984년 창립됐으니 역사라고 해봐야 이제 겨우 20여년인 셈이다. 현재 시장에서 활동 중인 폰트 개발 업체는 줄잡아 25개 안팎. 그나마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폰트가 등장하면서 최근 몇 년 새 급증한 게 그 정도이고 1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업체는 10개가 채 안 된다.



산돌커뮤니케이션이나 윤디자인연구소 등 초창기 업체들의 주요 수입원은 매킨토시 기반의 대형 출력소를 중심으로 하는 전자편집인쇄시스템(DTP)의 서체 공급이었다. 수입 기반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선회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 중견 서체 개발업체인 모리스디자인이 1999년 한글 웹 폰트 기술을 처음 선보였고, 2002년에는 산돌커뮤니케이션이 당시 SK텔레텍(현 팬택) 제품 ‘IMT2000’ 모델 전용 서체인 광수체를 개발, 납품하면서 모바일 폰트 시대를 열었다.



웹 폰트의 가장 큰 장점은 컴퓨터에 해당 폰트를 설치했는지의 여부에 관계없이 언제 어디서든 디자인된 폰트를 웹상에서 구현할 수 있다는 것. 이전에는 아무리 예쁘고 독특한 서체를 이용해 작업했더라도 해당 서체를 탑재하지 않은 컴퓨터에서는 기본 서체로 보여 사용자가 불편을 겪었다. 당시 초창기 홈페이지 운영자들은 개성 있는 서체를 적용하기 위해 각각의 서체를 이미지 형태로 제작해 올려야 했다. 웹 폰트 제작 기술의 표준안을 처음 제시한 것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社).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웹 폰트 기술은 한글 체계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모리스디자인은 송택윤(32) 연구개발이사를 중심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술을 도입, 연구함으로써 국산화에 성공했다.



웹 폰트 기술을 완성한 것은 서체 개발 업체였지만 수익 모델을 창출하고 도입한 것은 인터넷 포털 업체였다. 웹 폰트 이용 서비스는 2004년 11월 다음의 1인 미디어 ‘플래닛’을 통해 처음 등장한 이래 2005년 세이클럽, 네이버, 싸이월드 등 주요 포털 업체에 차례로 입성했다.



포털에서의 웹 폰트 이용은 대개 ‘시한부 정액권’ 형태로 이루어진다. 이용료는 세이클럽이 7일 기준 1500원으로 가장 비싸고 네이버와 다음은 7일 500원, 싸이월드는 30일 1000원 선이다. 신제품은 업체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개 2주 간격으로 3~5종이 업데이트되고 있다. 현재 시장 점유율은 ‘1700만 가입자’를 등에 업은 싸이월드가 가장 높다.

싸이월드는 지난해 8월 동종 업계로서는 다소 늦게 폰트 아이템 판매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다른 업체들을 압도하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 싸이월드 홍보팀 신희정 과장은 “2006년 5월 기준 하루 평균 글꼴 아이템 구매 이용자는 2만명으로 1일 아이템 판매 총수익(2억~2억5000만원)의 약 7%를 글꼴 아이템 판매로 얻고 있다”고 밝혔다.



모바일 폰트 시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서체 개발 업체와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사 간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0EM) 방식’으로 계약이 이루어지는 경우, 다른 하나는 서체 개발 업체가 이동통신 사업자와 직접 손잡고 개별 사용자에게 폰트 아이템을 판매하는 경우다. 현재까지는 전자의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개별 모바일 폰트를 구현할 수 있는 휴대전화 단말기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사용자는 업체가 해당 단말기에 납품한 서너 개의 서체를 수동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추세 역시 바뀌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 ‘애니콜랜드(land.anycall.com)’, LG전자 ‘클럽싸이언(www.clubcyon.com)’ 등 이동통신사가 자사 서비스 사용자를 위해 만든 사이트들이 10여개의 폰트 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SK텔레콤도 내달 말 관련 서비스 개통을 앞두고 있다. 다만 아직은 폰트를 내려 받을 수 있는 기종이 제한적이고 폰트 종류도 많지 않아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단말기 개발과 폰트 제공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어 이 분야의 시장은 계속 커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난 5월 16일, 구로디지털단지 내 모리스디자인의 연구개발실을 찾았다. 송택윤 이사를 포함, 6명의 직원이 모니터 앞에 앉아 있지만 바스락거리는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다. 송 이사를 제외한 5명이 폰트 디자이너들. 1명이 싸이월드에 납품되는 서체를 전담 개발하고 나머지 인원이 모바일 폰트를 비롯해 다른 일을 나누어 맡고 있다. 폰트 개발은 철저하게 ‘1인 시스템’으로 이루어진다. 공동 작업할 경우, 해당 폰트의 개성이 알게 모르게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사무실이 조용한 것도 그 때문이다.



