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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 스크랩】특명, 다시 4강 신화를 훔쳐라!

피나얀 2006. 6. 12. 20:13

출처-[뉴스메이커 2006-06-09 16:42]

 


드디어 그날이 다가왔다. 세계의 이목이 한 곳으로 쏠리는 독일 월드컵. 4년 전 한·일 월드컵의 뜨거운 함성을 또렷이 기억하는 사람들의 가슴은 벌써부터 설레고 있다. 23명의 대한민국 전사가 녹색 그라운드에서 펼칠 열전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2002년 월드컵 신화를 재현하라’는 특명이 내려졌다.

 

신화(神話) [명사]

1. 설화의 한 가지. 국가의 기원이나 신의 사적(事績), 유사 이전의 민족사 등의 신성한 이야기로, 민족적인 범위에서 전승되는 것이 특징임. 2. (이제까지, 또는 오랜 세월에 걸쳐) 많은 사람이 절대적인 것으로 믿고 있는 일.

 

4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2002년 6월의 기억은 마치 어제의 일처럼 파릇파릇하게 남아 있다. 축구의 변방, 아시아의 작은 나라는 누구도 믿지 못할 4강이라는 기적을 이뤄냈다. 이전에 단 한 경기에서도 승리하지 못했던 한국이 축구강국 포르투갈·이탈리아·스페인을 물리치고 독일과 준결승에서 대등한 싸움을 벌인 것은 말 그대로 기적이다.

 

온 국민이 모두 신화의 주인공

 

세계는 이를 ‘신화’로 명명했다. 신화란 사전적 의미로 ‘신성한 이야기’ ‘많은 사람이 절대적인 것으로 믿고 있는 일’을 일컫는다.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 한 명 없이 조직력만으로 세계축구 4강의 반열에 오른 것 자체가 신화였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몸을 사리지 않았고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팀 워크로 한국 축구의 ‘신화’를 마음껏 보여줬다.

 

신화라는 명칭은 국가대표 선수에게만 부여된 것은 아니다. 거리응원문화를 새롭게 창출해 세계를 놀라게 했던 온 국민도 신화의 주인공이다. 그랬기에 그날의 경기는 축구라는 단순한 스포츠 경기가 아니였다. 온 국민이 열광으로 하나가 돼 뛴 경기였다. ‘대∼한민국’ 구호 하나에 박자를 함께 맞췄던 감격은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한국의 기운을 상승시킨 에너지가 되고 있다. 우리는 서슴없이 그날의 일을 ‘신화’라고 부른다.

 

그후 4년. 아직도 신화는 끝나지 않았다. 한국 대표팀의 독일월드컵 슬로건은 ‘끝나지 않은 신화, 하나되는 한국(Never-ending Legend, unitied Korea)’이다. 월드컵 공식 홈페이지 피파월드컵 닷컴이 월드컵 공식 스폰서인 현대자동차와 함께 축구팬 공모를 통해 선정한 32개 월드컵 참가국의 슬로건 중 단연 눈에 띄는 구호다.

 

신화를 재현할 한국대표팀은 4년 전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멤버를 자랑한다. 명장 딕 아드보카트 감독을 중심으로 신화의 주역이 뭉쳤다. 2002년 당시 이름없는 선수에 불과했던 박지성·이영표는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주전으로 당당히 활약하는 세계적인 선수가 됐다. 여기에다 박주영·이호·조원희·김두현·백지훈·조재진·정경호 등 젊은 피가 수혈됐다. 핌 베어백 코치, 홍명보 코치도 2002년에 이어 신화 재현에 나섰다.

 

하지만 세계는 ‘월드컵 신화의 재현’에 대해 미심쩍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G조에서 프랑스와 스위스가 살아남을 것이란 전망도 내놓았다. 2002년의 ‘신화’에 대해서도 ‘주최국의 프리미엄 때문’ ‘심판의 편파 판정 때문’ ‘홈 경기의 이점 때문’이라는 등의 이야기가 삐져 나왔다.

 

축구공은 둥글다. 2002년 당시 어느 나라도 한국 대표팀의 승리를 상상하지 못했지만 월드컵 축구공은 상대편 골 네트에 꽂혔다. 축구공이 만들어 낸 신화다. 축구이기에 가능한 신화였다.

 

4년 전보다 업그레이드된 멤버

5월 26일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보스니아와 겨룬 평가전에서 한 관중이 투혼이라는 글귀를 들고 있다.


2006년 독일월드컵의 공인구는 ‘팀 가이스트(Team Geist)’. 흔히 ‘팀 스피리트’로 해석하는 이 단어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가이스트(Geist)라는 독일어가 지니고 있는 미묘한 어감 때문이다. 육체에 반대되는 말로 정신을 뜻하는 ‘가이스트’는 독일의 정신사 속에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정신의 우월성’을 가리킨다.

 

서울대 송동준 명예교수(독문과)는 “가이스트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을 보면 세계적인 기량을 갖춘 축구팀이 출전하지만 ‘팀 가이스트’, 즉 팀 정신력으로 강하게 무장된 팀이 이길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개인의 스타 플레이어가 펼치는 현란한 플레이보다 팀 정신·조직력이 강한 팀이 독일 월드컵 경기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깊은 뜻을 갖고 있다.

 

최근 방한한 아디다스 에리히 슈타밍거 사장은 “한국 대표팀은 독일어로 ‘팀 정신’이란 뜻의 이름을 가진 공인구 ‘팀 가이스트’에 가장 어울리는 팀이며 독일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팀 가이스트’야말로 한국 대표팀의 신화를 재현하는 주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유럽의 프로 무대에서 뛰는 쟁쟁한 선수의 육체적 기량에 주눅들 필요도 없다. 한국 대표팀의 조직력과 정신력으로 승부해도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을 공인구 ‘팀 가이스트’가 보여줄 것이다.

 

유니폼에 새긴 투혼(鬪魂)

 

신화를 재현할 주역의 이름을 불러본다. 김남일, 김동진, 김두현, 김상식, 김영광, 김영철, 김용대, 김진규, 박주영, 박지성, 백지훈, 설기현, 송종국, 안정환, 이영표, 이운재, 이을용, 이천수, 이호, 정경호, 조원희, 조재진, 최진철. 그들이 2002년에 이어 2006년 초여름을 또다시 뜨겁게 달군다. 그들의 붉은 유니폼 옆에는 작은 글씨로 두 글자가 박혀 있다.

 

투혼. 혼을 불사르라는 뜻이다. 혼이 곧 ‘가이스트’이며 한국대표팀의 신화를 재현하는 창이자 칼이다. 4800만 국민의 뜨거운 혼도 불타오르고 있다. 신화는 꼭 재현된다는 이들의 믿음을 대한민국 전사는 실현시켜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