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청와대·국회·감사원…권력기관서 노~올자

피나얀 2006. 6. 1. 20:38

출처-[세계일보 2006-06-01 16:15]

 


청와대, 국회, 감사원.

 

이른바 권력기관들이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안 되는 일도 되게 하는 힘이 있다고 믿는 곳이다. 민초들은 괜한 봉변이라도 당할까 봐 접근을 꺼리기도 했다. 과거 기세등등한 경비원들은 가까이 오는 것조차 막았다. 그래서 서민 일상과는 더욱 거리가 먼 지역이었다.

 

그러나 최근 문이 활짝 열렸다. ‘열린 사회, 열린 정부’의 인증서라도 되는 양 인터넷 홈페이지의 잘 보이는 곳에는 관람을 안내하는 코너가 자리를 잡았다.

 

이들 모두 서울 시내에 ‘숨어 있는’ 공원이다. 막강한 권한만큼이나 너른 땅에 그림 같은 숲과 연못이 펼쳐져 있다. 들어가 보면 서울 한복판에 이렇게 넓은 녹지가 있고, 이를 선택된 소수만이 즐겼다는 사실에 분통이 치밀 정도다. 한국 현대사의 주무대였다는 점에서 산 교육장으로도 부족함이 없다. 세 곳 모두 인근 지역에 볼거리들이 풍성하기도 하다.

 

청와대는 1990년대 초만 해도 일반인은 근처에 가기도 어려웠다. 앞길은 1968년 북한 김신조 일당이 내려온 후 폐쇄돼 멀리 돌아가야 했다. 그러다 1993년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점차 개방되었다. 국회도 사정이 비슷했다. 93년 이전에는 면회나 업무가 아니면 일반인들은 경내에 들어갈 수 없었다.

 

지금 청와대나 국회에는 나들이객이 줄을 잇는다. 시골 어르신들이나 수학여행 학생들을 실은 버스가 늘어서 있다. 한 해에 청와대는 25만명, 국회는 20만명이 찾는다. 그럼에도 아직도 청와대와 국회에 한 번도 가보지 않거나, 내부가 어떻게 꾸며져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부지기수.

 

7만6000평에 달하는 청와대 안팎에는 이색 체험지역이 널려 있다. 지난 4월부터 대통령 경호실은 매주 토∼목요일 왕복 1.2㎞의 청와대 주변 도로에서 기마대, 인라인 스케이트, 사이클을 이용해 순찰을 하고 있다. 매주 금요일 오전에는 군 의장행사도 펼쳐진다.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된 영국 런던 버킹엄궁 앞 광장의 왕실근위대 교대식, 미국 백악관 주변의 기마순찰대에서 착안한 것이다.

 

청와대 문턱은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 현 정부 들어 본관 앞 도로가 개방됐고, 관람객은 녹지원의 대통령 전용 산책로를 직접 걸을 수 있다. 청와대 본관 앞마당도 터놓았다. 지난해부터는 유모차와 휠체어를 비치해 놓고, 관람객 집결지인 경복궁 동편 주차장까지 왕복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국회도 가족 소풍 장소로 그만이다. 의사당 안에서는 수시로 고성과 삿대질이 오가고 정문 앞에는 시위대가 끊이지 않지만, 휴일의 국회 잔디밭은 너무나 한적하고 평화롭다.

 

10만평에 달하는 국회 곳곳에는 초여름의 따가운 햇볕을 가려줄 정도로 수목이 우거져 있다. 작은 휴양림을 연상시킬 정도다. 물론 국회의사당 안의 각종 시설과 전시물도 둘러볼 수 있다.

 

감사원에는 잘못을 저지른 공무원이 불려와 얼굴이 창백해져 돌아가기 일쑤다. 이같이 서슬 퍼런 곳이지만, 시민들에게는 친근한 휴식공간이 된다. 이미 인근 삼청동 주민들은 아침저녁으로 6500평의 감사원을 자기 집 뒷동산처럼 찾고 있다. 본관 뒤편 정원의 쪽문은 바로 삼청공원으로 연결된다.

 

청와대 본관이나 국회의사당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아이들도 싱글벙글이지만,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엄마 아빠의 표정이 더 흐뭇해진다. 먼 훗날 아들딸이 이곳의 주인이 될지 모른다는 즐거운 상상이라도 하는 것일까. 한여름을 재촉하는 빗방울에 우산 쓰랴, 아이 챙기랴 분주하면서도 엄마 입에서는 ‘영부인’이란 말이 여러 번 나온다.

 

즐거운 한때를 보낸 아이들도 장래 희망 직업의 목록에 ‘대통령, 국회의원’을 자연스럽게 추가하게 된다. 권력기관에서 별다른 비용 들이지 않고 몇 시간 놀다 교육 부문의 덤까지 챙기게 되는 셈이다.

 

이번 주말에는 청와대와 국회, 감사원으로 소풍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