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경향신문 2006-06-1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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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선거 유세가 한창이던 어느날.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3,000원짜리 라면을 사먹으면서 3,000원짜리 스타벅스 커피를 마셔도 아깝지 않은 것은 그 속에 담긴 문화를 마시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말을 전해 들은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 “스타벅스요? 그건 강남 얘기잖아요. 호호호.” 이어진 같은당 서영교 부대변인의 논평. “스타벅스 커피 마시며 뉴욕시민인 척하는 오세훈과 우리는 다르다”였다.
올해로 국내 상륙 8년째. 최근 164호점을 개점한 커피체인점 ‘스타벅스’는 이처럼 여전히 ‘논쟁적’이다. 스타벅스 애호가·마니아들은 “좀 비싸긴 한데…”라면서 “그래도 커피맛, 매장 분위기가 뛰어나 기꺼이 그 값을 치를 가치가 있는 커피 브랜드”라고 한다.
사실 통유리 너머 각선미를 뽐내며 커피를 마시는 미녀들이 있는 스타벅스 매장 풍경은 왠지 ‘럭셔리’하다. 실제로 스타벅스 매장이 있는 곳은 어김없이 황금 상권으로 분류된다. 연전에 황금상권의 한 곳인 서울 인사동에 들어오기 위해 스타벅스는 호된 신고식도 치렀다. 결국 문화운동가와 시민들의 반대여론 때문에 세계에서 유일하게 영어간판이 아닌 한글간판을 내건 체인점이 됐다.
스타벅스 ‘비호감’자들? 밥값보다 비싼 커피값을 도통 이해하지 못한다. 커피 제조 원가는 몇백원밖에 안된다는 최근 어느 언론 보도 이후로 “커피맛은 다를 게 없는데도 ‘포장’과 ‘치장’에 ‘고가 정책’으로 허위 의식을 자극하는, ‘마시는 명품’”이라고 비판한다.
한국 사회의 명품 선호 현상, 강남북차, 그리고 구별짓기, 따라하기, 허위의식, 계급·계층론까지 갖은 문화·사회학적 개념·상상력이 동원되기도 한다. 첨단 선진 마케팅 ‘신화’를 이루었다는 업계의 칭송. 외화 낭비·유출의 주범, 미국화·신자유주의의 첨병이란 시선·비판이 공존한다. 이때문에 오노 사건 때 맥도널드와 함께 불매와 ‘안티’ 대상이 되기도 했다.
‘So what?’. 계속되는 명품 논란과 한때의 안티를 뚫고 스타벅스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스타벅스 마니아들은 늘어난다. 서울의 몇몇 지역에서 스타벅스는 일상이 되어 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스타벅스는 무엇인가?
▶마니아 임부현씨의 ‘칭송論’
임부현씨(30·여·가명)는 스타벅스 마니아다. ‘라떼 세대’라 자처한다. 임씨의 월급은 1백80만원가량. 10만~20만원을 스타벅스 사 마시는데 쓴다. 그는 “매달 붓는 건강보험료, 종신보험료와 비슷한 액수”라고 설명했다.
임씨가 스타벅스를 알게 된 건 1999년 1월. 캐나다에 교환학생으로 갔을 때다. 스타벅스가 뭔지도 몰랐다. 우연히 학교 안 매장을 찾았다. 그리고 에스프레소의 첫 세례를 받았다.
“자판기나 인스턴트 커피, 한국에서 마시던 커피랑 ‘차원’이 달랐어요.”
임씨는 “날 매료시킨 건 커피뿐만이 아니었다. 소품과 분위기, 서비스도 마찬가지였다. 스타벅스의 로고, 머그컵, 매장 인테리어 분위기, 재즈 음악, 매장 직원의 친절함까지 모든 것에 흠뻑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매장 문에 들어서 주문하고 커피를 받아 자리를 잡은 뒤 커피맛을 음미하거나 음악을 듣고 책을 읽는 행위 하나하나가 ‘즐거움’이었어요.”
귀국하니 서울에도 스타벅스가 들어와 있었다. 임씨는 단골이 되었다. 스타벅스의 매력은 늘어났는데, 임씨는 그 이유를 ‘문화적 스토리·이미지’라고 했다.
“미국 드라마 ‘섹스앤더시티’를 보면 주인공들이 그란데 사이즈 커피를 마시며 뉴욕타임스를 읽잖아요. 외국 풍 사진에 스타벅스 컵을 들고 다니는 선남선녀들. ‘스토리’가 있는 거죠. ‘개인적이고 쿨(cool)’해요. 그런 것들이 마음에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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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씨는 스타벅스가 일종의 의식(儀式)과 자기 정화의 공간이라고 한다. 퇴근길에, 또 피곤할 때 스타벅스에 혼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쉬는 날 책 한권 들고 가 눈치 안 보고 맘 편히 읽고 올 수 있는 공간은 스타벅스를 빼고는 없다는 것이다.
임씨는 “‘작은 사이즈에 저지방 우유 넣어주시고, 일회용 컵에 주세요’처럼 커피를 주문하면서 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라고 말했다.
스타벅스는 문화 수준을 판단하는 상징적 기준이기도 하다. 임씨는 “공기업에 근무하는 친구가 있는데 얼마 전 공기업 이전 발표가 난 뒤에 심각하게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 이유는 공기업 이전 대상 지역에 스타벅스가 없기 때문이란다.
임씨나 임씨 친구 같은 ‘스타벅스족’을 모두가 이해하는 건 아니다. 내 취향, 내 멋이고 내 돈 주고 사먹는 거지만 미묘한 ‘스타벅스 갈등’이 존재한다. 우선 세대차다.
임씨는 “대형 할인점에 갔다가 거기 입점한 스타벅스 매장에 어머니를 모셔간 적이 있는데 4,000~5,000원 하는 커피값을 보시더니 단번에 ‘미쳤다’고 하셨다”며 “맥심커피 둘, 설탕 둘, 프림 둘로 타먹는 커피에 익숙한 부모님 세대는 잘 이해 못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성별차도 있다. “내가 밥을 사고 한 남자 동료가 커피를 사기로 해 스타벅스로 갔어요. 그 동료는 주문하는 내내 스타벅스 한잔 값이 설렁탕 한 그릇 값이니, 자판기 커피(250원) 스무잔 값이니 하며 투덜거렸어요.”
개인의 취향을 하나의 잣대로 재는 게 촌스럽고 우습다고 한다. 임씨는 “남자 동료들 중에는 술집에서 한번에 수십만원 예사로 쓰는 사람이 많은데 내가 보기엔 그 돈이 더 아깝다”고 일침을 놓는다.
임씨는 그러나 ‘스타벅스 소비’를 줄여볼 생각이라고 한다.
“한번은 계산을 했더니 한달에 30만원 가까이 사 먹었더라고요. 너무 많이 쓰는 것 같아서 요즘은 원칙을 정했어요. 고된 일을 끝냈을 때나 ‘무척 피곤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날’에만 사먹기로. 스스로를 위로할 필요가 있는 날에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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