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AYARN™♡ 【음악·영화】

'불쾌하다' vs '수작이다'

피나얀 2006. 6. 12. 20:12

 

출처-[필름 2.0 2006-06-12 11:40]

 

 

<구타유발자들> 관객 반응 극과 극

원신연 감독의 <구타유발자들>이 개봉 이후 관객들 사이에서 엇갈린 반응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그 반응은 그저 ‘재미있다, 없다’의 수준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 ‘불쾌를 넘어서 구토를 유발하는 영화’라거나 ‘날 것 그대로의 폭력을 보여준 수작’이라는 극과 극으로 치닫는 반응이다.

"불쾌하기 그지없는 구토유발자들"

기자시사회 이후 언론에서는 일제히 <구타유발자들>이 코미디와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볼거리로 내세운 뻔한 오락 영화가 아니라는 점과 폭력 장면의 수위에 관한 일종의 ‘경고문’을 관객들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눈꼬리를 축 늘어뜨리고 착하게 웃는 이문식, 걸인을 능가하는 남루한 행색의 오달수, 경찰 제복을 입고 삼겹살을 건네는 한석규 등 ‘비호감’ 흥행코드로 무장한 ‘호감’ 배우들에 대한 기대심은 대부분의 관객들로 하여금 코미디 <구타유발자들>을 기대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한 네티즌은 “한석규, 이문식, 오달수란 세 명의 배우를 간판에 걸고 다큐멘터리도, 독립영화도 아닌 듯 보이는 이 영화를 영화관에 버젓이 걸면 안된다. 나 역시 한석규라는 미끼에 덥석 물려 영화를 봤다(jwoo21c)”며 홍보 방식에 불만을 토로하고 “그 동안 수많은 영화에서 보고 또 봐왔던 폭력의 악순환이란 진부한 단계에 머문 주제의식만 강조했을 뿐”이라는 감상평을 올렸다.

“아무리 블랙 코미디라고 해도 더럽고 역겨웠다. 영화를 끝까지 보기는커녕 저녁도 먹기 꺼려질 정도”라는 영화의 완성도보다 표현 방식에 불쾌감을 드러낸 쪽은 대부분 여성 관객들. <구타유발자들>의 개봉 이후, 상영관 안에는 돌발상황이 종종 발생하곤 했다. 연인이나 친구들끼리 영화를 관람하던 이들이 하나 둘씩 극장을 빠져 나오는 것이다.

물론 영화가 시작한 지 불과 1시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다. 자리를 이탈한 관객들은 “영화 정보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피해를 봤다”고 울분을 토하는 수준에 이른다. 네티즌 shy4517은 네이버 영화 리뷰에서 “주제의식이 뛰어나고 구성이 치밀한 시나리오라도, 결국 관객과의 최소한의 호흡의 여지는 남겨두었어야 한다고 본다. <구타유발자들>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은 선명하게 전달되지만, 그것에 공감하기엔 이미 정서적인 거리감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폭력의 현실성 보여주는 수작"

관객들의 이러한 부정적인 입소문과 달리 일부 관객들은 ‘혼자 보세요’라는 새로운 유형의 영화 관람 방법을 제시하며 <구타유발자들>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고 있다.

 

군대, 학교, 공권력 등 폭력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현실을 제대로 그려냈다는 평가가 하나 둘씩 고개를 내밀며 부정적인 관객 평가를 따라잡고 있는 것이다. 영화가 보여주는 과도한 폭력 장면과 욕설은 그 동안 나왔던 조폭 영화나 일본 엽기물,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와 비교했을 때 지나친 게 없다는 반응도 있다.

 

네티즌 mrz1974은 “거부감을 느끼기에는 충분하지만 이러한 거부감이야말로 이 영화의 메시지를 명확하게 표현한 것”이라며 “세상에 좋은 영화만 있다고 다 좋은 게 아니다. 나쁜 영화가 좋은 영화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영화는 잔인하게 현실을 목도하게 하다가 끝내는 꿈꾸며 끝난다. (그 부분이) 가장 아쉽다. 보는 내내 긴장을 늦추지 않게 하다가 너무 확 놔버린다”며 오히려 영화가 더 ‘세게’ 나아가지 않은 것을 아쉬워하기도 한다.

 

원신연 감독 역시 인터뷰를 통해 원래 시나리오가 담고 있던 폭력 장면의 수위가 편집 과정을 거치며 오히려 순화되었다고 말하며 “지금이 관객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최선의 지점이라고 보고 있다. 이보다 더 올라가면 이야기의 주제나 블랙 유머가 전달되기보다 폭력성, 역겨움, 극도의 비호감 이런 것이 더 크게 전달될 것 같아서 조절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구타유발자들> 어떻게, 무엇을 봐야할까?

영화평론가 이상용 씨는 “지난 3월 개봉한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역시 관객들의 엇갈린 반응을 얻어냈다. 두 영화가 모두 저예산으로 제작돼 감독의 의지로 밀어붙인 다소 ‘센’ 영화들”이라고 설명하면서 “두 영화 모두 현재 한국영화 산업에서 보기 드문 시도이며, 도발적인 영화의 등장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구타유발자들>의 경우는 폭력성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도 충분히 가치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영화 중반까지 역겨운 장면이 이어지더라도 끝까지 보고 나면 폭력의 순환에 대한 인식과 성찰을 불러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며 “관객들이 영화를 보기 힘들게 하려는 감독의 의도를 더 시원하게 밀고 나갔어야 했는데, 오히려 끝까지 가지 못한 게 논란의 여지를 만든 게 아닌가 한다”고 덧붙였다.

 

네티즌 uluulu는 “이 영화에 대해 코믹하고 유쾌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지 말고 보길 바란다. 그렇다면 풍자와 리얼리티로 연출된 좋은 연극 한 편을 발견할 것이다. 자신의 기호를 분명히 파악한다면 선택이 분명해질 것”이라는 조언을 예비 관객들에게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