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세계일보 2006-06-02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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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면 석가세존을 만날 수 있다.” 세존봉 정상을 다녀온 사람들의 말이다. 무엇을
보았기에 불교의 최고 존칭인 ‘석가세존’을 언급하는 것일까.
세존봉은 그 이름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것일까. 최근 남북 분단 이후 처음 내금강을 다녀온 답사단이 사진을 공개했고 내년부터 내금강 관광길이 열린다고 하지만, 일반 관광객은 아직 외금강조차도 개방된 코스 외에는 돌아보기 어렵다.
금강산 단체관광으로 구룡연, 해금강, 삼일포, 만물상 등을 다녀왔어도 여전히 금강산의 숨겨진 아름다움에 목마른 사람이 많다. 세존봉(1132m) 코스는 금강산 단체관광의 아쉬움을 한결 덜어주는 왕복 8시간 코스다.
현재 개방된 외금강 코스 중 가장 높은 봉우리이면서 금강산 5대 전망대(비로봉, 천선대, 채하봉, 백마봉, 세존봉) 중 하나로 외금강 전체를 전망할 수 있다. 미리 팀을 짜서 예약해야 하는 코스여서 번잡한 등산객들 사이에 묻힐 염려도 없고, 북측 안내원들과 함께 여유롭게 오를 수 있다.
◆구룡연까지는 여유롭게=외금강 서남쪽에 가장 높이 솟아 있는 웅장한 바위산이 세존봉이다. 동석동에서 오르는 방법도 있지만 구룡연을 지나 세존봉에 오르는 길을 택했다. 남쪽에서 온 관광객이 산행에 앞서 아침을 먹고 기념품을 살 수 있도록 산 입구에 만든 목란관에서 출발한다.
모란교를 지나 산에 접어들자 산삼과 녹용이 녹아 있다는 ‘삼록수’가 등산객을 맞는다. 삼록수로 목을 축이고 금강문을 지나 본격적인 산행에 들어선다. 김일성 주석이 “금강문을 지나야 금강산이 시작된다”고 말했다던가….
금강산에는 금강문 외에도 문(門)처럼 생긴 바위가 거의 모든 봉우리마다 있다고 한다. 이후 펼쳐지는 옥류담, 연주담, 선녀들이 내려와 춤을 추었다는 무대바위가 펼쳐진다. 금강산에는 신선, 선녀, 동물과 관련된 전설이 많다.
이곳 주민들은 저마다 특이하게 생긴 봉우리들에서 곰이나 토끼, 뱀 모양의 바위를 찾아내고 이야기를 만들었다. 토끼와 곰이 놀러 왔다가 그대로 굳어졌다든가 하는 식이다. 고운 목소리의 북측 안내원들이 각양각색 봉우리에 얽힌 전설들을 하나하나 풀어 들려준다.
봉황이 날개를 펴고 나는 모습이라는 비봉폭포는 맑은 날에는 오히려 실망스러울 수 있다. 무려 139m에 달하는 높이의 폭포지만 강수량이 적은 날에는 실줄기처럼 흘러 그냥 깎아지른 계곡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다지 어렵지 않은 코스를 수많은 등산객들과 떠들썩하게 올라가다 보면 이윽고 관폭정에 다다른다.
구룡폭포를 눈앞에서 볼 수 있어 관폭정이라 이름지어진 정자는 보수나 덧칠을 하지 않아 낡았지만, 깊은 산속에서 느낄 수 있는 정취가 있다. 구룡폭포는 비 오는 날이나 여름에는 웅장하게, 봄이나 초여름에는 우아하게 흐른다.
물이 적거나 많거나 그 높은 곳에서 수백m 밑으로 떨어지는 물줄기를 관폭정에 앉아서 보고 있노라면 신선이라도 된 듯한 느낌이다. 관폭정에서 세존봉에 가지 않는 사람은 이곳에서 왕복 1시간이 걸리는 상팔담에 오를 수 있다. 구룡폭포 상류에는 여덟 호수가 있는데, 팔선녀가 목욕을 하고 돌아갔다는 전설이 서려 있다.
◆힘든 산행 끝엔 최고의 전망이=관폭정을 지나 인파를 벗어나 본격적인 세존봉 등반길에 오른다. 거의 전 구간이 가파른 계단. 좁은 철계단이 튼튼하지 않아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면 위험할 것도 같다.
경사가 심한 암벽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노약자에겐 만만치 않다. 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준비운동이 필요할 것 같다. 땀을 흠뻑 흘리는 고행의 반대급부는 절경을 보는 즐거움이다.
어느덧 해가 중천에 뜨고 점심 때가 다가온다. 정상이 눈앞이란 안내원의 목소리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세존봉 전망대는 비슷한 높이의 뾰족한 산봉우리들이 하늘로 향한 꽃잎처럼 펼쳐진 형상이어서 천화대라는 애칭을 갖고 있다.
천화대에 올라서면 외마디 탄성이 터져나온다. 한눈에 들어오는 외금강의 수많은 봉우리들 때문이다. 다행히 맑은 날이어서 금강산 최고봉인 비로봉(1636m)도 보인다. 관광코스로 들른 온정리와 삼일포, 고성항도 남쪽 바다와 함께 시야에 잡힌다.
산 정상에서 어떤 산해진미와도 비교할 수 없는 별미 도시락으로 배를 채우고 하산하는 길은 여전히 위험천만한 경사길. 하지만 올라올 때만큼 힘들지는 않다. 금강산을 눈 속에 모두 담아 왔다는 뿌듯함 때문일까.
>> 세존봉을 오르려면
15km에 달하는 세존봉 등반길에 나서려면 사전예약이 필수. 금강산 관광은 출발 15일 전에 예약을 해야 하는데, 이때 팀을 짜서 세존봉 관광을 신청하거나, 여행사에서 내놓은 세존봉 코스 상품을 선택하는 방법이 있다.
여행사 상품은 2박3일짜리로 둘째날 세존봉에 오르고 셋째날은 오전 중 만물상이나 해금강 중 선택 관광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현대아산이 올해 초 동석동∼세존봉 2.4km 구간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방안을 북측과 협의한 상태여서 내년에는 케이블카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구룡연이나 만물상과는 달리 사전예약 인원과 북측 안내원들만이 산행에 나선다. 나무들이 크게 자라지 못할 정도로 사시사철 세찬 바람이 부는 곳이어서 안전에 유의해야 하며, 길고 힘든 코스인 만큼 체력 관리도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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