웹 폰트 하나를 개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3개월. 업체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개 1000만원 내외의 예산이 든다. 주효정 책임연구원은 “폰트 개발 작업은 글자 하나하나를 일일이 세밀하게 다듬어야 해 손이 많이 가고 작업

속도도 더딘 편”이라며 “디자이너들끼리는 ‘오십견을 달고 산다’고 할 만큼 노동 강도가 세다”고 말했다. 주 연구원의 기억에 가장 남는 작품은 모토로라의 의뢰로 제작했던 스노우캣체. ‘스노우캣’이라는 카툰으로 유명한 작가 권윤주씨의 독특한 필체에서 착안한 이 폰트는 권씨가 자필로 쓴 한글 2350자를 모리스 측에 건네 완성됐다. LG 싸이언 ‘초콜릿폰’의 전용 폰트인 새봄체, 하트체 등도 이 회사 작품이다.



이튿날인 5월 17일에는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윤디자인연구소를 방문했다. 1989년 설립된 윤디자인은 윤명조, 윤고딕 등 ‘윤서체’로 잘 알려진 폰트 개발 전문 업체다. 자체 개발한 온?의조瓚?폰트만 700여종. 작년 한 해만 폰트 관련 사업으로 35억여원을 벌어들였다. 주민등록증에 사용된 서체가 바로 이 회사의 소망체와 윤명조체다. 최근에는 지상파 데이터방송기술위원회로부터 DMB방송 표준 폰트로 공식 지정됐다. 손으로 쓴 듯한 느낌을 주는 ‘스크립트폰트’를 업계 최초로 개발한 것도 윤디자인이다. 사계절의 느낌을 글자에 담아 표현한 봄·여름·가을·겨울체 개발로 월간 디자인이 주는 ‘올해의 좋은 디자인상’을 받았다.



윤디자인의 폰트 디자이너는 8명으로 모리스보다 약간 많은 편. 사무실은 역시 조용했지만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다. 디자인팀 박윤정 실장은 “신서체 패키지 마무리 작업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다음 달 ‘페퍼민트’ ‘사춘기’ ‘러브레터’ 등 15~20종의 서체를 새로 출시한다.



컴퓨터 모니터와 휴대폰 액정 위에서 화려하게 부활한 폰트의 미래는 어떨까? 업계 종사자들은 하나같이 ‘여전히 맑음’이라고 말한다. 윤디자인연구소 영업전략팀 강진희 과장은 “웹 폰트와 모바일 폰트 산업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며 “눈으로 보이는 폰트를 종이에 인쇄하는 기술까지 완성된다면 시장 규모는 훨씬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리스디자인 홍필선 부사장은 “모바일 폰트 다운로드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내비게이션, PMP 등 디지털 기기 사용률이 늘어나는 등 폰트 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타이포그래피의 최하위 영역으로 수면 아래 잠겨 있던 글꼴 디자인이 디지털 붐을 타고 힘찬 자맥질을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과제는 폰트 저작권 확보. 그나마 이 문제는 업계 측의 오랜 노력으로 현재 상당 부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상태다. 2004년 12월 31일자로 의장법이 디자인보호법으로 바뀌면서 디자인의 개념에 ‘글자체’가 추가됐기 때문이다. 개정된 법은 작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산돌커뮤니케이션 석금호 대표는 “법 시행 이후 표면적으로 드러난 폰트 불법 사용 적발 사례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P2P 등 일부 인터넷 망을 통한 폰트 파일의 불법 거래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폰트의 판로가 확장되면서 새로운 문제들도 드러나고 있다. 현재 서체 개발 업체들은 포털 측과 웹 폰트의 판매 수익을 3 대 7 정도로 분배한다. 이에 대해 업체 관계자들은 “디자인의 영역을 고려하지 않은 불합리한 이익 배분”이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물론 현재 상황에서 ‘갑’은 포털 측이므로 드러내놓고 항의하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OEM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모바일 폰트의 경우 또 다른 문제가 불거져 나온다. 디자이너의 창의적 영역이 존중되기보다는 단말기 제조사들의 일방적 주문에 따라 공산품 찍어내듯 납품되는 일이 허다한 것. 업체에서 무조건 ‘◇◇사에서 히트친 ○○체 같은 폰트를 내놔라’ 할 땐 정말 답답하죠. 똑같이 베낄 수도 없고….” 취재를 위해 만난 한 업체 디자이너의 고민이다.



몇 년 전 산돌커뮤니케이션과 윤디자인연구소, 한양정보통신, 솔트웍스, 한국컴퓨그라피, 세일포트마 등 6개의 서체 개발 업체는 ‘글꼴개발사협의회’를 결성했다. 불법 복제, 기술 제휴, 라이선스 발급 등 업체들의 공통 관심사를 함께 논의하고 협의하기 위한 단체다. 대표는 산돌 석금호 대표가 맡고 있다. 1980년대 초 한글 서체가 일본에서 수입되던 현실에 분개해 회사를 차렸다는 그는 “폰트 산업의 특수성을 인정하는 분위기 조성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체는 그 나라가 지닌 문화예술적 수준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 다른 디자인 영역과 구분됩니다. 선진국에서는 서체 산업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여겨 공공기관에서 연구하고 있을 정도죠. 더군다나 한글은 우리나라의 고유한 글자 체계 아닙니까.” 그나마 작년에 국회 내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포럼’이 출범한 것은 고무적인 일. 석 대표는 “공공디자인 포럼을 통해 우리 글꼴에 대한 연구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